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들
세기의 바둑 대결에서 우리가 얻어야 할 것들
  • By 김인욱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3.10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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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유튜브 캡쳐

놀랍고, 당황스러웠고, 한 인간으로서 서글펐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첫 바둑대결을 본 소회다. 구글이 야심차게 이세돌 9단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때, 많은 이들은 내심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판후이 2단을 꺾었지만, 세계 1위 이세돌 9단한테는 안되겠지' 하고.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충격의 불계패'. 알파고를 시험하는 초반은 위태로웠고, 중반은 희망이 보였으나 안심 할 수 없었고, 후반에 잘못 놓은 한 수로 세가 무너져 돌을 던져야만 했다.

대국에 앞서 한 언론은 '구글에 의한 구글을 위한 대결'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알파고가 가장 창의적인 바둑 고수와 수싸움을 하며, 더 진화할 것임은 틀림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경기에 져도 학습능력을 통해 ‘진화’하니 본전, 이기면 ‘AI(인공지능)=구글’이라는 등식에 누가 토를 달겠는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는 에릭 슈미트 알파벳(구글 지주회사) 회장의 화려한 수사(修辭)는 우연이 아니었다.

이런 가운데 첫승을 거둔 알파고, 구글의 목표는 이미 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글은 가장 창의적인 '바둑'에 도전장을 내밀어 인공지능 기술의 뛰어남을 과시하며, 인공지능분야에서 자신의 위치를 선점하려는 포석이었다. 예상대로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알파고의 능력을 전세계에 생중계함으로써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 '세기의 대결'로 무엇을 얻어야 할까

우선 바둑계는 스포츠로서 바둑을 알리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바둑기사 택(박보검 분)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바둑에 대한 관심에 군불을 지폈다면, '세기의 대결'은 군불에 기름을 붙는 계기로 삼으면 어떨까.

드라마의 히트로 서점에서 바둑 관련 서적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긍정적인 신호다. '창의성이 집약된 스포츠'라며 인공지능도 공부하는 바둑,

이세돌 9단을 비롯 세계 바둑계를 호령하는 바둑기사들을 수두룩하게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그러나, 바둑의 인기가 그다지 높지 않다. 이번 대국에서 '불계패'라는 바둑 용어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물론, 기자도 올랐다.

실제로 SNS에는 쏟아지는 기사에 대한 코멘트로 "무슨 소리인줄 모르겠다. 그냥 조용히 봐야지"라는 반응이 많았다. 아직 네 판이나 남았다. 중계에 앞서 바둑의 기초 상식을 방송이나 뉴스에서 다뤄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와 관련한 바둑계에서 보도자료를 만들어서 배포한다면, 바둑을 모르는 기자들이 더 쉽게 기사를 쓸 수 있고, 이는 더 이해하기 쉬운 기사로 독자들에게 전달될 것이란 생각이 든다.

김연아에 열광하며 생소한 트리플 악셀, 더블 러츠, 스파이럴, 이나바우어 같은 피겨 용어도 습득한 우리 국민이다. 김연아는 추위에 TV 앞에서 잔뜩 움츠리고 있던 피겨 꿈나무들을 빙판으로 끌어냈다. 한국 피겨의 미래, 그래서 밝다.

다음으로 정부다. 구글은 인간과 겨루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전문가들은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을 '걸음마 수준'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한다.

한때 진행됐던 음성인식 기술 연구가 좌절 되면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는 평가다. 성과 위주의 연구시스템이 초래한 결과다. 성과, 성과, 성과…. 민간기업에 부족해 이젠 관료사회로까지 성과주의가 파고 든다. 성과에 집착하면 창의성을 발현할 수 없다.

노벨상을 쏟아 내고 있는 일본을 보라. 사제지간으로 이어지는 대를 이은 연구가 해마다 일본 국민들에게 노벨상을 안기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기초연구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미래 기술 후진국'으로 전락하고야 말 것이다.

교육도 병행해야겠다. 특히 청소년들이 미래의 IT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미 제작 돼 있는 방송, 서적, 영화 등을 통해 인공지능 등 미래의 기술을 간접경험할 수 있게 해야겠다.

그래야 "깜짝 놀랄 만한 인공지능을 만들어 인류에 공헌하겠어" 라고 말하는 야심찬 청년이 생겨나지 않을까. 물론 어른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인공지능에 대한 상상을 쉽고 빠르게 하고 싶은 어른들이라면 기자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HER'(2013)라는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청소년 관람 불가이므로).

'아름다운 그녀' 스칼렛 요한슨이 인공지능 목소리를 맡았다. 지식을 습득하다 보면 인공지능에게도 감정이 생길까 미래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과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풀어볼 수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결에서 승패를 떠나 '자부심'을 얻어갔으면 좋겠다. 세계 1위 바둑 고수라는 자부심, 그리고 창의성을 인공지능에게 한수 전수했다는 자부심, 이세돌 스럽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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