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반도체 피해 여성들 블룸버그와 인터뷰
삼성반도체 피해 여성들 블룸버그와 인터뷰
  • By 정연진 기자(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7.07.1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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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숙씨(44세) 딸과 함께.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7년 근무. 퇴사 후 유방암 진단. 불임, 유산 겪음/ 블룸버그 캡처

미국 경제지인 ‘블룸버그(Bloomberg)’가 애초 미국에서 발병한 ‘반도체 질환’이 어떻게 한국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에 대한 특집기사에서 삼성반도체 피해여성 4명의 인터뷰를 실었다.

블룸버그는 무려 5000여 단어에 달하는 장문의 기사에서 1990년대 중반 IBM 등 미국의 거대 반도체회사들이 반도체 독성물질로 인한 질환들이 속속 보고돼 논란이 일자 반도체 생산을 한국을 비롯 아시아국가로 ‘아웃소싱’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그러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다양한 ‘반도체 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여성들을 대면 인터뷰했다.

김미연씨는 인공수정으로 아이를 낳았다/ 블룸버그 캡처

김미연씨(38세). 김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7년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부모는 농부였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향을 떠나 버스로 4시간을 달려 반도체 공장이 있는 수원에 도착했다.

김씨는 회사 버스가 그녀가 사는 기숙사를 포함해 직원들을 출퇴근 시키는 회사 규모에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회사가 아니라 한 도시라고 느껴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조공장의 포장과 검사부 소속이어서 감광액이나 제거제에 직접 접촉하는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클린룸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끊임없이 접촉했고, 몇 년 지나지 않아 자신의 월경주기가 달라졌음을 알아차렸다고 말했다.

2007년 12월 김씨는 삼성에서 만난 협력업체 직원과 결혼했다. 그들은 아이를 낳아 완벽한 가정을 꾸리려 했으나 2008년 임신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인공수정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

2012년 3월 김씨의 자궁에서 자라나는 혹이 발견됐다. 김씨는 “의사들은 내게 불임이라고 진단했지만 의사들도 원인은 몰랐다”고 말했다.

제거 수술을 받고 여러 차례 약물 치료를 받았다. 꼭 아이를 갖겠다는 열망으로 의사들이 권유한 자궁 절제수술을 거부했다. 다음 달 삼성을 퇴사했다. 입사한 지 15년만이었다. 그 후 김씨는 산업재해보상을 신청했다.

지난 3월 정부는 김씨를 반도체 노동자로는 처음으로 생식보건 관련 직업병 환자로 공식 인정했다. 소송을 시작한 지 5년만. “지금 매우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씨의 품에는 인공수정으로 낳은 10개월된 딸이 안겨 있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방암에 걸린 박민숙씨(41세)는 “회사로부터 안전 교육은 받지 않았다”며 “회사는 웨이퍼가 아주 중요하다고만 말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1~16베이로 나눠진 2층에서 나는 4베이에서 일했다”며 “1베이에서 일하던 친구는 7년 동안 불임이었고, 2베이서 일한 언니는 10년 동안 불임이었다. 나도 4년간 불임이었고 한번 유산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유가 뭐지 왜 모두 갑상성에 문제가 있고 암에 걸렸을까”라고 자문하고 “문득 이게 그저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웨이퍼(반도체 소재) 보실래요 사람들은 이거 보여주면 좋아해요. 작은 것이 너무 깜찍해서 불량 난 거 몰래 가지고 나왔어요. 90년대였죠. 지금은 만지고 싶지도 않아요. 누군가 그걸 손에 들고 사진을 찍자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그랬죠, 다시는 안 해”

한혜경 씨는 뇌종양 진단을 받았다/ 블룸버그 캡처

한혜경씨는 삼성 LCD 공장에서 6년간을 근무했다. 한씨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삼성이 싫어요. 점점 더. 삼성이 싫어요”라고 말했다. 이 말이 한씨가 인터뷰에서 한 말의 전부다. 뇌종양으로 말하기는 물론 시각, 신체 운동성 심각한 손상을 입었기 때문.

다음은 한씨 어머니의 말. “혜경이는 1995년에 삼성에 다니기 시작해 2001년에 그만뒀어요. 2005년 9월 뇌종양 진단을 받았죠. 월경을 하지 않아 삼성을 그만뒀어요. 그래서 부인과 치료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그게 정전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했죠. 이 일에 전자 제품에 들어가는 녹색 회로판 만드는 작업이 포함되니까요. 그래서 그 일을 그만두면 괜찮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일을 그만둔 뒤에도 월경이 불규칙했어요. 월경불순 치료를 받는 동안에 뇌종양 판정을 받은 거죠.”

루프스 판정을 받은 구성애씨/ 블룸버그 캡처

구성애씨(41세)는 전신성 홍반 루푸스를 앓고 있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 5년간 근무했다. 구씨는 “지금 생각하면 내가 했던 작업 중에 포토에칭이 있었다는 게 끔찍했다”며 “저는 화학약품 다루는 기계 꼭대기에 올라가 온갖 일을 다 했다”고 회상했다.

결혼하고 임신한 뒤 2000년에 많이 아프기 시작, 루푸스 판정을 받았다. 아들은 1살 때 뇌종양이 생겼지만 양성 판정.

구씨는 “저는 증세가 점점 악화돼 계속 입원해 있었어요. 2014년 3월 오랫동안 투석기를 달고 살았죠. 신장이식을 받아야 하고, 면역체계가 무너지고 암으로 판명될까봐 겁났어요. 하지만 이식 수술을 결정하고 3년이 지났어요”라고 말했다.

구씨는 “제게 신장을 주기 전에 남편은 건강한 남자다”며 “그래서 남편이 피곤해 보이면 너무 미안하다. 남편은 자기 형제들 중 막내예요. 그래서 시댁에 너무 미안해요. 우리 가족에게도 미안하다“고 자책했다.

블룸버그는 한 국내 연구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에 반도체 생산으로 인한 생식보건 위험에 노출된 여성들이 얼마나 많은지 측정할 수 없다”며 “전자업계 공장 직원 교체율이 매우 높고 12만 명으로 집계된 한국 내 전자공장 여성 생산직원 수에 수많은 임시직 노동자와 협력업체 직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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