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자발적 개혁의지에 의구심이 든다”며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에 경고를 보낸 가운데,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부자(父子)가 최근 금융계열사 상품에 거액을 투자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일감몰아주기 근절 등 정부의 재벌개혁 움직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정몽구 회장은 계열사인 현대차투자증권의 랩 상품에 96억원을 투자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 7월 HMC투자증권에서 사명을 변경한 회사다. 현대차가 최대 주주로 지분의 27.49%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회사 이용배 대표는 현대차그룹의 '재무통' 출신으로 알려졌다.
앞서 2분기에는 정 회장이 700억원,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이 500억원 등 총 1200억원 가량을 현대차투자증권의 랩 상품에 투자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투자증권의 일임계약고가 1200억원 증가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회장 부자가 가입한 금액을 제외하면 신규 자금유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현대차투자증권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차투자증권은 지난달 2년만에 ‘세원’이라는 자동차부품업체의 기업공개(IPO)를 주관했는데, 이 회사는 다름아닌 현대차의 협력업체다.
현대차투자증권이 5년만에 단독으로 기업공개를 주관한 업체로, 세원의 유모 대표는 현대모비스와 기아차에서 부회장을 지냈다.
현대차투자증권은 또 현대자동차그룹 협력업체의 IB 딜을 유치한 것을 비롯 회사채, 특정금전신탁 등에서 그룹의 수혜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분기까지 현대차투자증권이 인수하거나 중개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채권은 총 6000억원. 1200억원 규모의 현대글로비스의 환매조건부채권(RP)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문에 "현대차투자증권의 그룹사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점에는 문제가 있으며 '일감 몰아주기'가 아니냐는 합리적인 의심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투자증권 관계자는 본지에 "그룹측으로부터 큰 수혜를 받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