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영향력 본격 발휘?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영향력 본격 발휘?
  • 정준호
  • 승인 2019.03.28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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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 총수 경영권 박탈… 과도한 정부입김 우려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하면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기업 견제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지난해 7월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 위해 도입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한다.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의결권 있는 주식 73.84%를 가진 주주들이 표결에 참여,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이사 선임 및 해임은 특별 결의사안으로 분류되므로 참석 주주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조양호 회장이 주주들에 의해 경영권을 잃게 된 데에는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반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날 수탁위는 조양호 회장 일가가 이른바 갑질 논란과 같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등을 들어 연임에 반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대한항공 지분은 총 11.56%로, 조 회장 일가 등 특수관계인(33.35%)에 이은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34.59%에 이르는 소액주주 등 기타주주들도 국민연금에 동조하면서 연임 부결을 이끌어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주요 기업들의 기관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음에도 주주로서 견제의 역할은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투자 규모는 지난해 3월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의 7%에 이르지만 기업별 지분율은 10% 초반 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주총 안건 607개 가운데 실제로 부결된 경우는 단 7건(1.2%)에 불과하다.

대주주 이사 재선임 안건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2011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2016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2016년)에 여러 차례 반대표를 던졌으나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통해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을 박탈하자 재계에서는 적지 않게 긴장하는 분위기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은 조 회장 연임 부결을 두고 ‘재계의 촛불혁명’이라며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 주총을 계기로 이른바 ‘펀드자본주의’가 위력을 발휘할 발판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펀드자본주의는 펀드가 기업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 권력으로 등장한 20세기 후반 이후의 자본주의 특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펀드가 단순히 주식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노리는 것을 넘어서 투자한 기업의 경영에 직접 참여,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펀드 자본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2006년 이끈 ‘한국지배구조펀드(일명 장하성펀드)’를 시작으로 펀드자본주의 움직임이 일기 시작했다.

이번 결정은 기업 총수라도 기업가치를 훼손했을 경우 견제를 받을 수 있으며, 경영권까지 박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펀드 자본주의가 정착되면 기업 총수들도 사익추구에 열중하는 대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다만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은 국민연금이 재벌 개혁이라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가령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가 검토한 사안이라도 최종 결정권은 기금위에 있는데, 기금위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고, 당연직 위원 4명 역시 정부 부처 차관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외국처럼 독자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연기금이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즉, 기금위의 간섭을 끊고 수탁자책임위의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강화한다면 정부 개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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