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O2O 서비스, 한국에선 절반 이상이 무용지물
편리한 O2O 서비스, 한국에선 절반 이상이 무용지물
  •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 승인 2019.04.22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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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만 있으면 모든 서비스가 내손 안에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2018년 1월 시애틀 본사 1층에 세계 최초의 무인 편의점인 ‘아마존고(Amazon Go)’ 매장을 열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출입구에 교통카드처럼 스마트폰을 찍고 들어가서 원하는 상품을 집어 들고 그대로 다시 개찰구를 통과해 나가면 된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미리 다운받은 아마존고 앱을 켜면 QR코드가 뜨는데 그걸 개찰구에 찍으면 자동으로 나를 인식한다. 초록색 불이 켜지면 안으로 들어가서 물건을 고르면 되는데, 물건을 집어들 때마다 천장에 설치된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들이 알아서 그 물건을 가상의 장바구니에 담는다. 집었던 물건을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장바구니 목록에서도 사라진다. 물건을 다 골랐으면 그대로 들고 출입구를 빠져나간다. 나갈 땐 앱을 켤 필요가 없다. 5분쯤 지나면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이 전송된다. 결제는 앱에 미리 등록해둔 신용카드로 처리된다. 

아마존고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저스트 워크아웃(Just Walk Out)’이다. 쇼핑을 끝낸 뒤 그냥 걸어 나가라는 뜻이다. 아마존고는 ‘줄 서지 않고(No Lines), 계산하지 않으며(No checkouts), 계산대를 두지 않는다(No registers)’는 ‘3 노(No)’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자율주행자동차에 사용되는 첨단기술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사람의 눈처럼 이미지를 인식하는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카메라와 각종 센서들이 보내는 이미지와 데이터를 결합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 수집된 정보들을 분석하고 학습해서 패턴을 알아내는 딥러닝(Deep 사람들은 아마존고가 제시한 새로운 쇼핑 스타일에 매료됐고, 아마존은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올해 안에 6개 매장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이다. 

산업의 경계가 흐릿해지는 빅블러 시대

온라인 공룡 아마존이 오프라인까지 영역을 확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아마존은 앞서 2016년 11월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북스(Amazon Books)’를 오픈했다. 본사가 있는 시애틀을 포함해 샌디에이고, 맨해튼 등 2017년 11월 현재 13곳이 운영 중이다. 아마존북스의 가장 큰 특징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적절히 결합했다는 것이다. 아마존 유료 회원인 아마존 프라임 고객은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과 동일한 할인된 가격으로 책을 구매할 수 있다. 구매한 책을 굳이 들고 나올 필요 없이 계산할 때 신청만 하면 무료배송 혜택도 누릴 수 있다. 서점 곳곳에는 스캐너가 배치되어 있어서 책 바코드를 스캔하면 원래 가격과 아마존 할인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고, 온라인처럼 장바구니에 담을 수도 있다. 

온라인 서점 못지않은 정보력도 갖췄다. 아마존북스는 아마존닷컴에서 별 5개 만점 중 4개 이상을 받은 책들을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진열해 놓는다. 별점 옆에는 아마존닷컴에 올라온 책 리뷰도 같이 적혀 있어서 책을 들춰보지 않아도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아마존북스는 앞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400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대다수 오프라인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아마존북스만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은 2017년 온라인으로 주문한 뒤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물건을 찾아가는 신선식품 픽업서비스 ‘아마존 프레시(Amazon Fresh)’를 시작한 데 이어, 미 전역에 470여 개 매장을 둔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를 인수했다. 온라인에 이어 오프라인에서도 유통 공룡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AR(증강현실)과 VR(가상현실)을 이용한 가구·가전 매장도 준비 중이다. 이쯤 되면 아마존이 온라인 기업인지 오프라인 기업인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국내 최대 포털업체인 네이버도 최근 ‘네이버 쇼핑’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2017년 네이버 쇼핑 거래액은 4조6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G마켓과 옥션을 합한 이베이코리아 13조7000억 원과 11번가 9조 원에 이어 업계 3위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지금의 추세라면 올해 거래액이 9조 원을 넘어 11번가와 치열한 2위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제는 네이버가 포털업체인지 온라인 쇼핑업체인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적인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그건 바로 산업 간 경계가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생산자-소비자, 소기업-대기업, 온오프라인, 제품 서비스간 경계융화를 중심으로 산업/업종간 경계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빅블러(Big Blur)’라고 한다. 블러(Blur)는 ‘흐릿해진다’는 뜻이다. 2013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 저)’에서 처음 제시된 개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빠른 속도로 발달하면서 기존 산업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단어는 낯설어도 빅블러는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예컨대 은행에 갈 필요 없이 스마트폰 앱으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도 하고 다른 계좌로 이체도 할 수 있는 핀테크는 금융 서비스인 동시에 IT 기술이다. 지문이나 홍채 등 바이오 정보로 신원을 확인하는 생체인증은 바이오 기술이면서 동시에 IT 보안기술이다. 음성으로 집안의 전자기기를 제어하는 인공지능 스피커와 자동차가 알아서 운전하는 자율주행자동차는 실물 제품은 제조업에 속하면서도 작동 방식은 사물인터넷(IoT)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프라인을 혁신하는 O4O 비즈니스 

그중에서도 빅블러 현상의 주역을 꼽으라면 단연 O2O(Online to Offline)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오프라인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와 연결해주는 O2O는 가장 빠른 속도로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 앱으로 택시를 부르고, 숙소를 예약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일은 일상이 된지 오래다. 요즘에는 스마트폰 앱만 누르면 원하는 곳으로 달려와 세차를 해주고, 세탁물 수거와 배달을 원스톱으로 해주고, 전문가가 찾아와 집안을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최근에는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뜻하는 ‘소확행(小確幸)’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양한 분야의 취미 클래스를 실시간으로 예약해주는 스마트폰 앱들도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구멍 나버린 제방은 어떤 방법을 써도 무너지는 것을 결코 막을 수 없듯이, 이미 허물어진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는 그 흔적을 찾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더욱 희미해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종 산업이 끝없이 융합해 무엇이 온라인이고 무엇이 오프라인인지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할 만큼 전혀 새로운 산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중 하나가 요즘 신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O4O(Online for Offline) 비즈니스다. 기존의 O2O는 스마트폰 앱으로 음식을 주문(Online)하면 원하는 곳으로 배달(Offline) 받는 시스템이었다. 반면 O4O는 스마트폰 앱만 설치(Online)하면 줄 설 필요 없이 입장과 결제(Offline)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아마존고는 오프라인 편의점이지만 구매부터 결제까지 모든 과정이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는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들은 기존 편의점과 다를 바 없지만, 아마존이 제시한 스마트한 쇼핑 방식은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아마존북스는 오프라인 서점이지만 온라인과 동일한 혜택을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종이책의 매력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할인과 배송 등 온라인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아마존북스는 서점 비즈니스의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 

지금까지의 O2O가 오프라인에 존재하던 서비스를 온라인으로 중개해주는 역할에 그쳤다면, 앞으로의 O4O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 그동안 축적한 빅데이터와 기술력을 활용해 오프라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단계로 진화해나갈 것이다. IT 기업 구글이 제조업 영역이던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에서 선두가 되고,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에서도 절대강자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앞으로 펼쳐질 무한경쟁의 빅블러 시대에 우리는 어디쯤 서게 될 것인가. 지금부터라도 글로벌 인터넷 플랫폼을 육성하는 데 모든 노력과 지원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taeeon.koo@teknla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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