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나의 앨리스 이야기 #1
[연재칼럼] 나의 앨리스 이야기 #1
  • By김보람(pulanj@gmail.com)
  • 승인 2017.03.03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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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LG전자 UX 연구원

 

[연재칼럼] 나의 앨리스이야기 #1 패러독스, 모순이 주는 매력 - 주변 문화로의 영향
[연재칼럼] 나의 앨리스이야기 #2 토끼굴 속으로
[연재칼럼] 나의 앨리스이야기 #3 유머의 철학, 말도 안되게 재미있는
[연재칼럼] 나의 앨리스이야기 #4 현실세계의 비판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대학교 시절부터다. 편집디자인 수업 시간에 친구가 이 동화를 가지고 책을 만들었는데 꽤 근사했다. 원작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시각적 상징물, 이를테면 걸어다니는 토끼, 트럼프 병사, 홍학 크로케 그리고 체셔 고양이 등의 신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눈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어느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관련된 기사[4]를 읽게 되었다. 기사는 원작이 가진 의미들을 풀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이 동화에 대해 이렇게 깊이 분석한 글을 접한 것은 부끄럽지만 이 글이 처음이었다. 그것은 나에겐 큰 충격이었는데 왜냐하면 그 이전까지는 이 동화를 단순히 아이들을 위해 쓰여진, 삽화가 예쁜 동화라고만 생각했지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될만한 소설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 기사로 나는 원작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고 원작 관련 다양한 주석서와 글들을 찾아보게 되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어린소녀의 외모 이면에 성숙하고 매력적인 자아를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여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읽은 앨리스 관련 주석서는 <앨리스의 이상한 인문학> 이라는 책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형태적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대한 일종의 주석서이다. 이 책이 다른 주석서와 차별점이 있다면 다른 주석서들은 일대일로 원작의 내용을 자세히 그리고 정확히 풀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면, 이 책은 정신분석학, 정치학, 철학 등의 저자가 선별한 인문학적 코드 12가지를 원작의 이야기를 통해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있는 주석서 형식의 인문학 도서라는 점이다.

가장 최근에 읽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석서 <앨리스의 이상한 인문학>(좌), 앨리스 시리즈는 다채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가득하다(우).

 패러독스, 모순이 주는 매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이를 둘러싼 세계는 패러독스로 가득차 있다. 우선 이 소설의 작가인 루이스 캐럴은 딱딱하고 지루한 수학을 가르치는 교수였지만 동시에 논리학과 수사학에 재능을 보이고 그림과 사진을 좋아해서 동화도 집필하고 퍼즐게임도 고안하는 소설가이자 사진작가라는 점이 그렇다. 그리고 소설의 형태 자체는 매우 단순한, 전형적인 회귀식 모험 소설이지만 내용적으로는 넌센스, 언어유희 그리고 풍자로 가득차 있어서 내용을 단번에 이해하기 어렵고 복잡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어린 소녀인 앨리스를 위해 쓴 동화이지만 동시에 본인의 지적인 즐거움과 유희의 만족을 위해 이 책을 집필했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큰 영감을 준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양립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것들이 팽팽하게 서로를 당기며 존재하는 모습을 통해 반전의 쾌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인 루이스 캐럴(좌)과 원작의 실제 모델인 앨리스 리델(우)

주변 문화로의 영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무한한 해석과 인용의 가능성이 열려 있어서 영미문화권에서는 '성서',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인용되는 고전작품이라고 하며, 후대의 문학, 음악, 미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유명 화가들이 이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미술작품을 선보였고, 노벨상 수상자인 프란시스 크릭 Francis Crick은 자신의 책 <놀라운 가설 he Astonishing Hypothesis> 에서 체셔고양이 실험을 통해 뇌의 오묘함을 보여주는 양안시차를 설명한다. 또 신경학에서는 앨리스가 겪은 착시현상을 설명하는 용어로 '앨리스증후군 Alice in Wonderland Syndrom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7]. 앨리스가 길게 늘어나거나 작아지는 등의 표현은 'Micropsia : 물체가 작게 보임', 'Macropsia : 물체가 크게 보임', 'Metamorphosia : 물체가 왜곡되어 보임', 'Teleopsia : 물체가 멀게 보임' 등의 편두통 증상과 관련이 있으며 1955년 영국의 외과의사 토드J.Todd가 자신의 논문에서 편두통과 간질환자 등에서 보이는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3]. 또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 Jacques Lacan은 거울단계 Mirror Stage 이론에서 인간이 유아기 때 거울을 통해 거울 밖 자아와 거울 속에서 대면하게 되는 또 다른 자아를 인식하고 통합하는 과정을 통해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내용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후속편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거울 속으로 들어가서 겪는 모험을 연상시킨다[2].

체셔고양이가 눈과 입을 남기면서 사라지는 장면(좌), 앨리스가 몸이 커지는 장면(가운데), <거울나라의 앨리스>에서 앨리스가 거울로 들어가는 장면(우)


 

현대 미술 작가인 야오이 쿠사마가 작업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처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참고문헌

[1] 진중권.『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휴머니스트, 2005.
[2] 이수진. "루이스 캐럴의 언어게임—앨리스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국근대영미소설학회』, 2005, 12(1), p. 97-118
[3] 이지현. "루이스 캐럴의 그림책 ‘앨리스’ 시리즈의 상상력을 중심으로 살펴본 화문대구성 연구". 『한국디자인포럼』, 2008, 20, p. 307-316
[4] 진중권. "‘부조리의 세계’로 현실 뒤집다". 『주간동아』, 2005. 406호, p. 104-106
[5] 류우야. "붉은 여왕 가설". 2016. <http://getitall.tistory.com/entry/%EB%B6%89%EC%9D%80-%EC%97%AC%EC%99%95-%EA%B0%80%EC%84%A4-Red-Queens-Hypothesis-%EC%9D%B4%EB%9E%80>
[6] 이우. "시뮬라크르(Simulacre)와 시뮬라시옹(simulation)". 2013. < http://www.epicurus.kr/mid=Humanitas&page=8&document_srl=339025>
[7] 이남석. 『앨리스의 이상한 인문학』. 옥당, 2015.
[8] 진중권•정재승.『크로스』. 웅진지식하우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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