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민신문 ‘필독’ 지시 구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농민신문 ‘필독’ 지시 구설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05.23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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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 새로운 구설수에 올랐다.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구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병원 회장은 군사독재시대에나 있을 법한 농민신문 강매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 회장이 취임 한 달 만에 전임 농협중앙회장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그간 농협중앙회장은 횡령과 배임·금품수수 등으로 구속되고 검·경의 수사를 받는 등 직위를 악용한 구태를 보여 왔는데, 김 회장 역시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농민신문’을 강매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농협중앙회의 한 지역본부가 작성한 공문에 따르면 김병원 회장은 취임 한달 만인 지난 4월 정례조회에서 농민신문 ‘구독 확대’를 지시한다.

김 회장은 “우리 농협 임직원들부터 농민신문을 구독해야 한다. 나는 농민신문에서 농협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임직원들은 신문 잘 안 본다. 특히 3급 이상 직원들부터 농민신문을 보라. 집으로 배달해서 읽도록 권장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3급 이상 직원은 ‘무조건’... 지역조합별로 ‘할당’

해당공문에는 세부계획으로 3급 이상 필독, 4급 이하 자율구독(지도·경제 담당자 적극 구독 권장), ‘범농협 임직원 농민신문 구독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적혀 있다.

또한 도시형농협은 조합원 수 대비 8%, 농촌형농협은 조합원 수 대비 5%, 보급률 10% 미만인 농협은 2% 가산, 작년말 대비 100부 이상 감소한 농협은 5% 가산이라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함께 달성률 100% 이상인 최우수 2개 사무소에는 표창을 수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협조사항으로 각종 회의 시 추진 공감대 공유, 농협별 추진 우수사례 발굴 및 전파를 지시한다.

노조는 “김 회장은 권위주의 정권시절에나 있을 법한 신문강매 행위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며 “당선소감에서 ‘임기 4년 중 1년은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데 쓸 것’이라고 밝혔으면서 약속과도 위배되는 폐습을 취임하자마자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8년 농민신문 구독률을 기준으로 조합의 경영성적을 매기는 것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노조는 그러면서 “취임하자마자 3급 이상 전 직원은 농민신문을 봐야하고, 전국 1,124개 농·축·품목조합의 조합원 대비 5%에서 8%까지 농민신문을 추가로 구독시키겠다는 것”이라며 “몰상식하고 구시대적인 지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재 농민신문의 발행부수는 유료부수를 기준,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를 포함 6위다. 노조에 따르면 농민신문 구독자의 99%가 유료독자다.

<>“와전”이라면서도 논란일자 ‘공문 철회’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로부터 3억 5000여만원, 농민신문사 회장으로 이보다 많은 3억 7000여만원을 연봉으로 받고 있다.

농민신문은 농협중앙회의 관계사로 지역농축협이 출자했다. 그러니까 농축협조합원들의 회비로 설립된 신문사여서 4억원에 가까운 연봉이 과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나왔다.

노조는 “농민신문은 농민들을 대변하기 보다는 개방농정을 진두지휘하며 농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피해만 입혀온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입노릇을 해왔다”며 “농민들이 출자한 농·축협이 추가예산을 편성해 농민신문을 추가구독 하는 것은 농민 조합원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이며 강도행각이나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23일 본지와의 최초 통화에서 “(본 사안을) 해당지역본부가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다.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 통화에서는 “(김 회장이 농민신문을) 좋은 신문으로 만들어야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다고 한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면서도 “발송 공문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에 따르면 이번 김 회장의 지시로 신문구독에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 구독료는 81억1000만원. 1,124개 조합 평균 720만원 가량이어서 조합규모에 따라서 추가예산을 잡아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농협중앙회의 한 지역본부가 해당 지역농협에 발송한 공문: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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