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와 신사, 그리고 삼성 이재용
논어와 신사, 그리고 삼성 이재용
  • By 김인욱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2.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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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람과 사회를 생각하는 글로벌 일류기업.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에 공헌하는 것이 경영이념이며, 경영원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 핵심가치는 '성공 DNA'다."

2005~2015년 인터브랜드社 선정, 브랜드 가치 452억 달러(55조 7,090억) 삼성의 자기소개서다.

1938년 태동한 삼성은 전자, 중공업·건설, 화학, 금융, 서비스산업 전반에 걸쳐 사업을 확장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1등 기업이 됐다.

이면도 있다. ‘삼성가 사람들 이야기’의 저자 이채윤은 "삼성이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으면서도 국민 기업의 이미지를 아직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이건희의 뛰어난 경영성과가 기대와 자랑거리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사회 양극화와 승자독식, 부의 편중 등 사회적 건전성을 해치는 암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이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같은 세간의 인식은 '삼성공화국'이라는 단어에 함축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물인터넷, 생명공학, 로봇문명 등 앞으로 이루어질 신문명의 물결은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 놓을 것“이라며 ”그때도 삼성이 '초일류기업 신화를 이뤄 낼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삼성을 보는 우리... 네티즌들의 시각 

일반인들은 삼성을 어떻게 생각할까 한 포털에 '삼성 이미지'라는 검색어를 쳐 보았다. 한 블로거는 "거대한 대한민국 대표기업인 삼성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며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던 노동자가 사망한 지 7년이 지난 후에야 공식 사과 했다. 아쉽다“라고 썼다.

A 스마트폰 카페에선 ‘삼성 스마트폰, 첫인상 첫 이미지의 중요성을 느끼네요’라는 글에서 "삼성 스마트폰은 하드웨어 신품 찍어낸 지 반년도 안돼서 구기종은 찬밥신세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지인들에게 삼성 스마트폰을 추천했더니 옴니아 시절을 생각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B 카페에선 "요즘 인터넷 댓글을 보면 좀 이상하다. 자국민을 봉으로 보는 기업을 왜 좋아하느냐 이런식이던데 오히려 삼성보다 애플이 우리나라를 더 봉으로 보지 않나요"라고 묻자 네티즌들은 "(우리나라와 해외) 가격차별이 가장 욕먹는 이유다" "(뒷)통수행보가 문제다" "기술력 (좋은 것)이야 두말하면 입만 아프지만…갤럭시 6 이후 갑자기 6+ 출시, 삼성측이야 더 많은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 했지만 6 엣지를 산 사람들 중 일부는 통수를 맞은 거죠" 등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C 커뮤니티에선 "삼성폰 골수팬인데… 어느날부터 파생모델 장사, 색깔장사, 용량 장사 하더니, 사후지원 부분까지 최악을 달리네요. 안그래도 지난번 노트5 128 기가 때문에 뒷통수 제대로 맞고 기분 별로인데 케이스 교체건도 정확한 공지와 가이드 없이 A는 가능 B는 불가능 하다며 소비자 우롱하며 이미지 추락 시키더니 이번 마시멜로 사태로 정점을 찍네요. 삼성이 왜 이러까요"라며 답답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 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삼성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 화가난다" "팬택이 부활하고 중국제조사들이 한국에 공식 진출해야 삼성도 긴장할 듯하다" "삼성의 어떤 대처를 원하나 LG에서 승인 안 떨어진건데" "삼성보다 통신사들이 더 큰 문제다" 등의 의견이 나왔다. '유명세 치르기'라고 치부해버리기엔, 원성이 높다.

삼성 마케팅에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JTBC 썰전 '스마트워치 시장에서도 맞붙은 삼성 VS 애플! 승자는 누구' 편에 출연한 최진기 강사는 "삼성은 저렴한 가격과 오래가는 배터리, 3G 기능이 장점"이라며 "중요한 건 중국이 어느 걸 따라 할 수 있겠느냐. 삼성은 인간에 대한 이해,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한 보고서에서 삼성이 5년 뒤 스마트폰을 안 만들거라는 전망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세간의 지적을 인지한 듯 삼성은 2015년 한해 인문학 강연을 가장 많이 했다고 발표하며 ‘인문학 열공’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논어를 사랑한 삼성家... 아전인수는 아닌지

삼성의 명암은 이제 '삼성 3세' 이재용 부회장의 몫이다. 삼성은 '이재용 시대'를 맞이해 전자와 금융을 뺀 나머지 계열사나 사업을 정리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 이재용 부회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과 어떤 공통분모와 차이로 그룹을 한 단계 도약시킬지가 관전 포인트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떤 이미지로 삼성을 이끌어 갈까. 기자는 삼성가가 사랑한 공자의 '논어', 그리고 '삼성맨'을 대체할 '신사의 품격'에서 해답을 찾길 권한다.

