[김형중 논설위원 칼럼] 선한 영향력
[김형중 논설위원 칼럼] 선한 영향력
  • 김형중 논설위원 (khj@koreaittimes.com)
  • 승인 2020.09.24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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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논설위원/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1996년 '양심냉장고' 프로그램이 MBC에서 방송되면서 한국에서 신호등 지키는 게 일상이 되었다. 당시 신호등 지키는 운전자가 있다는 게 기적 같은 일이었지만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티코 한 대가 꼭두새벽에 한적한 도로의 정지선에 멈추었다. 이경규가 부리나케 달려가 "왜 신호를 지키셨나요?"라고 물었다. 지체장애인 부부의 대답이 감동이었다. "내...가...늘...지켜요." 그 부부의 선한 영향력이 방송을 살렸고 교통질서가 확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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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원이 '골목식당'에서 위생적인 주방, 맛있는 음식, 합리적 가격의 원칙을 늘 강조했다. 이 원칙을 받아들인 식당들은 환골탈태했고 고객들이 환호했다. 골목 안의 작은 식당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음식문화가 업그레이드되었다. 그 사이 포방터 돈가스 같은 게 고객에게 신선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 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이 드러나고 있다. 그 주인공들이 평범한 사람들이라서 감동이 크다. 고위층의 선한 영향력이 주는 감동의 진폭은 훨씬 더 클 것이다.

고위층 자녀들이 위험하고 힘든 부대를 스스로 선택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자신을 위해 부모 찬스를 쓰는 대신 어려운 이웃에게 기회를 주면 좋겠다. 상관들이 알아서 알게 모르게 그들을 잘 대해주는데도 더 바라는 게 과욕이다. 

그 과욕이 부모 얼굴에 먹칠하고 자신의 장래까지 망친다. 과욕을 과욕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게 가르쳐 서로 부전자전이라는 욕을 먹는다. 

그들은 애초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황무지에 던져질 일이 없다. 설혹 거기에 던져진다 해도 그들은 훨씬 더 잘 헤쳐나올 수 있다. 부모로부터 보고 배운 게 다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현실적으로 그들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 그래서 인사검증을 받을 날이 그들의 예상보다 빨리 온다. 그때 때 묻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히 청문회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 그들은 그런 롤 모델을 꿈꾸며 성장해야 한다. 명예는 젊어서부터 지켜야 한다고 했다. 빈부귀천을 떠나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원칙이다.

인터넷 세상이 된 후 정보의 유동 속도가 빨라졌고 세상에 숨길 수 있는 게 없어졌다. 특히, 갑질, 특혜, 편법을 숨기는 건 더 어렵다. 부모 찬스로 민망한 일을 어느 정도 덮을 수 있었던 시대는 지나간 지 오래다.

언제 누구와 어디를 지나갔는지 모든 게 기록으로 남는다. 그날 어떤 옷을 입었고, 날씨는 어땠는지, 그리고 무슨 말을 했는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 온갖 상상력과 추리력으로 퍼즐을 맞추는 고고학자의 식견이 없어도 불쾌한 사건의 재구성이 쉽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진다.

그래서 온라인 기록들을 숨기고 지우려고 애쓰지 말고 선한 족적을 많이 남기는 게 좋다. 무릇 크고자 하는 자는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찬스나 권한을 다 쓰지 않는 게 섬기는 것이다. 선한 영향력의 시작은 “나는 늘 지켜요”라는 말로부터 시작된다.

찬스를 마구 쓰는 게 자식에 대한 사랑이 아니다. 그 찬스를 유보하고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 때 그게 자식에 대한 사랑이다. 그게 선한 영향력이다. 모두를 살리는 선한 영향력이 사회에 넘치면 삶의 질이 높아지고 미래의 예측이 훨씬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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