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기업들은 법률전쟁 중--디지털 혁신 발목잡는 ‘법뮤다 삼각지대’
혁신기업들은 법률전쟁 중--디지털 혁신 발목잡는 ‘법뮤다 삼각지대’
  • by 구태언 변호사
  • 승인 2018.12.16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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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산업혁명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글로벌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인류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들을 신의 게시나 외계인의 소행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상식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불가사의는 자연현상에 따른 물리적 결과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금의 첨단과학으로도 여전히 풀지 못하는 미스터리도 존재한다. 그 중 하나가 ‘버뮤다 삼각지대(Bermuda Triangle’이다. 

버뮤다 삼각지대는 미국 남부 플로리다 해협, 버뮤다 섬, 푸에르토리코를 잇는 삼각형 범위 안의 해역을 말한다. 보기엔 다른 해역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하지만 유독 이곳에서만 운행 중이던 선박과 항공기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1945년 12월 미국 해군 항공대 제 19단 비행단 소속 어뢰요격기 1개 편대가 버뮤다 삼각지대 해상을 지나던 중 갑자기 실종됐다. 뒤이어 실종기를 찾으러 날아갔던 구조기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일반적으로 선박이나 항공기 서고가 발생하면 파편이나 실종자, 하다못해 사고 주변지역에 큰 기름띠라도 생겨야 한다. 

그런데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발생한 사고들은 흔적도 없이 모든 것이 자취를 감췄다. 이후에도 1949년 항공기 스타 아리엘, 1950년 화물선 엘 스나이더, 1954년 미 해군 수송기, 1973년 노르웨이 화물선 아니타호, 2008년 항공기 에어프랑스 등 같은 장소에서 15건이 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때마다 사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비단 저 멀리 남의 나라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었다. 분야는 다르지만 한국에도 버뮤다 삼각지대가 존재한다. 이중 삼중 규제로 인해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자취도 없이 사라지는 미스터리 구역, 미래 혁신이 실종되는 규제의 블랙홀, 이른바 ‘법뮤다 삼각지대’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스타트업 미스터리

국내 온라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 헤이딜러(HeyDealer)는 창업 1년만인 2016년 폐업을 선언했다. 사정인즉 이렇다. 헤이딜러는 개인이 보유한 중고차를 판매할 때 전국의 중고차 딜러에게 비교 견적을 받아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업체다. 엄격한 딜러제도를 도입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회사로 찾아올 필요없이 매매 당사자끼리 직접 거래로 편의성까지 확보했다. 

그 결과 창업 1년만에 다운로드 30만건에 누적거래액수가 300억원을 돌파하며 혁신적인 스타트업으로 주목 받았다. 동일한 조건의 중고차를 훨씬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사업자와 달리 주차장이나 경비실 등 땅을 보유할 필요가 없으므로 그만큼 중개수수료를 줄일 수 있었고 그 혜택은 고스란히 서비스 이용자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오프라인 중고차 거래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오프라인 중고차 거래업자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움직여 자동차관리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은 온라인 중고차 사업자도 오프라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1,000평 규모의 주차장과 100평 이상의 경비실 등 각종 시설과 인력을 갖추도록 했고 2016년 1월 수정없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했다. 

온라인 기업에게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마치 모바일 부동산 앱인 ‘직방’에게 오프라인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우버처럼 원래 있던 규정을 적용한 것도 아니고 굳이 없던 규정을 새로 만들어서 시장진입을 막는 것도 비상식적인 일이다. 하지만 보편 적인 상식과 합리적인 문제 제기는 마치 머뮤다 삼각지대처럼 기득권의 영향력에 밀려 자취를 감췄다.

한순간에 경쟁력을 상실한 헤이딜러에게 남은 선택은 폐업뿐이었다. 규제를 따르려면 토지 구매를 위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데 고작 사업경력 1년에 불과한 스타트업에게 그럴만한 돈이 있을리 만무하다. 또 설사 마련한다 해도 서울근교에서 1,000평이 넘는 땅을 구할 방법도 없어서다. 

그렇게 또 하나의 혁신기업이 실종될 위기에 처한 그때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헤이딜어릐 폐업소식을 접한 언론들이 일제히 국회를 비난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자동차 관리법 개정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플랫폼 간 차이를 이해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표하면서 여론이 헤이딜러로 쏘리기 시작했다. 결국 여론에 밀린 정부는 손들고 백기를 선언했다. 법을 통과 시킨 국회와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의 약관만 남기고 나머지 규제는 철폐하기로 했다. 이미 국회를 통과한 법을 불과 한달만에 되돌린 일은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헤이달러는 폐업 선언 50일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법뮤다 삼각징대에 빠져 사라질뻔 했지만 언론과 여론에 힘입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 스타트업들은 여전히 강고한 법뮤다 삼각지대 속에서 과도한 규제에 시달리며 사실상 폐업을 강요 받고있다.

