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킴벌리가 故 유일한 박사의 이름을 떠올렸다면...
유한킴벌리가 故 유일한 박사의 이름을 떠올렸다면...
  • By 정세진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7.07.0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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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유한킴벌리 홈페이지 캡처

경영권의 자녀 세습이 아닌, 전문 경영인 승계에 캠페인 사업 등으로 국내에서 몇 되지 않는 ‘양심적 기업’으로 불리던 유한킴벌리가 잇단 스캔들로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있다.

그 시작은 지난해 생리대 가격 논란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사용한다는 사례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충격을 준 것이다.

사실상 생활필수품인 생리대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시민단체 등의 지적이 이어졌고 그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유한킴벌리를 비롯한 주요 생산업체들의 독과점 구조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국내 생리대 시장 점유율은 유한킴벌리가 57%, LG유니참이 21%, 깨끗한나라와 한국 P&G가 각각 9%, 8%이다.

특히 지난해 9월 국정감사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3년 가량을 주기로 생리대 소비가 늘어나는 여름철에 가격을 대폭 올려왔다며 비난했다. 심 의원이 공개한 유한킴벌리의 가격인상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10년, 2013년, 2016년에 각각 생리대 가격을 올렸다.

2013년 6월에는 ‘화이트 슬일소 30’이 패드당 59%, ‘화이트 슬일소 10’은 53% 오르는 등 20% 안팎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지난 2010년부터 2016년 4월까지 전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10%인 반면, 생리대 품목은 같은 기간 25.6%가 올라 유한킴벌리에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는 의혹도 이어지는 형편이다.

유한킴벌리측은 가격인하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대안으로 중저가 생리대인 ‘좋은느낌 순수’와 ‘화이트 클린’을 내놓았으며, 공정위의 시정조치도 이뤄지지 않아 유야무야 넘어간 면이 있다고 소비자단체들은 주장한다.

한편 생리대 가격 논란과 함께 외국인 주주에 대한 유한킴벌리의 고배당 정책도 함께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다.

유한킴벌리의 고배당 정책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05년이다. 이전까지는 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총액인 배당성향이 60%를 넘지 않았으나, 이때부터 당기순이익 892억원의 2배가 넘는 2163억원을 배당하게 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한킴벌리가 고배당을 시작한 계기로 주요 주주 변경을 들고 있다. 이전에는 미국과 캐나다 킴벌리가 각각 23.6%와 46.4%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2006년 이후에는 헝가리 킴벌리가 두 회사 지분을 이어받아 70%의 단일 최대주주가 되면서, 미국 킴벌리 본사가 헝가리 법인을 내세워 고액 배당금을 챙긴다는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 올해까지 유한킴벌리가 배당한 금액은 총 1조4513억원이며 이 중 70%인 1조159억원이 헝가리 킴벌리로 흘러들어갔다. 애써 매출을 올려도 열매는 외국으로 사라지는 셈이어서 다른 외국계 기업들처럼 ‘먹튀’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한킴벌리가 독립운동가인 유일한 박사가 세운 유한양행의 계열사 정도로 알고 있으나 외국 지분이 70% 이상이 넘으면서 더 이상 한국기업으로 보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현재 유한킴벌리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주체는 킴벌리 클라크로, 유한양행 관계자들은 경영에 거의 관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착한 기업으로 이미지를 굳혀 온 유한킴벌리가 이제는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며 비난하고 있으나, 그 실상은 조금 더 복잡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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