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디자인을 두고 7년 동안 끌어온 특허전쟁의 종전을 선언했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방법원에 특허와 관련돼 지속해 온 모든 소송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이 어떤 조건 하에 소송을 끝내기로 합의했는지, 그 구체적인 사항은 적시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심리해온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루시 고 판사는 “양측이 이 문제에 관해 그들의 남은 요구와 반대 요구를 철회하고 합의하기로 했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삼성과 애플은 모든 소송을 취하하는 동시에 같은 요구에 대해 또 다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데에도 합의했다.
앞서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법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특허를 침해해 5억39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평결한 바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최초의 특허소송을 낸 것은 지난 2011년 4월의 일이다. 당시 애플은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이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베꼈다며 상용특허 3건, 디자인특허 4건에 대해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디자인특허 표절 사례로 지목된 것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한 외관, 검은 배경화면,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아이콘 등이었다. 아울러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제품 외장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침해 및 희석했다며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특허소송도 제기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색, 크기, 모양 등 제품의 고유한 이미지를 통해 상품에서 느끼는 포괄적이고 시각적인 인식을 말한다. 이에 삼성전자도 2011년 6월 표준특허 2건, 상용특허 3건 침해로 애플을 고소하면서 반격하기 시작했다.
소송전은 이후 미국을 넘어 독일과 일본,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전 세계로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 온 애플과 안드로이드 체계로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삼성의 소송전은 이른바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을 끌어 왔다.
그러나 결국 양사가 7년만에 종전을 선언한 이유는 이어지는 소송이 서로에게 실익 없는 싸움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의 추격으로 두 회사의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2.5% 하락했다. 반면 화웨이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13.9%, 샤오미는 무려 124.6% 증가하는 등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삼성과 애플은 지난 7년간 수백 명 규모의 특허 전담 인력을 꾸렸고, 변호사 수임료 등 소송비용에 수천억 원을 들여왔다. 결국 소송으로 인해 실익은 로펌들만 챙기고 기업 이미지만 훼손됐다는 점을 고려, 양사가 합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소송전의 결과 두 회사의 득실은 엇갈린다. 삼성은 스마트폰 세계 점유율 1위에 올라섰지만, ‘카피캣’(모방꾼)이란 불명예를 안았다. 애플은 혁신의 자존심을 지켰으나 ‘소송으로 경쟁을 왜곡한다’는 오명을 갖게 된 셈이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합의했다는 사실 이외에는 밝힐 수 없다”면서 “추가 협력 부분도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