스타트업 스타트 막고 방해하는 규제 블랙홀

콜버스랩(Callbus)은 스마트폰으로 부르는 심야버스 서비스다. 밤에 운행하지 않는 10~13인 승 전세버스를 이용해 목적지가 같은 승객을 안전하게 바래다 준다. 우버가 한국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운수사업을 고민한 결과 탄생한 모델이다. 2015년 12월 지하철이 끊긴 뒤 택시를 잡으려는 인파로 아수라장이 되는 강남 등지에서 시범 서비스를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승차거부도 없고 택시보다 요금도 절반 가량 저렴해 정식서비스 돟입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2016년 2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시행 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심야 콜버스는 합법이지만 사업참여 대상은 기존 버스와 택시 사업자만 가능하다. 오랜기간동안 법무법인과 논의를 이어오며 개발한 콜버스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불법이 돼버렸다. 결국 콜 버스랩은 2017년 4월 전세버스 중개 플랫폼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했다.

럭시(luxi)는 2016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카풀 앱이다. 럭시 앱에 목적지를 입력하면 동선이 일치하는 차량 소유주(운전자)와 고객(탐승자)을 연결해 준다. 요금은 거리 등으로 계산되는데 택시보다 40% 정도 저렴하다. 탑승자는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차량 서비스를 이용하고 운전자는 동선의 낭비 없이 수익을 창출한다. 

럭시도 매칭의 대가로 요금 일부를 수수료로 챙긴다. 여객자동차운수 사업법 제 81조에 따르면 우버처럼 자가용을 이용한 유상 운송은 불법이지만 출퇴근에 한해 자가용을 함께 타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럭시는 이러한 예외규정을 사업모델로 전환했고 출퇴근 카풀을 원하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2017년 11월 기준 이용 건수가 400만 건을 넘었고 이용자 수는 70만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5,000명이 럭시로 출퇴근한다고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럭시의 카풀 서비스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교통 수요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 한해 친분있는 사람끼리 카풀을 하는 것이 법의 원래 취지인데 러시는 스마트폰 플랫폼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영업하고 있어 위법행위라는 것이다. 실제로 경찰은 하루 3회 이상 카풀서비스로 영리를 취한 것은 불법이라며 카풀 운전자 수십 명을 입건 처리했다. 

현행법에는 출퇴근 카풀이 가능하다는 조항만 있을 뿐 출퇴근이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인지, 카풀 이용은 하루에 몇번까지 이용 가능한지 등 시간이나 횟수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즉각 반격이 시작됐다. 그러나 서울시는 ‘카풀은 나홀로 출퇴근 차량 해소와 교통 혼잡 개선이 목적이지 업체와 운전자가 365일 24시간 수익을 올리라고 도입한 제도가 아니라며 아예 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발맞춰 국회의원들은 카풀 서비스를 더욱 엄격히 규제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을 명문화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국가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글로벌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글로벌 플랫폼은 구글이나 아마존이 그랬듯 혁신적인 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으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기득권을 놓치기 싫은 전통 산업은 혁신을 거부하고 법을 무기 삼아 신생 스타트업들을 공격하고 있다. 한 줄뿐인 법 문항을 근거로 시행령을 통해 수백 개의 규제를 만들어 내거나 기존 오프라인 산업에 유리하도록 법을 바꾸고 새로 조항을 신설해 혁신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그 결과 국내 스타트업들은 이중 삼중 규제에 시달리며 원래 목표였던 글로벌 플랫폼은 커녕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던 생존 조차 힘겨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약이 아무리 좋아도 과용하면 독약이 된다. 산업의 균형적 성장을 위해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유독 스타트업에만 과다하게 집중되는 규제들은 오히려 경제성장에 위협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것은 ‘규제’가 아니라 ‘지원’이다. 만약 우리나라에도 구글과 아마존처럼 글로벌 플랫폼이 탄생하길 바란다면 규제의 블랙홀인 법뮤다 삼각지대를 하루빨리 걷어내서 모든 산업분야에 혁신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taeeon.koo@tek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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