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대구은행 행장 선임 둘러싸고 내분 깊어져
DGB·대구은행 행장 선임 둘러싸고 내분 깊어져
  • 정세진
  • 승인 2019.01.1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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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중심 친회장 vs 은행 중심 반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이 대구은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내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지난 11일 DGB금융 이사회는 김태오 회장을 대구은행장으로 추천, 사실상 겸임이 결정됐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이 13일 전했다.

애초에 행장 후보로는 박명흠 전 대구은행장 대행과 노성석 전 DGB금융 부사장이 거론됐다.

그러나 이사회는 “은행에서 추천한 이들 두 사람을 포함, 6~8명의 후보를 심의했으나 채용비리와 비자금, 펀드 손실보전 등의 결격사유가 드러났다”며 김 회장을 선임한 이유를 설명했다.

박 전 대행의 경우 구속된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에 대한 임금 지급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노 전 부사장은 수성구청 펀드손실 사건과 연루돼 있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다른 후보들도 박 전 회장 재임 당시의 각종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은행권 안팎에서는 김 회장의 겸직이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으며, 이는 핵심 계열사인 대구은행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은 옛 보람은행에서 경력을 시작해 KEB하나은행과의 합병 후 지주사와 은행에서 요직을 지냈으며 하나HSBC생명 사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대구은행에서의 경력이 없는 외부인사다 보니 정권 교체의 수혜를 받은 낙하산이라는 비판이 김 회장에게는 따라다녔다. 회장으로서의 친정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DGB 금융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대구은행 장악이 반드시 필요했다는 것.

DGB금융의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당기순이익은 2786억 원이며 같은 기간 대구은행의 순이익은 2811억원으로 금융사를 넘어선다. 지난 2011년 DGB금융이 출범한 이후 1, 2대 회장 모두 은행장을 겸임해 왔기 때문에 김 회장 역시 겸직을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해 온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대구은행과 DGB생명을 제외한 자회사에 대해서만 최고경영자(CEO)를 추천해 온 관행을 변경, 은행 이사회에 있던 행장 추천권을 지주사로 가져왔다. 이를 두고 은행 이사회와 노조는 겸임을 위한 포석이라며 비난했으나 김 회장은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말로 맞섰다.

김 회장이 대구은행장 겸임을 결정하면서 일각에서는 현재의 갈등 상황을 대구은행 내 뿌리 깊은 대구상고(현 상원고)와 경북고 사이의 파벌 싸움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에서는 지역 유력 학맥인 경북고와 대구상고 출신 인사들이 경쟁 구도를 이어 왔는데, 대구상고 출신인 박 전 회장이 물러나고 경북고 출신인 김 회장이 등장하면서 권력 다툼이 재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DGB금융과 대구은행에서는 대구상고와 영남대 출신 인사들이 승승장구했으나 이들 중 9명이 지난해 7월 김 회장 취임 후 단행된 인사에서 퇴임했다. 지역 명문고로 불리는 대구상고는 한국은행 총재와 타 시중은행장을 배출했으며 1980년대까지 대구은행 신입 직원의 절반을 차지해 왔다.

다만 지금의 지주사 행보를 파벌 싸움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며, 지배구조 정상화를 위해 자연스럽게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반론도 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이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 자회사인 만큼 지주사가 행장 추천권을 포기하는 게 오히려 책임경영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권 내에서는 지주사의 김 회장 추천을 은행 이사회가 거부하게 되면 ‘지배구조’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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