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유탄 맞은 한국거래소
‘최순실 게이트’ 유탄 맞은 한국거래소
  • By 이준성 기자 (jslee@koreaittimes.com)
  • 승인 2016.11.2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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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

지난 9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가가 술렁였다. 한국거래소(KRX)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신임 이사장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내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지휘했던 최경수 이사장의 유임(留任)이 유력시되던 터였다. 정 이사장은 그를 포함해 6명이 이사장 후보에 응모했지만, 결국 단독후보로 추천돼 이사장에 올랐다.

거래소 노조는 반발 성명에서 “정 전 부위원장은 금융연구원, 대통령 인수위, 금융위 부위원장,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한 사람으로 대표적인 관피아, 정피아, 연피아에 해당한다"며 "이번 낙하산 인사는 박근혜 정권이 추진 중인 지주회사 전환 등 일련의 거래소 개악시도의 첫 번째 단추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낙하산 인사 취임으로 자본시장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당시만 해도 거래소 노조와 여의도 증권가는 정 이사장 취임으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봤다.

정 이사장은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82학번으로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과 동기다. 두 사람은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고 정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냈다.

정 이사장은 강 수석과 어울리면서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각종 정책연구 모임에 참여하면서 이른바 ‘문고리 3인방’ 등 박 대통령 핵심측근들과 두터운 교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또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했고, 산업은행장과 기업은행장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는 이른바 ‘정권의 숨을 실세’로 통했다. 이에 따라 정 이사장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을 강력하게 밀어 붙일 것이라는 전망이 여의도 증권가에서 나왔다.

<>박영선 “정찬우 이사장이 금융계 인사 주물렀다”

이날 노조의 성명도 이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나 정 이사장이 취임한 지 2달. 지주회사 전환 작업은 험로를 걷고 있다. 지난 21일 ‘지주사 전환'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자본시장법)'이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 소위는 ‘부산 본점’ 명기 문제외에도 지주사 전환 이후의 ‘로드맵 부재’를 문제 삼았다. 여야가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시장을 분리했을 때 각각의 경쟁력 확보방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큰 문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드러나면서 정찬우 이사장의 입지가 매우 협소해 졌다는 점이다.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으로 박근혜 정권이 국정 주도권을 야권에 넘겨주고 있는 상황에서 정 이사장이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박영선 의원(더민주)은 11일 긴급현안질의에서 “차은택이 문화계의 황태자였다면 금융계 인사를 주무른 사람은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이라며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내통하면서 금융계 인사를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28일 야권의 한 인사는 “정 이사장은 취임 때부터 낙하산 논란을 불렀고, 최근에는 정권 실세들과 밀착해 금융권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어서 그 와의 만남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새누리당에서도 비숫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의 한 여권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 이사장과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논의를 하는 자체가 자칫 오해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계했다.

<>담배 꼬나물고 기자들에 반말하던 ‘기개’는 어디가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실 정 이사장이 취임할 때만해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거래소의 지주사 전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은 없었다.

정찬우 이사장이 내정된 것은 지난 9월 22일. 같은 날 오전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렇게 말한다.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국민의 단결과 정치권 합심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지 않으면 복합적인 현재의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어려울 것이다."

최순실 씨 이름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비판 언론과 야당이 근거 도 없는 의혹을 사실인 것처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게 박 대통령의 시각이었다.

당시만 해도 박 대통령이 이같은 측근 비리 의혹을 밟고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비리 의혹이 봇물 터지듯 쏟아 졌지만, 야당과 비판언론 입장에서는 ‘결정적 한방’이 부족했다.

정찬우 이사장의 내정 또한 박 대통령이 국정 주도권을 잃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이 여의도 정가와 증권가에서 나왔다.

그러나 그로부터 한달 정도 지난 10월 24일. JTBC가 최순실 씨의 태블릿 PC를 입수해 보도함에 따라 박 대통령은 다음날 ‘백기’를 들고 대국민 사과담화를 하게 이른다.

그래서인가. 지난달 출입기자들 앞에서 담배를 피며, 반말로 간담회를 진행했던 정찬우 이사장은 이후 ‘두문불출’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1일 “정 이사장은 일체의 언론과 접촉을 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의도에서는 정 이사장을 두고 “‘묘수’인가 했더니 ‘자충수’더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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