삼성가의 '논어' 사랑은 초대 회장에서부터 이어진다. 호암 이병철은 자서전에서 "나라는 인간을 형성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은 바로 논어다. 나의 생각이나 생활이 논어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해도 오히려 만족한다"라고 소회했을 정도. 아들 이건희 회장은 선대 회장에게 어떤 경영수업을 받았냐는 질문에 "논어를 보라고 해서 본 것 외엔 없다"며 '사람'을 중시하는 경영을 강조했다.

삼성가의 논어 사랑이 '일본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시부사와 에이이치(1840~1931)의 책 '논어와 주판'에서 비롯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 책은 논어의 경제·상업을 해석 할 때 전통적인 관점과 달리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자는 인의도덕이 없기 때문에 어진 사람이 되고 싶으면 반드시 부귀의 염을 버려라"라는 부분을 "부귀와 도덕은 결코 모순관계가 아니어서 함께 추구할 수 있다. 올바른 도리로 다하고 얻은 부귀라면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김학순 경향신문 대기자는 '대기업에서 논어 열풍이 부는 진짜 이유'에서 이와 같은 견해를 밝히고 "시부사와가 강조한 '도덕적 기업' 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에 방점을 찍으려는 자기합리화의 방편이 아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삼성그룹 홈페이지 캡쳐

<>동양사학 전공... 논어에서 뉴 비전 찾길

이견이 있기에, 선대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논어'의 가치를 '인문학‘을 전공한 이재용 부회장의 해석이 더욱 궁금해진다.

정치경제학과 경제학을 전공하고 이후 철학이나 인문학적 견해를 쌓았던 선대와 달리, 이 부회장은 서울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하며 인문학을 근간에 두고, 일본과 미국에서 경영 공부를 했다. 때문에 이재용식 '논어' 경영은 새로운 스토리를 담은 '삼성의 철학'을 보여주며, 뉴(NEW) 삼성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공자는 논어 '위정'편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가 (지금) 하는 것을 보고, 그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하는지 관찰하고, 그가 편안하게 여기는 것을 세밀히 살펴보라.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 사람이 어떻게 (자신을) 숨기겠는가"라고 하셨으니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이재용 시대'의 삼성을 가늠할 수도 있겠다.

삼성은 구글, 마이크로 소프트, 애플을 비롯한 기존 강자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샤오미 등 신흥 강자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국내에선 LG, SK, KT 등과의 우위권 경쟁도 남아있다. 한국인과 세계인에게 더욱 사랑받는 삼성을 만들기 위해서는 '삼성맨'으로 대표되는 삼성의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 954명을 대상으로 삼성의 이미지를 조사한 결과 '지적이다' '권위적, 냉정하다, 보수적이다'라는 결과가 나왔다. 외형적인 이미지는 180㎝가 넘는 큰키에 정장차림을 한 30대 직장인 남성이 연상된다고 답했다. 흔히 우리가 일컫는 '삼성맨'의 모습일 거다.

<>‘재벌 3세’ 꼬리표, 신사 이미지로 떼어 냈으면

여기서 보수성, 냉정함이란 이미지는 삼성이 몸 담아야할 혁신적인 세계와 거리가 먼 듯하다. 그래서 기자는 '신사'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제안해 보려 한다. 아직 베일에 싸여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이미지 쇄신에도 일조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우리는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 드라마 리멤버에서 남궁민이 연기한 '재벌 3세'의 모습을 보며, 그간 우리사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 겹쳐지며 권선징악적 결말에 환호성을 보내고 있다. 경영권 승계로 축적된 지위, '재벌 3세'라는 꼬리표가, 현실의 팍팍한 삶(헬조선)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과 대비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같은 생각은 자수성가형 부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우리나라의 현재와도 일맥상통 한다. 헤럴드 경제에 따르면, 우리나라 최상위 부자 100여명 중 자수성가는 30여명으로, 국내 최대 부호 10명 가운데 7명이 상속자, 즉 '금수저'다.

이는 스위스 투자은행 UBS와 자산관리 컨설팅업체 웰스 X가 작성한 세계 부(富)보고서와는 정반대인 현실이다. 웰스 X는 세계 초고액 자산가 21만1275명 가운데 63.8%인 13만4820명이 자수성가로 돈을 모은 부자라고 밝혔다.

때문에 '재벌 3세'라는 꼬리표를 이재용 부회장이 '신사'라는 긍정적 이미지의 단어로 떼어내길 바라본다. '신사'는 사람됨이나 몸가짐이 점잖고 교양이 있으며 예의 바른 남자를 뜻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여타의 글로벌 IT기업의 CEO처럼 '천재적인 괴짜' 이미지를 가져 갈 순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재벌가의 잘 자란 자제'를 택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게 좋다. 무엇보다 '신사'는 기본적으로 긍정적 이미지를 지닌 단어이기 때문에 다양한 수식어를 붙여 변화를 꿈꿀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쿨한 신사, 여성을 존경하는 신사,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신사, 재미난 신사, 멋진 신사, 일 잘하는 신사, 혁신적인 신사 등등 말이다. 이렇게 삼성과 이재용만의 '신사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창의성과 자유로움으로 무장한 경쟁자들(구글, 페이스북 등)과 겨뤄 이길 수 있는 묘책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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