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성추행 혐의로 경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김준기 전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이 초고속으로 승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외 도피 중인 김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셀프승진’이라는 뒷말이 나온다.
DB손해보험(옛 동부화재)은 지난 2일 2018년 정기 인사에서 김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DB생명 금융연구소 상무를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 발령했다. 지난해 상무로 승진한 지 1년만으로 초고속 승진이다.
김 부사장은 2009년 동부제철에 입사, 2013년 동부팜한농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5년 DB생명 금융연구소 부장으로 이동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짧은 기간이나마 금융연구소에서 재직, ‘금융이론’면에서는 평가를 받을 만하지만, ‘현장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나이 또한 1975년생. 경영일선에 나선 적이 없어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김 부사장은 지난해 9월 기준으로 DB손해보험 지분 9.01%와 12월 기준 ㈜DB 지분 18.21%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셀프승진’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아버지 김준기 전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혐의와 관련, 경찰의 세 차례에 걸친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승진, 논란이 되고 있다. 손보업계에서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개운치 않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성추행 혐의로 회장직은 내려놓고,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하면서도 그룹 경영에 관여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들이 업계에 무성하게 돌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으로 김 전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는 불가능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라며 “이번 김 부사장의 승진은 후계구도를 완성하려는 김 전 회장의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고 주장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진 김준기 전 회장의 비자는 이달에 만료된다. 이달 내로 입국하지 않을 경우 불법체류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