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 금수저와 기리빠시 :허윤홍 승진에 부쳐
GS건설 금수저와 기리빠시 :허윤홍 승진에 부쳐
  • By 이경호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5.12.0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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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건설 허윤홍 전무(좌), GS그룹 허창수 회장(우)

“데나오시 하고 싶은 심정들이겠지만, 우리 같은 기리빠시들이 힘이 있나. 오야지 마음이지.”
1970년대 초에 태어난 기자의 ‘절친’ 셋은 ‘노가다’를 한다. 시공능력 등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굴지의 D, L, S건설사에 근무한다.

D사와 L사에 다니는 친구는 ‘SKY' 출신이고, S사 친구는 사립 명문을 졸업했다. 지난 1일 GS건설의 2016년 임원인사를 접하고 ‘노가다’ 친구들의 반응이 궁금해 졌다. 

이번 인사에서 GS건설은 허윤홍(許允烘) 상무(사업지원실장)를 전무로 전격 승진, 발령했다. 허 전무는 2002년 LG칼텍스에 입사했다가 GS건설로 자리를 옮겨 경영혁신담당 상무와 사업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야전’경험도 없이 20년 건너 뛰어 전무 승진

군 고위 장교가 별을 달기 위해서는 반드시 ‘야전’ 경력을 쌓아야 한다. 불문율이다. 건설사에서도 ‘별(임원)’을 달려면 현장경험을 쌓아야 하는 게 상식. 
그러나 허 전무는 ‘야전’ 경험이 없는데도 전무가 됐다. 이번에 그와 함께 승진한 6명의 전무들 모두 토목·건축·해외분야에서 오랜 현장경험을 쌓았다. 허 전무는 ‘삽질’ 한번 제대로 안하고 국내 도급순위 5위(2015년 기준) 건설사의 ‘일인지하 만인지상’ 자리에 올랐다.

순간 6500여명 GS건설 임직원이 그의 ‘기리빠시’, ‘데모도’, ‘시다’가 됐다는 평가가 건설업계에서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직원들 사기는 안중에도 없는 인사라는 평이 많다”고 꼬집었다. 

나이로 따졌을 때 문제는 더 심각하다. 허 전무는 1979년생으로 36세다. 이번 전무 승진자들 보다 평균 20살 어리다. 그는 다름 아닌 허창수 GS그룹 회장, GS건설 ‘오야지(오너)’의 장남으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

머쓱해서 인지, GS건설은 인사 배경에서 허 전무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의 아들도 전무로 승진했는데, 현대중공업이 정기선 전무의 공적을 소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상무를 전무로 승진, 발령하면서 그 배경을 공개했다.   

<>“데나오시” 듣기는 싫지만 한번 외쳐보고 싶어
 
상기 절친의 말을 우리말로 풀면 “(인사를) 다시 하고 싶은 심정들이겠지만, 우리 같은 자투리들이 힘이 있나. 오너 마음이지” 정도 된다. 

학교 때 ‘알바’로 질통 좀 메 본 독자들은 익숙하겠지만 ‘오야지’, ‘데나오시’, ‘기리빠시’ 등은 일본어로 지금도 건설현장에서 일상으로 쓰인다. ‘데나오시’는 을(乙)의 지위에 있는 건설 근로자들이 가장 듣기 싫거나 심지어 두려워하는 말로 “처음부터 다시!” 되겠다.
‘인사 데나오시’를 바라는 친구들의 삶은 어떨까.    

먼저 S대를 졸업한 A군. 1998년에 IMF 직격탄을 맞아 바라던 토목건설관련 공기업 취업을 포기하고 대학원으로 도피성 진학을 한다. 2000년 졸업 후에도 마땅한 자리가 없어 고민하다가 한 건설사의 하청에 들어가 몇 년간 고생 끝에 D사 입성에 성공했다. 

그러나 오래 지나지 않아 MB 정부 때 특정대학 라인들이 회사를 ‘점령’하자 자의반 타의반으로 본사를 떠나 지방의 한 소도시에서 수년째 현장을 지키고 있다.

S대 출신이지만 ‘만년 과장’이다. “왜 아직 과장이냐"는 질문에 술잔만 비운다. 다른 친구에게 “쟤 왜 아직 과장이냐”하면 “찍혔거나 혹은 아니거나….” 사회성 좀 부족한 거 빼면 흠 없는 친구다. 상사에 대한 교언영색(巧言令色)을 사회성과 동일선상에 놓으면 이 친구 ‘차장’ 달고 끝이다.       

Y대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B군은 몇 년 고시에 매달리다 연거푸 낙방하고 2000년대 초에 때 늦게 L사에 입사했다.
타고난 근면·성실함 덕에 동기들에 밀리지 않고 차장을 달았다. 수년째 분양 담당인 탓에 새벽 출근을 밥 먹듯이 하고, 회식이 끝나고 집에 오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개인 취미 없다.

