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차원이 다른 퀴즈 AI, 국산기술로 만든다”
“알파고와 차원이 다른 퀴즈 AI, 국산기술로 만든다”
  • By 정세진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3.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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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택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

이번엔 퀴즈쇼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 이제 적잖게들 식상해 지셨을 터. 인간과 인공지능(AI)의 흥미진진한 퀴즈쇼가 곧 펼쳐진다. 한국에서, 그것도 상대는 외산(外産)이 아닌 토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엑소브레인(Exobrain-외뇌:外腦)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엑소브레인은 방대한 데이터로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뿐만 아니라 지적인 영역에서의 질문에도 답을 내는 인공지능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10년간 매년 80억의 예산을 쏟아 붓는다. 엑소브레인의 데뷔전은 올 10월께 EBS '장학퀴즈'에서 치러질 전망이다.

관전 포인트는.

“알파고와 엑소브레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알파고는 게임규칙만 알면 되지만, 엑소브레인은 인간의 ‘자연언어’를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차원이 다르다. 또 알파고는 착수(着手)를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지만 엑소브레인은 직접 답을 한다.”

엑소브레인 개발에 참여중인 박영택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한국정보과학회 인공지능연구회 위원장), 그는 “알파고의 경우 바둑 세계 최강인 이세돌과의 대결로 흥미를 모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세인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퀴즈쇼는 훨씬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리 보는 엑소브레인의 활약상은 이렇다. 예를 들어 진행자가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에서 의병을 일으킨 장군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곽재우”라고 대답을 하는 식이다. 자연언어를 이해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주파수를 이해하는 음성인식과는 차이가 있다. 훨씬 고난위도의 기술이 필요한 것.

이번 퀴즈 대결의 아이디어는 지난 2011년 미국의 유명 퀴즈쇼인 '제퍼디쇼'에서 인간과의 대결에서 우승을 차지한 IBM의 인공지능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에서 차용했다.

왓슨이 데뷔전을 갖는 데는 10년, 엑소브레인은 채 4년이 안 걸려 국내외 과학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TRI는 엑소브레인의 우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학퀴즈 기장원전의 문제 난이도는 제퍼디쇼보다 높은데도 말이다. 우리정부가 인공지능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박 교수의 말에 답이 있다. “인공지능이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영역인데 비해 왓슨을 개발한 IBM은 하드웨어 회사다.

그런데도 IBM이 왓슨을 선보인 이유는 ‘퍼스트 무버’가 시장을 장악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 즉, 자사가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어드밴티지를 갖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은 거다. 하드웨어 기반의 회사 이미지에 소프트웨어 덧씌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국은 ICT 하드웨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 반열에 올라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로 가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컨버전스(convergence·융복합)의 시대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양립해야 발전이 가능하다. 왓슨에 자극 받은 정부가 팔을 걷어 부친 것.

엑소브레인이 퀴즈쇼를 데뷔전으로 선택한 이유는 홍보효과 때문. 알파고 덕분에 구글의 시가총액이 58조원 상승했단다.

박 교수는 “IBM은 왓슨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미디어를 동원했다. 구글이 이세돌 9단을 선택한 것과 같은 전략이다. 제퍼디쇼에서는 왓슨이 승리를 거두면서 대중들이 IBM을 알게 됐다.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전까지 IBM은 기업용 슈퍼컴퓨터 제작업체로 대중들에게는 생소했다. IBM의 홍보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IBM은 소프트웨어, 즉 인공지능을 선도하는 회사로도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엑소브레인의 데뷔전이 흥행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실 바둑은 한·중·일 극동아시아 3국에서만 인기다. 이번 세기의 대국이 어떻게 보면 찻잔 속에 태풍에 그쳤다. 서양 사람들은 바둑을 잘 모른다. 반면 제퍼디쇼는 우리나라의 장학퀴즈 이상으로 전 연령대에서 사랑받는 프로그램이다. 왓슨의 등장이 큰 임팩트를 줬다.”

IBM의 공격적인 인공지능 개발은 로봇수술 같은 메디컬 부문의 잠재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영국의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메디컬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개발 중인 인공지능에는 엑소브레인 외에도 ‘딥뷰(Deep View)’가 있다. 딥뷰는 영상을 보고, 이를 이해하는 기능을 갖춘 일종의 감시카메라.

CCTV는 범죄 현장을 녹화할 수 있지만, 그 녹화영상을 분석하는 일은 현재로서는 인간의 영역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딥뷰는 범죄현장 등 문제의 장면을 포착하면 단시간에 스스로 진단·분석해 경찰에 알리는 등의 예방조치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항에 밀입국하는 사람이 있을 때 딥뷰를 설치해 두면 게이트를 여닫는 모습 등을 파악해 센서로 알릴 수 있다.

한편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지난번 바둑 대국 때 미국의 성조기가 아닌 영국 국기 유니언잭과 태극기가 게양돼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세돌과 대결한 주체는 미국 회사 구글이 아닌 영국의 딥마인드였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구글은 잘 알다시피 인공지능이 아닌 검색엔진에 특화된 기업이다. 알파고를 만들기 위해 딥마인드의 기술력이 필요했다. 한국도 자체기술로 인공지능을 제작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건이 안되면 외국기업을 인수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기술을 도입하는 데에는 걸림돌이 있다. 삼성과 LG 같은 기업들은 기술을 들여온 후 바로 현금 창출이 되지 않으면 그대로 사장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것. 기술도입후, 관행에 따라 인수기업 CEO를 내보내고 자사의 중역 가운데 한명을 내려 보낼 가능성이 크다. 구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딥마인드를 인수하면서 원래 오너인 데미스 허사비스의 CEO 지위를 유지시켰다.

국산 인공지능 개발을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금, 박 교수는 “삼성과 LG가 인공지능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는 않다”며 “정부에서도 투자를 한다고는 하지만 자금 투입보다 신경 써야 하는 일이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돈을 촘촘히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가지는 빅데이터의 활용. 미국은 인공지능 개발에 필요한 빅데이터를 모두 공개하는데 우리나라는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데이터가 많지 않다. 정부 3.0을 통해 공공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영역으로도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프라이버시권 침해 소지 등에서 문제가 많다.

인공지능 개발에서 데이터는 원자재와 같다. 따라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빅데이터를 원활히 활용할 수 있는 묘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또 주입식 교육인 입시보다 실무를 위주로 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학교에서 강화하고, 기업들의 전략적 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알파고가 언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구글은 한국 기업에 비해 더 길게 내다보고 인공지능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도 5년, 10년의 기간을 두고 개발에 나서는 만큼 인공지능을 통한 당장의 수익 창출보다는 더 먼 미래를 바라보며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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