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테크 노동자 자살, 업무상 재해 인정
이지테크 노동자 자살, 업무상 재해 인정
  • By 이현정 기자 (kotrapeople@koreaittimes.com)
  • 승인 2016.06.0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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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이 남긴 일기장: 출처-금속노조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씨가 회장으로 있는 회사 이지(EG)테크의 노조위원장 자살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금속노조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이지테크 분회장이던 양우권씨(사망 당시 48세)는 사측과의 갈등 과정에서 지난해 5월 10일 자살했다.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관리위원회(이하 위원회)는 지난 1일 "양씨의 사망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사망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양씨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위원회는 "산재보상법에 의해 근로자가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았거나 정신적 이상 상태에서 자해행위를 할 경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다"며 "해고와 복직의 반복, 징계처분, 월 40만원 급여 삭감 등 경제적 불이익과 (회사가) 동료들과 대화도 못하게 하고, 함께 식사도 못하게 했으며, 부서 회의에 제외시키는 등 조직적인 왕따가 있었다“고 밝혔다.

자살 직전 고인은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당했다. 양씨에게 찾아온 첫 해고는 2011년 4월 25일. 양씨의 정신과 치료 기록은 2011년도 1월부터였다.

양씨는 사측의 노조탈퇴 강요를 받던 과정에서 징계해고를 당했다. 그가 2011년 병원에 갔을 때 근무지 무단이탈로 정직처분을 받았고, 이어 정직 기간 중 출근하지 않았다며 사측은 그를 해고해 버렸다.

고인은 소송 끝에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결을 받아내 2014년 5월 복직했다. 그러나 현장 근로자이던 고인에게 배정된 보직은 사무직. 벽을 마주보는 책상에 앉아 홀로 1년을 버텼다. CCTV가 지켜보는 가운데 복직자 교육명목으로 사실상 사무실 대기상태로 지낸 것. 1년 동안 고인은 인터넷도 연결이 안 된 노트북을 사용했다.

고인의 일기에는, 사측이 현장 근로자인 그를 원직복직을 시키지 않고, 업무를 주지 않은 채 교육 및 학습내용 발표 등을 시키며 온갖 트집을 잡았다고 나온다. 매일 진행되는 오전회의에서도 배제하고 식사 및 전체 회식에서도 제외했다.

2014년 5월 19일 그의 일기장에는 "20시 50분 000 대리가 전화와서는 회사에서 내가 들어오면 아는체도 하지말고, 대화도 나누지 말라고 했다. 누가 그런 지시를 내렸느냐 물으니 그것은 말해줄 수 없다고 하였다"라는 대목이 있다.

양씨가 죽기 직전 받은 정직 2개월 건의 사유도 '포항으로 발령냈으나 이에 불응'해서였다. 양씨의 생활근거지는 광양이었다. 고인은 2015년 4월 30일 정직 처리 받고 열흘만에 인근 공원에서 목을 맸다.

고인이 1년간 사용했던 책상: 출처-금속노조

한편 이지테크 노조는 지난 2006년 12월 50여명의 직원들 가입으로 시작됐다. 노조원들은 사측이 "급여가 적은 라인으로 배치전환, 부모님께 전화해 아드님이 회사 못 다니게 생겼다고 협박 전화를 일삼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50여명 노조원 모두가 떠나가고 양씨는 조합원이 한명인 1인 분회가 됐다. 이에 사측은 홀로 남은 양씨를 탄압, 노조 와해를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업무상질병관리위원회의 이번 산재 결정으로 3번의 징계와 2번의 해고, 3년 간의 원직복직 투쟁, 복직 후 1년간의 감시와 왕따가 고인을 죽음으로 몰아 간 게 아니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포스코와 이지테크는 아직까지도 고인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고인은 박지만 회장에게 남긴 유서에서 “지금 당신의 회사 현장에서는 당신의 자식들과도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그 뜨거운 로스터 주위에서 위험한 유독물을 취급하면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또 그 열악한 환경에서도 불평 한마디 없이 열심히 일하고 있소”라며 “당신은 기업가로서의 최소한의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없는 사람이요… 진정 인간다운 기업가다운 경영인이 되어 주시오”라고 당부했다.

한편 박지만 회장의 이지(EG)그룹은 산화철 시장에서 15%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하며 세계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주요 납품처는 포스코그룹.

고 박정희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철강왕’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은 박지만 회장이 1989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됐다 석방된 직후 이지(EG) 부사장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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