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차기 총수 지정 놓고 내홍?
한진그룹, 차기 총수 지정 놓고 내홍?
  • Jung Se-jin
  • 승인 2019.05.0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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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동일인 변경 신청 안해…‘형제의 난’ 재현되나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자산 기준으로 재계 14위이면서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차기 총수(동일인) 지정을 놓고 내홍에 휩싸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8일 조양호 회장이 별세하면서 장남인 조원태 회장은 곧바로 그룹 회장에 취임, 동일인 결정 문제는 일단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한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지 않고 있자 일각에서는 조원태·현아·현민 삼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2019년 대기업 집단 지정 현황’ 발표를 당초 예정된 10일에서 15일로 연기했다. 지난 8일 공정위는 긴급 브리핑을 통해 “한진이 동일인 변경신청서를 이날까지 제출하지 않아 전체 발표 일정을 연기했다”고 사유를 전했다.

동일인은 정부가 공식 인정하는 총수(총수가 없는 그룹은 법인)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인을 말한다. 동일인이 바뀌면 특수관계인 범위도 달라지며, 지분 관계에 따라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계열사들도 바뀌게 된다.

한진은 지난 3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명의로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동일인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공정위에 보냈다. 정위는 한진이 오는 15일까지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공정거래법상 지정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허위자료를 내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도록 되어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한진가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며 “동일인 변경 신청을 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동일인을 지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한진칼이 지주사 역할을 하며 대한항공, 진에어, 정석기업 등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태다. 조 회장은 부친인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한 지 16일 만인 지난달 24일 긴급 이사회를 통해 한진칼 회장에 올랐다.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룹 핵심 경영진이 동일인 변경 신청과 경영 공백 우려를 이유로 조 회장의 취임을 서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누나인 현아, 동생 현민씨의 경우 각각 ‘땅콩 회항’과 ‘물컵 갑질’ 로 비난을 받은 바 있어 조원태 회장의 경영 승계는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졌었다.

그러나 그가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온전히 상속받으려면 두 자매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세 남매의 지분율은 조 회장이 2.34%, 현아씨가 2.31%, 현민씨가 2.30% 씩을 갖고 있다. 조 회장 자신의 지분만으로는 경영권을 장악하기에 역부족이다.

또 2000억원 대로 추산되는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한진칼 지분 일부를 처분할 경우 경영권 유지가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한진칼 2대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KCGI가 지분율을 끌어올리며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진그룹 후계 구도는 안갯속에 빠진 상황이다.

지난 3월 말 정기 주주총회 당시 12.68%였던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4.98%까지 늘었다. 업계에서는 3남매가 조 전 회장의 지분을 고르게 나눠 가지고 두 딸이 상속받을 지분은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남겨둘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실제로 내부 갈등이 일어나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동일인으로 지정받지 못하면 문제가 커지게 된다. 조현아·현민씨가 조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경우 오너 일가의 지배력은 더욱 약해지며, KCGI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과 손을 잡는다면 오너 일가의 경영권 확보는 사실상 불가해질 수 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 공문이 한진칼 공동대표인 석태수 사장의 명의로 보내진 것에 주목하고 있다.

즉 석 사장과의 갈등보다는 3남매 사이의 의견이 불일치했을 가능성이 크며, 상속 문제 정리가 마무리되지 못한 상태일 수 있다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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