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0년 만에 삼성과 롯데그룹 총수가 각각 이재용 부회장, 신동빈 회장으로 변경됐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와 같은 내용들을 담은 2018년 대기업집단 지정현황을 공개했다.
대기업집단 지정 시 정해지는 ‘총수’의 개념은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개인을 의미하며, 개인과 법인을 통틀어 지칭할 때는 ‘동일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공정위가 동일인을 변경하는 경우는 총수의 사망 등 ‘중대하거나 명백한 사유’로 한정되어 있다.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총수가 변경된 이유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부회장 직함도 함께 갖고 있으므로 공정위는 사실상 그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법원에서 이 부회장을 ‘사실상의 삼성그룹 총수’라고 지칭한 것도 이번 변경의 한 이유가 됐다. 삼성그룹 지분만으로 본다면 이건희 회장이 더 많지만 지난 2014년 와병 이후 경영 일체에서 손을 뗀 상태여서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 회장 입원 후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계열사 임원을 개편했으며, 인수합병 등의 변화를 주도했다. 롯데그룹 역시 신격호 총괄회장이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한정후견인 개서 결정이 확정되면서 총수 변경의 중대한 사유가 발생했다.
신동빈 회장은 이후 롯데의 지주회사 전환, 임원변동 등 중대 사안들을 결정해 왔다. 또 신 회장은 롯데지주와 호텔롯데의 대표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점도 총수 변경의 이유로 작용했다.
그룹의 총수가 바뀐 것은 삼성이 1988년 이후, 롯데는 198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동일인이 변경되면서 두 그룹의 경영구조가 당장 변하지는 않는다는 게 재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공정위가 대기업 그룹의 동일인(총수)을 지정하고 나면 그를 중심으로 일가족의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사익 편취 여부 등을 판단하게 된다. 다만 지난해 처음 네이버 총수로 지정됐던 이해진 씨의 경우에는 지분 일부를 매각하고 이사직을 사임했으나 여전히 총수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씨가 여전히 네이버 개인 최대 출자자인데다 지금까지도 이사회 구성원 대부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그가 네이버 사업상 가장 중요한 일본 라인 회장을 맡고 있으며 그룹 신규 사업을 위한 글로벌투자책임자(GIO)라는 점도 공정위가 변경이 필요하지 않다고 본 근거이다.
이날 공정위는 두 그룹의 총수 변경과 함께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도 발표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추가된 그룹은 총 3곳으로 메리츠금융, 넷마블, 유진 등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교보생명보험과 코오롱이 신규 지정되고 대우건설이 제외되면서 총 23곳으로 정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