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유류세 인하 폭 축소가 이뤄지면서 휘발유 가격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6일부터 6개월간 시행돼온 유류세 인하 조처가 단계적으로 환원되기로 하면서 전날부터 인하 폭은 15%에서 7%로 줄어들었다.
정부가 작년 11월부터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었던 2008년 3월 10일∼2008년 12월 31일까지 약 10개월간 휘발유·경유·LPG 부탄의 유류세를 10％ 인하한 이후 10년 만이다.
이 때문에 지난 6일 전국 곳곳 주유소에는 가격이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주유하려는 차량이 늘어서는 진풍경을 이루기도 했다. 시행 이틀째인 8일 오전 서울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00원을 넘어섰다.
서울 휘발유 가격이 16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 이후 5개월 여만에 처음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서울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리터당 1603.09원으로 전일대비 6.95원 올랐다.
인하 폭 축소가 시작된 7일 저녁 7시 기준 서울 휘발유 가격 인상 폭인 리터당 32.05원을 더하면 이틀 만에 총 39.00원이 오른 셈이다. 7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일보다 리터당당 7.51원 올라 5개월 만에 1500원을 돌파했으며 이튿날인 8일에는 1507.63원을 기록해 총 32.93원이 올랐다.
이틀 동안의 전국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은 유류세 인상분 65원의 49.3%, 서울의 경우 60.0%를 반영했다. 경유 가격은 전국 평균 리터당 5.66원, 서울 평균 리터당 3.88원 올라 각각 1379.07원, 1470.72원으로 집계됐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유사 직영 주유소의 경우는 2주 정도 시차를 두고 인상분을 서서히 반영하기로 한 만큼 전날보다 폭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전날 서울 지역에서 절반 이상 반영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류세 인하가 시작된 7일 저녁 한국주유소협회를 비롯한 석유업계 단체들은 "인상 요인이 주유소 가격에 단계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유류세 인하 축소로 휘발유는 리터당 65원, 경유는 46원, 액화석유가스(LPG) 부탄은 16원씩 가격이 올랐다.
오피넷에서는 전국 주유소 판매 시세에 맞춰 하루 6차례 평균 가격을 발표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국제 휘발유 가격이 하락을 이어온 상황이어서 전국 휘발유값이 1600원을 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많이 오르면 1500원 중반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의 경우 이달 첫째 주에만 전주보다 리터당 20원 가까이 오르는 등 11주 연속 상승하면서 1400원대 후반대에 진입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추후 전국 휘발유 가격은 1500원대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 역시 이달 첫째주에 전주 대비 당 15.7원 오른 1553.3원으로, 1600원대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현재 7% 인하된 유류세는 9월 1일부터 본래대로 환원되는데, 이후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23원, 경유는 리터당 87원, LPG부탄은 리터당 30원씩 오르게 된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는 지난주 전주 대비 배럴당 2.4달러 낮아진 71.4달러였다. 다만 이날 9시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전날 대비 배럴당 1.07달러 오른 70.29달러를 기록했다.
유류세는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와 자동차세(주행분, 교통세의 26%), 교육세(교통세의 15%)가, LPG 부탄에는 개별소비세에 교육세(개별소비세의 15%),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