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사업 대규모 부실… 과연 몰랐나?
해외사업 대규모 부실… 과연 몰랐나?
  • 정세진 기자
  • 승인 2018.02.10 16: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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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전격 포기하면서 매각을 진행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8일 인수 포기를 선언, 9일 만에 발을 빼게 됐다.

문제는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의 숨겨진 부실이었다. 지난 7일 4분기 실적발표 과정에서 모로코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이 드러난 것. 손실의 원인은 올해 7월 완공을 앞둔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기자재 시험 과정에서 주요 부품에 문제가 발견된 데서 시작됐다.

대우건설측은 다시 기자재를 제작하는 데 3000억원의 손실을 입었으며 이 때문에 4분기 영업이익이 애초 예상된 7000억원에서 40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앞서 대우건설은 2016년 4분기에도 1조원이 넘는 부실을 겪은 바 있어 그렇지 않아도 해외 리스크에 조심스러운 호반으로서는 대우건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해외 손실액 3000억원은 호반건설 한 해 매출액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결국 대우건설의 위험 요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호반은 인수 중단을 결정하게 됐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규모 부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한 산업은행에게 책임론이 돌아가게 됐다. 산은 M&A 실무진은 예상치 못한 부실이 드러나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바로 전날까지도 호반건설 측과 만나 정밀심사 논의를 하는 등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에서 호반에 인수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겨 일부러 대규모 부실을 최대주주인 산은에 늦게 알렸다는 음모론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산은은 사전에 대규모 경영관리단을 보내 대우건설의 경영을 살핀 바 있어 이 정도의 부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M&A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 전문가는 “해외 사업장의 부실을 파악하지 못했다면 산은층이 무능한 것이며, 미리 알고도 알리지 않았다면 다른 의도가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M&A 전문 대형로펌의 한 전문변호사 역시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 리스크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며 “부실을 어떻게 가격에 반영할지 양측이 다른 생각을 했던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매각 무산 책임을 피해갈 수 없게 된 산은에서는 재매각 추진에 대해 “앞으로 더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우건설 재매각에 들어가기에는 여러 모로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입찰 적격 3개사 중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을 만큼 매각이 시장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해외 사업 규모가 큰 대우건설에서 추가 부실이 나올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선뜻 매수자가 나설지 의문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카타르, 오만, 인도, 나이지리아,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재매각을 위해서는 산은측이 대우건설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경영개선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업계에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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