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 권위자, 문재인 정부 정책에 쓴소리
소득주도 성장 권위자, 문재인 정부 정책에 쓴소리
  • 정세진
  • 승인 2018.06.0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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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ILO 국장, 공정경제·저소득지원·혁신성장 동반해야 선순환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이상헌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쓴소리를 던졌다. 그 비판의 핵심은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하려면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 국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ILO 본부 사무실에서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과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소득분배만 개선해서 성장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소득주도성장을 이루려면 최저임금 인상 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공정거래와 혁신성장,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지원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중소기업 간 공정경제는 이 국장이 가장 먼저 해소해야 할 문제로 지목한 부분이다. 유독 한국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많은데 이는 한국 중소기업의 부실 탓이라기보다는 ‘가격 후려치기’ 같은 불공정 거래의 결과라고 그는 지적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이 국장은 “대·중소기업 간 분배 문제가 방치되면서 중소기업의 지불능력은 점점 떨어진다. 중소기업 사정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저임금을 올리려다 보니 문제가 꼬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새로운 경제패러다임의 한 축으로 제시했던 ‘공정경제 확립’과 일맥상통하는 개념이지만,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묻혀 공정경제 관련 정책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내놓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와 관련한 보고서를 두고도 이 국장은 “어이없는 실수”라며 비판했다. 최저임금의 인상 효과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며 노동경제학에서도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미국과 헝가리의 사례를 한국에 적용해 분석하는 것은 무리를 넘어 어리석은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KDI는 최근 해외 사례를 바탕으로 추후 최저임금이 15% 이상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고용 감소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주장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국장이 지적하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혼란의 원인은 공정경제와 혁신성장, 소득지원정책 등에서 제대로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다. 연구·개발(R&D)을 통해 전반적 생산성을 강화하는 공급측면의 개혁과 저소득층 근로장려세제(EITC) 등을 통한 소득지원정책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

그는 이런 우선순위 정책들이 선행된 후 최저임금 인상이 정해졌어야 했는데, 경제정책 면에서 준비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국에서 논란이 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대해서는 "상여금 같은 경우는 (산입의) 여지가 좀 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노사가 다 동의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최저임금 정상화 차원에서 산입 (조정) 문제는 논의하고 따져볼 여지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복리후생비에 관한 입장은 좀 유보적"이라며 "복리후생비는 보기에 따라 급여라기보다는 비용에 가까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임금 결정 문제에서 노사가 충분히 논의를 거친 후 접점을 찾아 법률 합의 등을 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데 한국에서는 조금 갑작스러운 면이 있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아울러 이 국장은 "노동시장 쪽은 저임금층 뿐 아니라 저소득층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면 좋겠다"며 "소득분배 관련 경제정책이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분배의 정상화란 규범, 도덕적인 문제가 아니라 이를 통해 추가적인 경제성장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성장뿐 아니라 성장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2000년부터 ILO에서 근무해온 이상헌 국장은 지난 1월 고용정책국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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