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염치(廉恥)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의 염치(廉恥)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1.07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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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책임을 지고 경질된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장관 자리에서 물러난 지 불과 4개월만으로 임명과 취임절차는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이뤄졌다.

취임식은 12월31일, 연말연시 시민들의 들뜬 분위기를 틈타 ‘꼼수 취임’했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의식한 것이다.  
국민연금공단 노조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노조는 지난 4일 그의 첫 출근길을 막아섰다. 문 이사장이 그간 사적연금을 옹호하고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조장했다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였다.

문 이사장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오해(誤解)는 대개 위정자들이 껄끄러운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한다. 장담컨대 노조와의 ‘오해’는 풀릴 리가 없다. 그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은.   

문 이사장은 2013년 11월 복지부 장관 내정 때부터 말이 많았다. 인사 청문회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한 번도 기부금을 내지 않고, 적십자회비도 2005~2012년까지 8년간 미루다 장관 내정 이후에 납부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재직 때는 법인카드로 아내와 아들의 생일일 챙기고, 유흥업소에서 결제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문 이사장은 당시 “(의혹을) 명백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많은 문제를 일으킨 것 같다. 사과드린다"고 둘러댔다.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 "사퇴하겠다"고 했지만 그는 약속을 저 버리고 입각을 택했다.  

<>이사장 임명으로 박 대통령, ‘간접사과’도 철회한 셈

국민연금을 ‘세대간 도적질’이라고 발언한 것은 논란의 백미(白眉)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500조원의 기금을 관리하고 국민 노후를 책임져야 할 국민연금공단의 수장에 발탁된 것이다.    

벌써 잊었나. 복지부의 대응 부실로 186명이 메르스에 감염되고 1만5000여명이 격리됐다. 38명의 무고한 시민은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

장관 임면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은 시기를 저울질 하다 결국 메르스 관련 사과를 하지 않았다.
문 장관을 경질한 것으로 대국민 사과를 대신한 셈인데, 그의 화려한 귀환으로 ‘간접사과’ 마저도 철회한 지경이다.    
문 이사장은 신년사에서 직원들에게 불요불굴(不撓不屈)을 강조했다고 한다. 사전을 뒤져보니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의미다. 국민 뜻을 거스르는 불요불굴은 오기(傲氣)고 독재다. 

지난해 메르스 때 국민의 60.4%가 그를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반대는 20%도 안됐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다. 체면(體面)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나 얼굴이다. 염치 불구하고 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일이 따로 있다. 

공명심(功名心)은 높으나 염치가 없고, 체면 차리기 좋아하는 고관대작들은 임명권자의 뜻을 핑계 삼는다. 그러나 평양감사도 제 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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