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 유출 방사성 폐기물, 어디서 나뒹구나
원자력연구원 유출 방사성 폐기물, 어디서 나뒹구나
  • 정세진
  • 승인 2018.05.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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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 폐기물 등 소재 파악 안돼, 시민단체 “피폭 우려 배제할 수 없어” 주장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유출된 방사성 폐기물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국민 건강에 대한 시민단체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9일 원자력연구원 소속 전현직 직원에 의해 절취·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금과 구리전선, 납 폐기물에 대한 소재 파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원안위에 따르면 대전 원자력연구원 내 우라늄변환시설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약 5톤 분량의 구리전선이 지난 2009년경 재활용업체에 무단 매각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앞서 2006년 전후에는 해당 시설에 설치된 공정 온도 유지용 금 재질 패킹 2.4~5kg 가량도 소실됐다고 원안위는 전했다. 서울 연구용 원자로를 해체한 뒤 정부 출연연구기관에서 보관하던 방사성 폐기물이 무단으로 외부에 유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00~2014년 서울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 3’을 해체한 뒤 나온 방사선 차폐용 납도 당초 발생량보다 줄어든 것이 확인됐다.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방사성 폐기물은 차폐용 납 17t, 납 벽돌 폐기물 9t, 납 재질 컨테이너 8t 등이다.

원자력연구원이 2010년 핵연료제조시험시설 리모델링을 하면서 나온 폐기물의 부실관리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담당자가 해체 폐기물을 해당 시설 창고에 무단 보관하고는 폐기물 처리가 완료된 것처럼 허위 보고서를 작성한 것.

대전 원자력연구원으로 옮겨진 서울 연구용 원자로의 냉각수 폐기물을 담았던 드럼 39개 중 2개의 빈 드럼도 현재 소재가 불명확한 상태다. 앞서 원안위는 지난 1월말 원자력연구원 소속 직원이 연구용 원자로 해체과정에서 발생한 납 폐기물 등을 훔쳐 처분했다는 제보를 입수하고 조사를 벌였다.

원자력연구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관리 부실 의혹이 드러난 폐기물은 저준위 혹은 자체 폐기물”이라며 방사능 위해도가 없고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무단 방출된 방사성 폐기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며 "피폭 우려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탈핵팀장은 "현재 상황에서 피폭 위험성을 말할 순 없지만, 방사성 폐기물인 만큼 일반인이 만지거나 사용했을 때 그 오염 정도에 따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도 “만약 빼돌려진 금속들이 일상용품으로 사용되고 있다면 피폭량이 예상보다 훨씬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준위라 하더라도 세슘 137 같은 방사성 물질은 300년 이상 독성이 지속되므로 피폭을 피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지난 1995년 핵 물질에 오염된 철근으로 지은 건물 79곳이 발견된 바 있으며, 미국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된 금반지를 낀 남성의 손에서 종양이 발견된 사례도 있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도 서울 노원구 아스팔트 도로 곳곳에서 방사선량이 기준치를 초과했고 핵분열 물질인 '세슘137'도 검출된 바 있다. 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성 폐기물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4월에도 원자력연구원에서는 방사능 제거 실험 등에 사용한 콘크리트를 일반 콘크리트 폐기물에 섞어 버리는 것을 포함해 최근 3년간 36차례나 방사성 폐기물을 무단 폐기, 소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안의 경우 원자력연구원이 매각 혐의자들을 해체업체에 징계를 요구하는 선에서 무마해 의혹을 덮기에 급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추가 조사를 통해 무단 처분된 양과 시기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특정한 후 위반행위 혐의자를 검찰에 수사의뢰 또는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또한 원자력연구원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른 행정처분을 추진할 계획이라는 게 원안위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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