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주, 적십자사 총재? MCM회장?... 정체성을 묻다
김성주, 적십자사 총재? MCM회장?... 정체성을 묻다
  • By 이현정 기자 (kotrapeople@koreaittimes.com)
  • 승인 2016.05.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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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주 적십자사 총재의 로이터 인터뷰: 로이터 캡처

‘이게 뭔가’ 하고 기사를 클릭했다. 그리고는 눈을 의심했다. 설마 했는데, 맞다. 매체는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한국 대표 여성기업인’으로 소개하고 있었다. 지난 4월 21일자 ‘로이터’ 기사다.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성주는 로이터에 이렇게 말했다. ‘MCM은 틈새 명품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들의 강한 욕구를 충족시키며, 5년 내에 매출을 두 배로 키워 20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깨알 같은 MCM의 사업계획이 이어진다. “1976년 독일 뮌헨에서 탄생해, 지금은 700불짜리 화려한 스터드 장식을 내세운 백팩으로 유명한 MCM은 일본, 유럽과 같은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고 있다. 파리를 포함한 주요 쇼핑 핫플레이스에 매장을 오픈을 할 생각”이라고 했다.

<>“나는 돈보다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막 일본 시장에서 시작 단계”라고 덧붙였다. 인터뷰는 계속된다. “한국은 2015년에 8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세계에서 가장 큰 면세시장이다. 그 시장에서 MCM은 루이비통 다음으로 가장 큰 패션 브랜드”라고 자랑한다.

김 총재는 또 “MCM 매출의 약 60%는 아시아에서, 나머지는 유럽, 중동, 미국에서 발생한다. 2015년 14~15% 매출 성장을 보였는데, 올해는 약 20%의 매출 신장”을 전망했다.

매우 흥미 있는 내용도 있다. 김 총재는 ‘회사를 상장 할 생각이 없냐’는 로이터 기자의 질문에 “관심이 없다”며 “돈이 돈을 좌지우지 한다. 나는 가치에 더 중점을 두는 사람(Money dictates money, I'm (a) more value-driven person)”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세계적인 비지니스지(紙)와 인터뷰라니...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기사를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돈보다 가치를 중시 한다’니 적십자사 총재로서 장광설(長廣舌)을 기대했다. 그런데... 대한적십자사에 대해 단 한 마디도 안한다.

혹시나 해서 ‘구글링’했다. 세계 유수언론들이 로이터 기사를 받아서 썼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그랬고, 독일의 피혁제품 전문지인 ‘레더바렌리포트(Lederwarenreport’는 “MCM은 한국에서 루이비통에 이어 매출 2위 럭셔리 브랜드”라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독일 패션·미용전문지 ‘패뷰(fabeau)’는 “1990년대 MCM의 라이선스를 취득한 뒤 2005년에 완전히 인수한 한국의 여성기업인 김성주가 브랜드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큰 포부를 밝혔다”고 전했다.

<>두렵긴 했나... 국내 언론과는 인터뷰 한 차례도 안해

이번 김성주 총재의 인터뷰는 지난달 21일 서울에서 개최된 ‘컨데나스트 인터내셔날 럭셔리 컨퍼런스'에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이날 행사에서 딸을 앞세웠다. 일부 언론은 ‘2세 경영개막’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김 총재의 언론 인터뷰는 이번 한번 뿐일까. 다시 ‘구글링’. 이번엔 방송이다. 역시 매체는 외신(外信)을 선택했다.

김 총재는 지난해 6월 미국 경제뉴스 채널인 CNBC와의 인터뷰에서 “(MCM)은 현재 핸드프리 백을 만들고 있으며, 21세기 글로벌 노마드(nomad) 라이프 스타일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블라 블라 블라’ MCM의 사업설명을 늘어놓았다.

다시 혹시나 싶어 김 총재의 기사를 검색했다. 이번엔 포털 ‘네이버’, 검색어는 ‘김성주 MCM 회장’. 역시 없다. MCM 회장 자격으로 국내 언론과 한 건의 인터뷰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총재가 외신만 편애하는 이유는. 재계 한 인사는 “(국내언론과 인터뷰 하면) 사퇴감”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총재는 지난 2014년 10월 13일, 기업인 출신으로 처음으로 대한적십자사 총재에 임명됐다. 명망가들이나 넘볼 수 있었던 자리다. 전문성 부족, 말실수, 적십자 회비 ‘몰빵 납부’, ‘국감 뺑소니’ 등 갖가지 물의를 일으키고 뒤늦게 “생각이 짧았다”며 머리를 숙였다.

김성주 총재는 네이버에 자신을

<>MCM은 세계로 뻗고, 적십자 회비는 쪼그라들어

총재 후보자 추천에서 결정까지 걸린 시간은 단 11분. ‘대통령의 사람’은 그렇게 일사천리로 대한적십자사 총재 자리를 꿰어 차면서 “총재직을 명예직으로 생각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진다.

그래서 인가, 작년 12월 김 총재가 이사장으로 있는 성주재단이 대한적십자로부터 ‘최고명예대장’을 받았다. 총재로 임명된 이후 집중적으로 기부금을 납부해 ‘셀프 수상’이라는 비난이 극에 달했다.

더구나 자신의 저서에서 ‘아름다운 왕따가 되고 싶다’던 분이 대한민국 최고 명예직에 올랐으니 국민들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김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MCM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적십자사는

적십자회비 모금액 실적은 갈수록 줄고 있다. 경기지사 징수액만 보면 2013년 101억3700만원, 2014년 102억2200만원에서 김 총재가 온전히 재직한 2015년에는 89억40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경기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적 현상이다. 물론, 경기침체 영향이기도 하지만 김 총재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작용했다는 게 재계 안팎의 평가다.

<>김 총재, 네이버에 본인 소개를 ‘기업인’으로...

“생각이 짧았다”며 국회의원들 앞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렸던 김성주 총재. 지금은 생각이 좀 ‘길어’졌을까. 김 총재 스스로 생각하는 그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해답은 네이버 인물검색에 있다. 네이버 인물정보는 김 총재를 ‘기업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소속은 성주그룹(대표이사, 회장), 성주재단(이사장), 그리고 마지막에 대한적십자사(총재)가 나온다.

네이버 인물정보의 등록 및 수정은 본인, 가족, 소속기관 관계자가 할 수 있다. 본인이 1순위고 대리인이 할 경우 본인과의 관계 증빙서류 및 위임장이 있어야 가능하다. 때문에 김 총재 스스로 자신을 적십자사 총재보다 성주그룹 회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외신 인터뷰와 관련 성주그룹(MCM) 관계자의 반응은 이랬다. “(김 총재의) 본업이 기업가 아니냐, 기업가로서의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편견”이라고. 대략 난감이다.

그렇다면, 김성주 총재에게 대한적십자사 총재자리는 'MCM'같은 명품 액세서리 정도 되시겠다. 럭셔리 하신 분이 총재라고 쌀 포대나 배달하자니 따분 했던가, 일면 이해는 간다.

각설하고... 행여 이런 사실을 김 총재가 알았다면 ‘고의’고 몰랐어도 ‘중과실’이다. 물론 법적 책임은 없다. 도의적 책임을 지고 자리를 내려놓으면 그만이다. 분수 모르고 덤빌 분, 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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