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문화적인, 너무나 반문화적인
반(反)문화적인, 너무나 반문화적인
  • By 김민지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6.12.13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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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채널A 캡처

창조경제와 문화융성. 뭥미 2013년 2월 대한민국 땅에서 사어(死語)나 다름없는 창조와 융성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그것도 새로 출범하는 정부의 국정 핵심아젠다란다.

어릴 적에 귀가 따갑게 들었던 한 헌장의 내용이 생각났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나... 민족의 슬기를 모아 새 역사를 창조하자’.

1968년 12월5일 박정희 대통령이 선포한 국민교육헌장이다. 헌장에 따르면 우리는 아무개의 아들딸, 자연인(自然人)으로 태어난 게 아니다. 역사적 사명을 띤 존재로 새 역사를 창조해야 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졌다.

헌장을 통해 모든 국민은 민족 중흥을 위해 초인(超人)이 될 것을 강요받았다. 초인은 고사하고 헌장을 외우기 위해 눈물께나 쏟았던 이들이 수두룩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에 등장했던 ‘중흥’과 ‘창조’가 ‘융성’과 함께 박근혜 정부 문화정책의 프로파간다(Propaganda)로 재선을 보인 것이다.

더없이 고루(固陋)하고 작위적(作爲的)인 이 단어들에 실소(失笑)했다. 도대체 뭘 하려고 저러는 걸까, 혹시 '문화대통령' 덜컥 겁도 났다.

시대착오적인 국정교과서, 문화계 블랙리스트, 문화체육계 인사비리 등 굵직굵직한 반(反)문화적인 사건들이 드러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년 이상 남은 대통령 임기를 감안하면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 이데올로그(Ideolog)들이 대한민국의 문화정책을 유린한 소식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또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아니 새로울 것도 없지만, 참 치사해서 견딜 수가 없다. 청와대가 CJ의 해외 음악 시상식에 박 대통령의 축사 동영상을 틀라고 압력을 행사했다는 보도다.

바로 전날 검찰은 박근혜 대통령을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압력 혐의에 공범이라고 적시했다. 한 행사에서 이 부회장이 대통령 자신보다 튀었다는 게 이유라나 정권 초기에 퍼스트레이디를 누구로 할 건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혹 대통령이 “퍼스트레이디, 그게 필요하다고 보세요”라고 하지나 않았을까. 간택(揀擇)을 간(諫)했다가 뻘쭘해 했을 참모들이 얼굴이 궁금하지만 상상에 맡길 수밖에.

머리치장 때문에 세월호 구조본에 지각하고, 수년간 ‘수라’를 챙겼던 조리장과 작별인사도 생략한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동영상에서 “저는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의 하나로 추진하고 있다. 세계인들의 마음에 행복과 평화를 가져온다는 확신 때문”이라고 말한다. 번역기를 돌리면 ‘내가 문화에 신경 쓰고 하니까 이런 행사도 있는 거야, 너희 나라도 이런 거 하나 몰라. 난 즐거워, 니들도 즐겁지’ 정도 되겠다.

폭력이다. 철학자 미셀 푸코는 ‘보편’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을 경계했다. 나를 확장해 타자(他者)의 동의 없이 ‘우리’를 만들어 내고 ‘우리가 정상’이라는 거만함이 폭력의 근원이라고 규정한다.

“나라를 위해 선의로 한 일로... 일체의 사심도 없었다.” 한 마디로 하면 ‘왜 내 마음을 몰라주니’다. 폭력과 야만의 다른 이름이 반(反)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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