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2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음달 7일 취임 100일을 맞는 소회를 전했다. 김 회장은 26일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은행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속가능 역량 확충을 위해 자본에 기반을 둔 성장 전략을 추구함과 동시에 내부유보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환 전 회장과 임종룡, 신동규 회장 등과 마찬가지로 김 회장 역시 취임 직후 80여일에 이르는 기간 동안 농협은행을 비롯한 계열사 현장경영에 집중해 왔다. 김 회장은 현장경영을 하는 동안 파악한 농협은행의 강점으로 3000만에 이르는 고객과 600여곳의 전국 네트워크, 전체 70%에 가까운 지역 점포와 직원들의 사명감을 꼽았다.
이 강점을 바탕으로 그는 농업인의 경제·사회·문화적 지위 향상을 위한 농협금융의 정체성 다지기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농협금융은 농협법으로 만들어진 '특수금융회사'"라며 "농업에 관련한 금융이라면 농협금융에서 모두 커버할 수 있도록 신경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은 타 금융지주에 비해 글로벌 분야에서 뒤쳐졌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농협과 연계한 특화모델을 개발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전임 김용환 회장의 경영성과를 이어가면서도 본인만의 색깔을 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우선 전임 김 회장의 목표였던 '글로벌 순익 비중 10%' 달성은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김 회장은 "글로벌 전략은 전임 김 회장이 많은 부분을 정리해두고 중장기 계획으로 정한 것"이라며 "저도 2022년 글로벌 영업이익 10%를 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재임 당시 3대 금융그룹을 목표로 삼았던 김 전 회장과 달리 김광수 회장은 “농협은 특수금융회사이므로 다른 지주사나 은행사와 직접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우리의 아이덴티티는 어디까지나 ‘농협과 농민’에 있으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름아닌 농업금융”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농협금융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던 규모에 어울리지 않는 수익에 대한 언급도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농협금융은 국내 4대 금융지주 중 하나로 총자산(연결기준)만 400조원을 상회하며, 자회사를 포함한 총 직원 수만 1만8000여명이 넘는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농협금융의 총자산이익률(ROA)이 0.48%를 기록하는 등 순익은 규모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은 0.84%, KB금융이 0.83%, 하나금융 0.73%을 기록해 0.7~0.8%대 ROA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한 성적이다.
농협금융의 ROA개선을 위해 김 회장은 자기 자본 확충을 통해 자본의 질을 높여 ROA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 1조원의 자기자본은 1000억원의 순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평가한다.
자기자본 확충을 위해 김 회장이 선택한 방법은 한 번에 대규모 자금을 모을 수 있는 IPO(기업공개)나 유상증자가 아닌 사내 유보금 확충이다. 그 이유는 농협중앙회가 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지주가 IPO에 나서면 지분 하락으로 중앙회의 통제권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투자할 만큼 중앙회의 자본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김 회장이 사내 유보금으로 눈을 돌린 이유로 풀이된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그동안 농협금융은 자기자본 부족 때문에 수익 확대에 걸림돌이 돼 왔으나 최근 부실채권을 털어내고 수익이 안정권에 접어들면서 유보금을 쌓을 수 있게 됐다”며 “IPO같은 대규모 자본 확충은 어렵겠지만 자체 방안으로 수익을 점차 개선해 나갈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