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5개월 만에 경기 ‘둔화’에서 ‘부진’으로 변경
KDI, 5개월 만에 경기 ‘둔화’에서 ‘부진’으로 변경
  • 정세진
  • 승인 2019.04.0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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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활동 위축 근거…경기불황 장기화 가능성 시사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우리나라 경제상황에 대한 판단을 경기‘둔화’에서 ‘부진’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KDI는 우리 경제가 경기둔화 상태라는 진단을 유지해 왔으나 5개월 만에 한 단계 격하시킨 셈이다.

KDI가 지난 7일 발간한 ‘2019년 4월 KDI 경제동향’에 따르면 최근 우리 경제는 “대내외 수요가 위축되면서 경기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혀 있다. 이는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속도와 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지금의 경기불황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KDI는 경기부진 진단의 근거로 “생산부진이 장기화되고 있고, 그나마 내수 경기를 떠받치고 있던 소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심각한 위축 상태인 투자마저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KDI가 ‘경기부진’ 이라는 경기진단을 내린 것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내수가 급격하게 얼어붙은 2015년 3월 이후 4년만의 일이다. 정부 경제정책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는 KDI가 경기하강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상반기 이후의 일이다.

당시 KDI는 “경기회복세가 완만하다”고 밝혔으나 11월부터는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표현으로 변경했다. 경기부진 진단의 또 다른 이유로는 지난달 말 통계청이 발표한 2월 산업활동 지표가 부진했던 것이 꼽히고 있다. 2월 산업활동 지표에서는 생산·소비·투자 등이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KDI 는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도 주력 품목을 중심으로 감소했다"며 "생산 측면에서도 광공업생산의 부진이 심화되는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의 증가세도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광공업 분야에는 우리 경제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 산업들이 포함돼 있어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또한 서비스업생산 증가세 둔화는 곧 내수가 부진해지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로, 통상 설 연휴를 끼고 있는 1~2월은 서비스업생산의 증가폭이 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올해 1~2월 서비스업생산 평균 증가율은 1.2%로 지난해 12월 1.4%보다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DI는 설비투자에 대해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렸으며, 개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지난 2월 설비투자는 반도체 가격 조정 여파로 인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최악 수준인 –26.9%를 기록했다. 또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3월 자본재수입액 역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어 향후 설비투자 개선 흐름이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게 KDI의 진단이다.

그 중에서도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이 70.3%로 전월 63.5%보다 큰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반도체 설비투자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월 고용시장에 대해서는 “취업자 수가 26만3000명 증가했으나 이는 정부 일자리사업 등의 영향이 반영된 결과”라고 KDI는 분석했다.

실제로 60대 이상 고용률이 전월대비 1.1%p 상승한 반면 경제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30~40대 고용률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번 KDI의 판정으로 인해 지난 3월 경기에 긍정적 모멘텀이 있다고 진단한 정부의 경기인식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3월 15일 ‘최근의 경제동향’을 통해 ‘긍정적 모멘텀’을 언급했으나, 불과 보름 만에 생산·투자·소비 지표는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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