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의 힘으로 출범한 정부가 증세에 대해 너무 조심스럽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는 지난해 7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소극적 증세’에 일침을 가했다.
이 명예교수는 “늦게라도 증세 논의가 시작된 것은 잘 됐지만 (연간 3조8000억원 가량 더 거두는) 슈퍼리치 증세로 될 일이 아니”라며 “집권 초기에 대대적으로 증세할 수 있는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슈퍼리치 증세안’에 대해 “대단히 미흡하고 포퓰리즘적”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人事)에 대한 훈수도 잊지 않았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해 5월 ‘뉴스민’과의 인터뷰에서 “관료 출신을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으로 앉히면 개혁 물 건너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의 조언을 받아 들였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문 대통령은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제수석 자리에 관료 출신이 아닌, 교수 출신을 발탁했다. 내각도 관료출신 보다는 학계와 시민단체 출신을 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명예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민주화추진단장을 맡기도 했다. 당시 문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을 진두지휘한 인물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모종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최근에는 차기 한국은행 총재 하마평에도 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 명예교수가 KT의 사외이사직을 수락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는 20일 “이정우 명예교수가 KT의 사외이사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KT는 이 명예교수 등 복수의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에게 사외이사를 제안하고, 현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이들이 사외이사직을 수락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KT가 참여정부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황창규 회장 퇴진 압박을 막는 ‘바람막이’로 활용하는 전략을 쓰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재계에서는 황 회장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문재인 정부에 밉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문 대통령의 해외순방 경제사절단에서 잇따라 제외돼 ‘왕따’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디지털타임스’에 따르면, 최근 4년간 KT를 포함한 통신 3사의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것은 한 차례도 없었다. KT는 이사회 소집 수와 안건 수가 3사 가운데 가장 많았는데, 사외이사들 100%가 찬성표를 던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개 기업의 사외이사는 친기업적 성향의 보수인사들로 채워진다. 거수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이 교수는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경제학자다. 실제로 그가 선임된다면 바람막이 논란을 떠나, 역할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쓴 소리를 불사하는 이정우 명예교수의 향후 행보에 재계는 물론, 정계의 이목 또한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