벌써부터 노후가 걱정이란다. D사, S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회사 규모가 작아 연수가 찰수록 올라갈 자리는 좁다. 언제 회사를 떠나게 될지 걱정 속에 산단다.
임금 짜기로 소문난 L사인지라 벌이도 공무원인 아내와 큰 차이 없어 면목도 안선다. “사람 죽으라는 법 없다잖아. 뭐 어떻게 되겠지….”

S사에 다니는 C군은 입사 당시 “운이 좋았다”고 했다. 명문사립을 다녔기는 하나 늘 ‘스펙’이 달린다고 걱정했다. D대학 토목공학 전공으로 재학생 시절 S대 다니는 A군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졸업 후 A군은 S사를 다니는 C군을 시샘했다. 스펙으로만 보면 A군은 ‘건설귀족’으로의 신분상승 여지를 갖췄다. 하지만 ‘줄’, ‘빽’ 없으면 모두 ‘육두품’일 뿐이고 ‘성골’과 달리 육두품 인생은 운칠기삼, 새옹지마(塞翁之馬)다.

불과 2년 전 차장으로 승진한 C군이지만 부장 승진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라며 ‘낙향’을 준비 중이다. 잘리기 전에 자기 발로 나가겠다는 그는 고향에서 작은 건설업체를 생각하고 있다.

<>‘흙수저’ 물고 나서 고단한 100만 ‘기리빠시’들의 삶 

시골에서 날고 기었던 친구들이지만 ‘흙수저’를 물고 태어나 40대 초반 나이에 벌써 앞날이 걱정이다. 대출, 대출, 대출... 모아 놓은 돈은 없고 빚만 잔뜩이다. “내 탓이요” 하지만 공허한 자기위안이다.

그래도 대기업 다니는 친구들 사정은 좀 나은 편. 건설업 이직률은 악명이 높아 모든 직종에서 최고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업의 이직률은 13.2%(12만만6220명)로 업종 평균인 4%의 3배를 넘었다.
이직률은 해고나 퇴직, 사직 등으로 근로자가 타 사업체로 옮기는 비율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고용계약 종료, 구조조정, 해고 등 비자발적 이직자 수가 10만6832명으로 업종 최고를 기록했다.

노동강도에 비해 벌이도 시원찮다. 지난 9월 기준, 건설근로자 1인당 월평균 총 근로시간은 142.7시간으로 전 산업평균 167.1시간보다 25여 시간 짧았고, 전 업종 중 가장 적었다. ‘무노동 무임금’이다. 

소규모 사업장 종사자는 상습적적인 임금체불에 시달린다. 같은 기간 기준, 건설업 체불임금은 1466억원으로 제조업(2731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저 노가다 합니다” 자부심 잃게 해서야

친구들은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나면 “저 노가다 합니다”라고 소개한다. ‘노가다’는 자신을 낮추면서도 강한 ‘자부심’이 녹아 있는 말이다. ‘건설역군’이니 수식어도 필요 없이 그 ‘자부심’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우리나라 ‘노가다’ 인구는 약 100만명.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노가다’로 400만명이 먹고 산다. 그래서 GS건설 허윤홍 전무의 승진은 “오야지 마음”으로 지나치기에는 아쉬움이 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허 전무의 승진은 GS건설 임직원뿐만 아니라 수많은 건설근로자와 그 가족들에게까지 열패감을 느끼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며 “족벌인사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해외 플랜트 리스크 여전... 신용등급 하락

이번 인사는 시기적으로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신용평가사들은 GS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잇따라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는 상황. 

한국신용평가는 "GS건설은 해외 플랜트 공사 미청구 규모가 9월 말 연결 기준으로 3조1739억원에 달한다"며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미청구 공사 규모가 연환산 매출의 31.3%, 자기자본의 93.0% 수준이며, 최근 해외 프로젝트 현황을 고려하면 미청구 공사 해소에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다. GS건설은 지난 3분기 해외 플랜트에서 74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허창수 회장이 말하는 존경받는 기업이란

최근 여론조사에서 그의 아버지 허창수 GS회장이 과거에 했다는 ‘존경 받는 기업이 돼야 한다’라는 어록이 기업인 최고어록 5위에 올랐다. 그러나 GS그룹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단골로 이름이 오른다. GS엠비즈의 사업 확장은 전형적인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비판을 받으며, 새로운 논란을 낳고 있다.

허 회장이 이끄는 전경련은 해체 여론에 시달린 지 오래다. 허 회장이 말한 ‘존경 받는 기업’의 실체가 무엇인지 의심나게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기자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한 것 하나. 이번에 전무로 승진한 이들이 ‘아들 뻘’ 전무를 어떻게 부르냐는 것. “전무님”, 아니면 “허 전무”
‘윗사람’에 성을 붙여 부르는 건 불경죄다. 해서 “전무님”일 가능성이 높다. 것도 아니면 그냥 “윤홍아~” 

*사실적 표현을 위해 사용한 ‘노가다’ ‘데모도’ ‘기리빠시’ 등 정제되지 않는 일본어로 인해 혹시 불편했거나 마음 다치신 100만 건설 노동자와 독자들이 계시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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