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감사 결과,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금감원 감사 결과, ‘고양이에 생선 맡긴 격’
  • By 정세진 (info@koreaittimes.com)
  • 승인 2017.09.2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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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발표된 감사원의 감사 결과, 금융감독원의 크고 작은 비리와 업무 소홀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사에 대한 감독권을 갖고 있는 금감원 직원이 장모 명의로 수백억원대의 차명 거래를 하거나 직원 채용비리가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은 올해 3~4월 금감원을 대상으로 인사·예산 등 기관운영 전반과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 금융소비자 보호 등 주요사업을 점검한 결과 총 52건의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채용비리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5급 신입 일반직 채용 당시 필기시험 불합격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고의로 채용 인원을 53명에서 56명으로 늘렸다.

당시 채용 담당을 맡은 모 국장은 지인으로부터 합격 여부를 묻는 전화를 받았으며, 지원자가 필기전형에 탈락한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인원을 늘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2차 면접에서는 채용 예정 인원을 다시 53명으로 줄인데다 면접위원으로 직접 참여해 특정 지원자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국장과 통화한 지인은 한 금융회사 회장으로, 자신의 전 직장 임원의 아들이 신입공채에 지원했다며 합격 여부를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예비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계획에 없던 세평 조회 전형을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합격이 예정돼 있던 3명의 지원자가 탈락했다.

탈락 이유도 “정직성이 낮았다”, “결혼 사실을 감췄다”는 등의 사유에 대해서는 불합격 처리한 반면,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하고도 대전에서 대학을 나왔다고 기재한 지방주재 지원자는 합격시키는 등 고무줄식 기준을 적용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있었던 민원처리 전문직원 40명 채용 과정에서는 금감원 출신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부여, 불합격 대상인 지원자들의 경력 점수를 올려주거나 인성검사 결과가 낮은 지원자를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해당 국장과 팀장을 비롯한 5명에 대해 각각 면직과 문책 등의 징계를 내릴 것을 금감원장에 요청했다.

내부자들의 불법 주식거래 역시 도마에 올랐다. 원칙상 금융사 검사ㆍ감독으로 각종 비공개정보를 접하는 금감원 직원들에겐 주식거래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금감원 직원은 주식 투자를 할 경우 자기 명의로 된 하나의 계좌로 주식을 매매해야 하고, 매매 명세를 분기별로 금감원에 통지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직원들은 제한을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차명 매매를 한 것이 드러났다. 한 직원은 장모 명의로 계좌를 개설한 뒤 2013~2016년 동안 7244회에 걸쳐 735억원어치의 주식 등 금융 투자 상품을 매매했다.

또 다른 직원 한명은 처형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8억원 어치의 주식과 금융 투자 상품을 사고 팔았다. 감사원은 또 금융 투자 상품을 매매하면서도 계좌를 금감원에 신고하지 않은 4명, 계좌를 신고했지만 매매 내역은 알리지 않은 12명, 비상장 주식 보유 사실을 알리지 않은 32명을 적발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직원들의 위반 사항을 철저히 조사하는 대신 자진 신고에 의존했고, 위반 직원이 받은 처벌은 가벼운 인사조치 수준이었다.

반면 금감원이 감독 대상 금융사 직원에게는 엄격한 징계를 내려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금감원은 2013~2015년 사이 31개 금융사를 상대로 주식 자기매매 규정 준수 여부를 조사해 161명에게 과태료 34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감사원은 또한 금감원의 방만한 경영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금감원 전체 직원 1970명 가운데 관리직(1~3급) 비중은 무려 45.2%(871명)에 이른다.

이처럼 관리직 인원이 많다보니 1, 2급 직원 중 63명은 무보직 상태이지만 금감원은 이런 인력을 내버려둔 채 244명의 정원외 인력을 추가로 뽑았다.

채용이 늘어나니 예산도 매년 불어나 금감원의 올해 수입예산(3666억원)은 작년 대비 12.6%(410억원)나 급증했다.

예산은 늘리면서 본업인 감독 업무에는 소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금감원이 지난해 3월 법정 최고금리가 연 34.9%에서 27.9%로 내려가는 과정에서 대출만기를 편법 연장하려는 대부업체, 저축은행을 상대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강도 높은 내부 개혁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직원들 내부에서는 감사원이 무리한 감사를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어 본격적인 개혁 시기가 언제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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