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스피커 각축전..미래 소비시장 점령한다
인공지능 스피커 각축전..미래 소비시장 점령한다
  • 구태언 변호사
  • 승인 2019.02.19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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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2014년 겨울 아마존에서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 바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아마존 에코(Amazon Echo)’다. 얼리어답터를 자부하는 한사람으로써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아마존 유료 회원에 이어 일반에게도 판매되기 시작한 2015년 여름 해외직구로 에코를 구입해 집 거실에 설치했다. 

지금이야 국내에도 많이 대중화됐지만, 당시만 해도 말을 알아듣고 그대로 실행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는 신세계와 다름없었다. 미국 전용이라 한국어 지원도 안 되고 국내 사물인터넷(IoT)이 초입 단계라 연동할 수 있는 기기도 적어서 100퍼센트 활용은 불가능했지만, 그래도 말 몇 마디로 음악 재생이나 일정 관리 같은 기능이 작동되는 걸 경험하면서 4차 산업혁명에 발을 내디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존 에코는 멀리만 느껴지던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일상으로 성큼 들어온 첫 사례라 할 만하다. 그동안 알파고니 왓슨이니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뉴스를 수놓았지만 정작 현실에선 가까이 접할 기회가 없었다. 현재 수준으로 인공지능이라 표현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아마존 에코의 등장이 우리 사회가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시대로 발돋움하는 발판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아마존 에코, 인공지능 스피커 시대를 열다  

아마존 에코는 23.5cm 높이의 원기둥 모양이다. 겉보기엔 여느 스피커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이 기기 안에는 아마존이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비서 프로그램인 ‘알렉사(Alexa)’가 탑재되어 있다. 사용자가 ‘알렉사’를 부른 뒤 ‘음악 틀어줘’ 나 ‘날씨 알려줘’라고 말하면, 스피커에 내장된 7개의 마이크로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한 알렉사가 자동으로 음악 재생과 날씨 읽기를 수행한다. 팟캐스트와 킨들 앱 등과 연동해 스트리밍 재생이나 오디오북 청취도 가능하고, 미리 결제 수단을 입력해두면 몇 마디 말로 인터넷 쇼핑도 할 수 있다. 도어락이나 전기 등 스마트홈 기기와 연동하면 알렉사와의 대화만으로 문을 잠그거나 불을 끌 수도 있다. 

기존의 IT 기기는 키보드 자판으로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거나, 터치스크린으로 아이콘을 클릭해야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인공지능 음성비서는 사용자가 말로 지시하면 알아서 명령을 수행한다. 기존의 인터페이스 환경을 완전히 뛰어넘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아마존 킨들이 종이책을 읽는 대신 전자책을 듣는 것으로 책 읽기 방법을 바꾼 것처럼, 아마존 에코는 몸을 움직이는 대신 말 몇 마디로 집 안의 모든 기기를 컨트롤하는 스마트홈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이는 아마존 에코 사용자들의 이용 패턴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아마존은 에코 출시 2년여가 흐른 2016년 에코 사용자 1300명을 대상으로 1회 이상 사용한 에코 기능을 조사했다. 그 결과 타이머 설정과 음악 재생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뉴스 읽기가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초창기에는 말로 음악을 재생하는 조금 비싼 오디오 기기 정도에 머물렀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단순한 스피커를 넘어 뉴스 읽기와 전자책 듣기 등 정보전달자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 경쟁사들이 유사한 제품을 출시한 것은 이 즈음부터다. 

아마존 에코의 성공에 자극을 받은 구글은 2016년 11월 자사의 인공지능 음성비서 프로그램인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탑재된 ‘구글홈(Google Home)’을 출시했다. 구글 홈의 경쟁력은 정확한 응답률이다. 약 2조3000억 개의 영어단어를 성별, 연령별, 억양별로 구분할 수 있는 음성 클라우드를 이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가장 적절한 답변을 내놓는다. 

실제로 디지털 마케팅 회사 스톤 탬플이 2018년 아마존 알렉사, 애플 시리(Siri), 마이크로소프트 코타나(Cortana), 구글 어시스턴트 등 ICT 기업들이 내놓은 음성인식 소프트웨어를 대상으로 응답 정확도와 응답률을 조사한 결과, 구글 어시스턴트가 주어진 질문에 가장 많이 대답하고 응답 내용도 가장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도 2018년 2월 인공지능 음성비서 ‘시리’를 탑재한 스피커 ‘홈팟(HomePod)’을 선보였다. 홈팟은 애플 특유의 디자인과 최상의 음질을 자랑하며 ‘애플 덕후’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받았다. 하지만 대중화에는 실패한 모습이다. 아마존 에코(179달러)나 구글 홈(129달러)과 비교해 너무 비싼 가격(349달러)과, 인공지능이란 말이 무색할 만큼 서로 다른 목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시리 때문에 판매 실적이 저조한 편이다. 

