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인도에서 만남을 가진 이후 삼성그룹이 하반기 투자를 확대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삼성공장 인도 노이다 신공장 준공식에서 이 부회장과 첫 회동을 가졌다.
준공식 후 두 사람은 별도로 5분간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문 대통령은 “인도가 고속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데 삼성이 큰 역할을 해줘 고맙다”며 “한국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이 부회장 역시 “대통령께서 멀리까지 찾아주셔서 여기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감사하고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주문에 화답해 대규모 투자와 고용 계획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전망하고 있다.
일단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게 되면 다른 대기업들도 어느 정도 동참하게 되는 분위기이다 보니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규제혁신 성과가 미흡하다며 ‘규제개혁점검회의’를 행사 당일 전격 취소한 바 있다.
또한 이달 초에는 참모진에게 “청와대와 정부가 기업과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주 소통하고 기업 애로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이와 같은 제스쳐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데 먼저 나선만큼 기업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현재까지 삼성측은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인도 회동에 대한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귀국 직후 각 계열사의 현황을 보고받고 나서 구체적인 투자와 고용계획을 내놓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재판중인 이 부회장으로서는 대통령과의 회동이 오너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경우 부패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 부회장이 대통령의 직접 요청을 들은만큼 이를 무시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특히 ‘혁신성장’ 전도사로 올 초부터 대기업 총수를 잇달아 만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삼성전자를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삼성의 투자 확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삼성은 오는 9월로 예정된 하반기 공채부터 계열사별로 기존 채용 계획보다 규모를 더 늘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연평균 채용 규모인 8000~9000명을 넘어서 1만명을 넘기지 않겠느냐는 게 재계의 전망이다.
신규 투자계획의 경우 평택에 건설될 반도체 2공장 건설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이사회를 통해 평택에 두 번째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는 투자안건을 의결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약 30조원을 들여 기존 평택공장과 같은 규모의 쌍둥이 공장인 평택 반도체 2공장을 짓고, 이르면 2020년부터 공장을 가동하기로 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의 투자 확대 가능성에 대해 "기업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일자리와 투자확대를 늘린다면 정부도 재계와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하고, 규제완화 등의 기업의 기를 살려주는 정책적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