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편안 “뚜렷한 방향 없다” 비판
국민연금 개편안 “뚜렷한 방향 없다” 비판
  • 정세진
  • 승인 2018.12.17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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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설득 대신 여론에 의지?… 합의 도출 불투명

 

지난 14일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 4가지 방안에 대해 정파를 막론하고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 보험료율을 현행 9%로 유지하는 1안, 보험료율은 그대로 두면서 2022년 이후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하는 2안,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5%로 유지하는 3안, 보험료율을 13%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4안을 제시했다.

이와 같은 개편안에 대해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야당 뿐 아니라 우호적인 시민단체 역시 방향이 모호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노후소득보장에 무게를 실었다고는 하지만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지금과 같이 유지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에서는 정부가 결국 정치권에 책임을 떠넘겼다며 비난하고 있어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상당히 난항에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참여연대는 개편안 발표 다음날인 15일 성명을 통해 “재정안정화에 치우쳐 온 정책 목표를 수정하고 노후소득보장 제도로서 공적연금의 목표를 적절히 제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참여연대는 동시에 “사적연금을 뺀 공적연금만으로 ‘적정 노후생활보장’이 이뤄지게끔 정책목표를 적극적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4가지 안에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지금보다 높이는 안과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올리는 안이 포함됐으나 공적연금만으로 노후 안정을 보장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이다.

한편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에서는 “정작 하위계층 노인에게 정부안에 제시된 ‘공적연금 100만원 모델’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3안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해 평균적으로 월 92만원을 받을 수 있으며 4안에서는 월 97만원으로 보장금액이 올라간다.

그러나 내가만드는복지국가측은 “소득대체율이 45~50%에 이른다고 하더라도 100만원을 버는 사람이 국민연금에 15~20년 가입한 뒤 받는 돈은 월 30만~40만원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관계자는 “한국의 노동시장 격차, 하위계층 노인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할 때 노후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데 개편안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기초연금을 40만 원 이상으로 올리고, 국민연금은 지속 가능성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보험료율을 올려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장보다 재정안정 쪽을 우선시하는 입장에서도 이번 정부 개편안은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다.

1안과 2안에 따르면 2057년, 3안에선 2063년, 4안에선 2062년에 연금재정이 고갈되는데 정작 소득대체율을 그대로 둔 채 보험료를 올리는 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3안과 4안을 선택할 경우 올라가는 소득대체율을 충당할 만한 책임 있는 재정안정화 방안이 빠져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기초연금 조달 방안과 재원이 불분명하다는 점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개편안에는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2021년부터 30만원으로 올리거나 2022년 이후에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2022년에 월 40만원으로 올릴 경우 기초연금으로 들어가는 예산만 2028년 기준으로 4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인상 선을 30만원으로 정한다 해도 10년만 지나면 소요예산이 28조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가입자들이 기금을 내는 국민연금과 달리 세금을 기반으로 한 기초연금은 젊은 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게 윤 연구원의 이야기다.

결국 정부가 내놓은 국민연금 개편안은 연금재정을 튼튼히 유지할지, 노후소득보장을 늘릴 것인지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는 합리적인 대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으나 정작 여당 내부에서도 보험료율 인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연금의 미래를 장기적으로 내다보며 국민을 설득하는 대신 사지선다를 내놓고 국민 여론에 기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도 나온다.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의 정용건 위원장 역시 “정부가 책임있게 하나의 안을 내놓지 못하고 나열을 해놓은 점이 아쉽다”는 의견을 밝혔다.

복지부의 개편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거친 후, 국무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12월 말에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논의를 거쳐서 최종 합의안이 나오면 국회는 이를 토대로 국민연금법 개정 작업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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