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해운사 ‘운임 합의’는 위법한 가격 담합”
공정위 “해운사 ‘운임 합의’는 위법한 가격 담합”
  • 김세화
  • 승인 2021.06.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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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과징금 7000억 부과
해운업계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공동행위”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해운사들의 가격 담합 의혹과 관련한 제재에 착수한 가운데, 해운업계는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동”으로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한국해운협회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정위의 재제와 관련해 “해운법에 따르면 해운사들의 ‘공동행위’를 허용하고 있다”며 “해운사들의 운임 합의는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운산업에 대한 공동행위는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에 따라 규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담합’을 불법으로 보는 공정거래법과 달리 해운법 29조에는 ‘해운사들은 운임·선박 배치, 화물 적재 등에 관한 계약이나 공동행위를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7월, 목재합판유통협회는 ‘해운사들이 한국-동남아간 노선 운임을 담합했다’며 공정위에 해당 사안을 신고했고 같은 해 공정위는 조사에 착수했다. 이듬해인 2019년 8월, 목재협회는 공정위 신고를 철회하고 선처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직권조사를 이어갔고 지난달 해운사들에 공정거래법 위반 조사 결과·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제재 여부와 수위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해운협회에 따르면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에는 2003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국-동남아 노선 취항 선사들이 122차례에 걸쳐 운임관련 합의를 시행해 운임을 담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는 선사별로 동남아 항로 관련 매출의 8.5%~10%가량 과징금으로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운임 담합 관련 매출을 총 8조원으로 추산돼 최대 약 70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부과대상은 HMM, 팬오션, 고려해운, 장금상선 등 국적선사 12곳과 외국적선사 11곳 등 총 23개 해운사다.

핵심은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켰는지 여부다. 해운사들의 공동행위가 해운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화주와의 사전 협의 ▲공동행위의 내용에 대한 해양수산부 장관 신고 △공동행위로부터의 탈퇴를 제한하지 않을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공정위는 해운사들이 해운법에 따른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한 반면 해운업계는 해당 요건을 모두 준수했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해운업계는 설사 해운법에 따른 절차 이행에 미비한 점이 있더라도 공정거래법이 아닌 해운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사건을 ‘운임 담합’으로 보더라도 실제 운임이 오르지 않았다는 점도 쟁점이다. 김영무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매번 선사간 운임 수준을 합의했지만 출혈경쟁으로 운임은 오히려 떨어졌다”며 “선사들의 공동행위가 성공한 적이 없으므로 부당행위로 거둔 이익도 0원”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의 판단이 그 동안 공동행위를 장려해왔던 정부의 정책과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2017년 국적 컨테이너선사 14곳이 참여한 한국해운연합(KSP) 결성해 항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지난해에도 동남아항로 국적 컨테이너선사를 중심으로 해운동맹 ‘K-얼라이언스’를 추진했다.

국적선사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파산할 정도로 해운업계의 출혈경쟁이 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국적선사간 협력을 지원해왔다”며 “이번 공정위 심사대로라면 정부가 담합을 유도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해운업계는 공정위의 제재가 확정되면 앞으로 다른 노선에서도 제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는 한국-일본 노선, 한국-중국 노선의 운임 담합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적선사에 대한 처벌이 다른 나라 경쟁당국의 보복조치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 부회장은 “공정위 과징금 부과로 선사가 선박 등을 매각 물류난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공정위가 해운법에 따라 정당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대응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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