페이스북은 2018년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비서 ‘엠(M)’을 탑재한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했다. 페이스북 채팅 프로그램인 메신저(Messenger)와 연동해 스피커로 메신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15.6인치 터치스크린과 카메라를 장착해 화상 채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인공지능 음성비서 스피커 시장은 아마존 에코의 단독 선두다. 후발주자인 구글이 검색엔진 기반의 뛰어난 음성 인식률을 무기로 맹추격하고 있지만, 2년 앞서 시장을 선점한 아마존의 저력을 뛰어넘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칸타르 월드패널에 따르면, 2018년 3월 기준 아마존 에코 스피커 시리즈의 미국 내 점유율은 66퍼센트로, 2위인 구글홈 30퍼센트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후발주자들의 도전은 멈출 줄 모른다. 아마존의 독주가 분명해 보이는데도 경쟁사들은 인공지능 음성비서 스피커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으며 앞 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이 곧 미래 소비 시장을 점령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스피커를 장악하면 미래 소비 시장을 점령한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음성비서 스피커의 경쟁력은 사용자의 말을 얼마나 잘 알아듣느냐에 있었다. 2014년 아마존 에코 출시 때만 해도 단어 형태의 짧은 언어를 인식해 음악을 재생하거나 날씨를 읽어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만에 인공지능 스피커는 눈부신 진화를 거듭했다. 목소리만으로 서로 다른 사람을 구별할 수 있고, 인터넷 쇼핑이나 계좌 송금처럼 복잡한 명령도 처리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스피커라는 단일한 기기에서 벗어나, TV와 에어컨 등 집안의 가전기기를 자유자재로 제어하는 사물인터넷(IoT) 허브로 진일보하고 있다. 이제 인공지능 스피커는 단순히 말을 잘 알아듣는 수준이 아니라, 얼마나 많은 디바이스를 제어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일례로 구글 홈에 탑재된 인공지능 음성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재 미국의 거의 모든 스마트홈 기기 브랜드를 지원하고 있다. 구글 어시스턴트와 호환되는 스마트 기기는 2018년 1월 1500개에서 5월 5000개 이상으로 크게 증가했다. 스마트TV와 냉장고, 에어컨, 제습기, 공기청정기, 오븐, 식기세척기, 보안 카메라, 조명기기, 디지털 온도조절 장치, 스위치 등 종류도 다양하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taeeon.koo@teknlaw.com)

아마존 에코의 ‘알렉사’는 업계 1위답게 세계 최다 수준의 스마트홈 기기 연동을 자랑한다. 알렉사는 2018년 5월 현재 2000개 브랜드에서 출시한 스마트홈 디바이스 1만2000개와 자유롭게 호환된다. 구글 어시스턴트의 두 배를 훨씬 웃도는 규모다. 

중국의 반격도 만만찮다. 2017년 8월 알리바바는 인공지능 음성비서 ‘알리지니(AliGenie)’를 탑재한 스피커 ‘티몰 지니(Tmall Genie)’를 출시했다. 2017년 11월 11일 광군제 기간 동안 100만대 넘게 팔렸고, 2018년 5월 현재 누적 판매량은 200만대를 넘어섰다. 티몰 지니의 가장 큰 강점은 사물인터넷으로, 아마존 에코를 훌쩍 뛰어넘는 무려 4500만 대의 가전과 연동된다. TV와 에어컨, 로봇 청소기 등 종류도 셀 수 없을 정도다. 2017년 9월 샤오미가 출시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스피커 ‘미(Mi)’도 5만 원대의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판매 23초 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샤오미는 이미 중국 가정에 수많은 종류의 자사 가전제품이 배치되어 있어 인공지능 스피커로 연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샤오미 미는 스마트 TV와 에어컨, 공기청정기, 로봇 청소기 등 다양한 기기를 제어할 수 있으며, 오픈소스 플랫폼을 통해 협력사가 아닌 제품도 샤오미 스피커와 연결되도록 했다. 

이처럼 앞으로 인공지능 스피커의 가장 큰 효용가치는 사물인터넷 기술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특정 스피커를 사용 중인 사람이라면 향후 가전기기를 구매할 때 해당 스피커와 연동되는 제품을 우선할 것이다. 어떤 스피커를 사용할지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이미 보유한 가전기기와 가장 연결성이 높은 제품을 우선할 것이다. 어떤 경우라도 사물인터넷 확장성이 높은 스피커가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중국 알리바바와 샤오미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아마존과 구글 못지않은 시장 장악력을 발휘하는 이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물인터넷으로 스마트홈을 점령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집중 공략할 곳은 바로 쇼핑이다. 어느 주기로 식료품을 구매하고 어떤 브랜드의 상품을 선호하는지에 대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축적한 인공지능 스피커는 어느 수준에 이르면 생필품 구매 주기를 따져 알아서 주문서를 넣고 내가 좋아할 법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단계에 이를 것이다. 그야말로 취향저격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굳이 동일한 기능의 인공지능 스피커를 두 개 이상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므로 사람들은 가장 성능이 좋은 제품을 선호하게 될 것이다. 사용기간이 늘어날수록 나에 관한 데이터가 차곡차곡 축적될 것이고, 인공지능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 만약 인공지능 스피커가 의도적으로 자사 또는 협력사 제품을 추천한다고 해도 이미 극강의 편리함과 취향저격 서비스에 중독된 사용자들은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 결과는 소비 시장의 장악이다. 사람들은 인터넷 쇼핑몰이나 스마트폰 앱 대신 인공지능 스피커를 통해 대다수 물품을 구매하게 될 것이고, 이는 곧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장 큰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마존의 라이벌인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 미국 대형 소매유통업체들이 최근 구글과 제휴를 맺은 것은 그래서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에 맞서 구글홈을 통해 인공지능 스피커 소비 시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대 플랫폼 기업인 구글과 최대 유통망을 가진 월마트의 결합은 미래 소비 시장이 인공지능 스피커에 좌우될 것임을 반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2017년 15억 달러(약 1조6222억 5000만 원) 수준인 세계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이 2022년에는 55억 달러(약 5조9482억5000만 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인공지능 스피커의 매출 규모만을 고려한 것일 뿐, 만약 여기에 인공지능 스피커와 연동되는 사물인터넷 전자기기 시장과 전자상거래 시장까지 포함한다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taeeon.koo@tek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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