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특별법 폐기 수순, 장관은 립서비스만
조선산업 특별법 폐기 수순, 장관은 립서비스만
  • By 연제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5.10.1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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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직 장관, 가운데 발언하는 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8일 경남 거제의 삼성중공업을 둘러보고 ‘해양플랜트 산업 현안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에서 천문학적인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격려차’ 성격이다. 우리나라 부처 장관들을 주요업무는 ‘현장순시’와 ‘치하’, ‘격려’ 아닌가. 하루에도 서너개의 스케줄 소화는 기본이다.  

그런데 현장의 말을 종합해 보면 장관님들의 ‘선의’와 달리 업계 관계자들은 장관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사진 찍으러 ‘전시성 방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아랫사람들’은 불과 몇 분을 위해 ‘개 발에 땀나듯이’ 뛰어야 한다.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다 안다. ‘사단장’이 예하부대를 방문하면 해당 부대장과 장병들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관련 일화 하나.
지난 3월 어느 날,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한국판 뉴딜계획’ 발표를 위해 서울 관악구의 강남순환 도시고속도로 민자사업 현장을 방문한다.

G건설사의 현장사무실이었는데, 이 회사 관계자는 “부총리실에서 여러 건설사를 수소문한 끝에, 우리 현장 사무실이 가장 깨끗하다는 이유로 낙점했다. 며칠 동안 전쟁 치르듯이 청소를 했다. 군대 다시 온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남자들 두 번 다시 꾸고 싶지 않은 악몽이 군대 다시 가는 꿈이다. 

다시 윤상직 장관. 윤 장관의 이날 방문에는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그는 “유가 하락으로 해양 프로젝트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발주 연기와 원가절감 압박 상황에 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모르는 사람 빼고 다 안다. 하물며 조선업계 인사들이 모인 자리다. 윤 장관 보다 더 ‘선수’들 아닌가.     

윤 장관은 또 “최근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일메이저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했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윤 장관은 “해양플랜트 산업을 내실화하고…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많다. 누구는 ‘생산비용 절감’ 부분에서 협력업체 단가 후려치기를 떠올렸다고 한다.

이 같은 조선업계의 볼멘소리에는 다 이유가 있다. 윤상직 장관은 산업부에 조선해양플랜트과를 신설한 장본인이다.
원래 산업부에는 ‘자동차 조선과(課)’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윤 장관은 2013년 3월 산업부(당시 지경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장관에 취임하면 조선해양플랜트 전담과를 신설하겠다”고 말하고, 실행에 옮겼다.

조선해양플랜트과의 주요업무는 해양플랜트산업 육성과 투자유치 및 대외협력이다. 국내 조선사들의 대규모 손실 원인으로 ‘무분별한 제살 깎아 먹기식 출혈경쟁’이 지목되는데, 결과적으로 산업부가 이를 부추긴 꼴이 됐다는 비난도 예상된다.  
국회도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는 ‘조선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경남 거제다. 윤 장관이 이날 찾았던 바로 그곳이다.

김 의원은 지난 2013년 말, 그러니까 거의 만 2년 전에 ‘조선·해양플랜트산업 지원 및 육성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17명의 동료의원들이 동참한 이 법안의 주요내용은 정부가 5년마다 조선·해양플랜트산업의 종합 계획을 수립토록 하고,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인력양성과 기술개발,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도록 하는 내용이다.

당시 조선업계와 경남도, 거제시 등 해당지자체는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그런데 이 법안, 근 2년째 국회에서 낮잠만 자고 있다.

국회 산업위와 농수산위 법안소위에 계류중이다. 김한표 의원실 관계자는 “조선산업이라는 한 특정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으로, 형평성 때문에 국회 내에서도 이견이 있어 입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이유들로 정부도 찬성하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조선·해양플랜트산업 특별법’은 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19대 국회 회기는 내년 5월까지. 총선을 앞둔 여야에 ‘조선산업’을 챙길 여력은 없어 보인다. 이 때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법안은 자동폐기 된다.

혹자는 ‘불행중 다행’이라고도 한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만약 ‘조선·해양플랜트 특별법’이 통과됐으면 더 아찔한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여하튼 앞뒤 안 재고 수주하고, 부서 만들고, 법안 발의하기는 매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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