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영재'들은 다 어디 갔을까
그 많던 '영재'들은 다 어디 갔을까
  • By 김인욱 기자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4.04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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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 ‘우리 아이들과의 약속’ 동영상 캡처

붐(Boom). 영재를 향한 시선은 항상 그래왔다. 뜨겁게 타오르다 금세 잊혀졌다. 대한민국에선 '공부를 잘 한다'는 큰 자랑거리다. 그래서 천재, 영재, 수재들은 매스컴의 단골 출연자이기도 하다.

치열한 초중고교 학창시절을 보내고 이른바 ‘SKY’나 카이스트, 외국의 유명 대학을 합격한 이들은 칭송받는다. 그들의 공부 노하우를 담은 책이 나오면 베스트셀러가 되고, 사람들은 이를 따라 하기 바쁘다. 그리고 어느새 잊혀진다.

하지만, 성인이 된 이후 천재 소년·소녀의 성공기는 좀처럼 듣기 어렵다. 그 많고 많던 영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멀리까지 갈 필요도 없다. 학창시절 성적으로 전교에서 '날고 기던' 동창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나 그들은 내가 생각한대로 '큰 사람'이 돼 있던가

지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판·검사, 변호사, 의사, 교수, 대기업, 요식업.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경우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오겠지만, 생계, 취업이란 현실의 굴레 앞에 돈과 명예가 함께 따라오지 않는 직업들은 선택지에서 버려지기 일쑤다. 때문에 기초과학 분야나 소프트웨어 업계는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고, 돈이 안되니 정부의 지원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어 발전이 더디다.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교육과정과 학력, 직업 위주로 판가름 되는 '인생 성공'의 척도도 문제다.
국내 IT기업의 천재로 손꼽히는 인물의 대부분은 속된말로 '외국물'을 먹었다. 배울 수 있는 한계가 있고, 그래야 인정받는다는 사회적 편견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자라 독학으로 공부해 성공하면 아직까지 '신화'로 치부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아버지의 사업 부도로 생활고를 겪은 천재 ‘IT소년’이 돈을 벌기 위해 대학생 졸업작품을 대신 만들어 판매 하다 불구속 입건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는 카이스트(KAIST) 컴퓨터 영재교육 과정을 수료하고 기획재정부가 뽑는 'SW 마에스트로 100인'에 선발될 정도로 수재였지만, 대학 원서비 몇 만원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 했다고 한다.

일자리를 찾아 헤맸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고졸'인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러다 범죄의 늪에 빠져들게 됐다. 그의 불행한 사연이 언론에 알려지자, '고졸 천재 프로그래머'에 IT기업들의 러브콜이 왔다. 하지만, 언론이 이를 보도해 주지 않았다면, 그의 생활은 어땠을까.   

또한, 비범한 능력을 지닌 천재들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 섞인 이중적인 시선, 성과주의는 그들의 날개를 꺾기도 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 신동은 김웅용 신한대 교수가 아닐까. 하지만 그는 스스로 천재 수식어를 떼어버리고 범인의 삶을 택했다. 왜일까. 네 살 배기 김웅용 꼬마의 아이큐는 210. 세계적인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180)보다 높았다. 5살 때에는 4개 국어를 구사했고, 한양대에 입학하기도 했다. 8살 때에는 건국대 이공대학 물리학과를 수료 했다. 당시 나이 제한이 있어 졸업은 못했다고.

이후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들어가며 세간의 주목을 끌었지만, 17살에 아무런 성과 없이 고국으로 돌아오자, '실패한 천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그는 주변의 기대와 달리 명문대가 아닌 지방 국립대인 충북대를 선택했다. 평범한 삶이 그리웠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한양대에 들어가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운한 천재는 또 있다. 오직 '최연소 박사'라는 타이틀을 위해 질주한 천재소년 송유근. 하지만, 그의 논문이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저널(ApJ)'에서 철회된 이후로, 그의 천재성은 의심 받았다.
논문이 공동저자인 한국천문연구원(KASI) 박석재 연구위원의 학회 발표자료를 상당수 그대로 베껴 쓰고도 인용표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를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로 만들기 위해 국가는 2010년부터 매년 수천만원대 국가예산을 투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와 그의 주변은 '최연소 박사'라는 성과만 본 나머지, '인용표기'라는 기본 소양을 놓친 것이다. 인용표기 누락에 지나치게 관대한 학계의 관습이 결국 '천체물리학 천재'의 발목을 붙잡고 말았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성장할 지는 두고 봐야 한다. 최근 그는 천재 소년이라는 꼬리표의 무게감을 한 방송에서 여실히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의 교육 환경 자체가 뛰어나거나 재능 있는 아이들을 분리시키려 하고 시기·질투심으로 바라보는 게 강하다"며 "혼자 공부해야 하니 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들을 때 열 살 정도 차이가 났다. 아무래도 어울리기 힘들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언급된 김웅용 교수와 같이, 유년시절 평범하지 못했던 자신의 삶에 대한 고충이 여실히 느껴진다. 송유근 군은 "기회가 닿는 대로 아이들을 많이 도울 수 있는 선배이자 동료가 되겠다"고 말했다.

미국 CBS 드라마 '빅뱅이론'을 보면, 각기 다른 캐릭터를 지닌 '천재'들이 우리와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
어떤 한 분야에서 특화된 그들이 때로는 강박적이고 괴짜같이 보일 때가 많아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그들은 일상의 저편이 아닌 이편에서 살아가는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주지 시킨다.

하지만, 우리나라 매체는 천재의 '다름'만을 강조한다. 신적인 존재로서 모든 것을 해결해내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묘사하다, 그들이 잘못을 저지르면 앞다퉈 물고 뜯기 바쁘다.    
 
최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우리나라 인재양성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들이 많이 쓰여 졌다. 공통점은 '알파고의 아버지' 하사비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이와 같은 세기의 대결은 볼 수 없었을 것이라는 거다.

10년 후에도 "그 많던 영재는 다 어디에 있는가"라는 의문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천재가 범인이 되지 않고, 천재로서 행복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비단 천재와 신동에 국한된 고민거리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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