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신화
블록체인 신화
  • 김형중 교수
  • 승인 2018.10.05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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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교수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 센터장
김형중 교수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 센터장

 

한창 딥러닝 바람이 불 때의 일이다. 모 기관장이 자기 재임기간 중 반드시 딥러닝으로 성과를 내야 한다며 직원들을 몰아부쳤다. 딥러닝을 쓸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프로젝트 담당자가 하도 고심하길래 딥러닝도 쓰되 앙상블 기술을 적용하라고 조언해줬다. 딥러닝의 가중치를 거의 0으로 하면 딥러닝을 쓴 거지만 안 쓴 것과 같게 된다. 이런 게 딥러닝 신화 때문에 생겨난 예산 낭비, 시간 낭비의 사례이다. 딥러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블록체인 신화는 더 큰 문제다. 블록체인이 만능이라고 믿는 CEO들이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보안에 강해서 해킹을 당하지 않으며, 미들맨을 없애서 효율적이고, 투명해서 검증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세상에 해킹을 당하지 않는 시스템은 없다. 분산시스템이 더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투명성이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의 최대 위협이 된다.

물류 정보를 블록체인에 공유하면 영업비밀이 유출되어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블록체인에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 그런데 여전히 물류 시스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려고 한다. 공유하는 정보를 암호화하고 접근제어를 적용하면 정보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 바에는 기존 시스템이 더 효율적이다.

혹자는 돼지고기 이력을 블록체인으로 추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존의 전통적인 시스템에도 이력추적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바코드, EDI 등이 있지만 바꿔치기가 가능해서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돼지고기를 블록체인에 담지 못한다면 기록 따로, 돼지고기 따로라서 역시 추적이 어렵다.

선거 시스템을 블록체인으로 만들고 있는 업체가 괴로워한다. 정당한 투표자인지, 강요에 의한 투표는 아닌지 블록체인이 증명해 주지 못한다.

금융권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을 이용해서 뱅크사인(Bank Sign)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기술설명을 요약하면 동일한 공개키를 여러 은행의 블록체인에 저장하고 비밀키는 고객의 스마트폰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차라리 금융권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역외거래, 인센티브 제공, 투자상품 설계 등에 치중한다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게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 가운데 하나이다.

블록체인도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비록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에서 성공한 사업모델이 별로 없다 해도 언젠가는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분명한 게 지금은 암호화폐를 제외하고 좋은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응용분야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블록체인으로 뭐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신화이다. 속도나 확장성 같은 기술적 약점은 개선하면 된다. 투명성이나 탈중앙화 같은 게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에서는 근원적으로 더 심각하다. 그렇지만 암호화폐에서는 이런 게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암호화폐로 할 수 있는 일은 넘쳐난다. 암호화폐 기능을 제거한 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으로 할 수 있는 아주 적다. 그 응용분야 확대는 것은 탁월한 기업가들의 역량에 달려있다.

김형중 고려대학교 교수 (khj-@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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