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원전 1호기, 총체적 관리 부실 정황 드러나
한빛원전 1호기, 총체적 관리 부실 정황 드러나
  • 정세진
  • 승인 2019.05.23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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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단체 “대형사고 위험…당장 폐쇄” 주장
한빛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 한수원
한빛원자력발전소 전경/ 사진= 한수원

지난 10일 발생한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발전소 1호기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 정황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시민방사능감시센터 등 21개 단체가 참여한 '탈핵시민행동' 준비위원회는 지난 22일 서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안하고 위험한 핵발전소는 문을 닫는 것이 정답"이라며 철저한 진상조사와 책임규명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한국수력원자력측 설명에 따르면 한빛 1호기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30분경 제어봉 인출을 시작해 원자로 출력이 18%까지 상승했으나, 발전팀이 이를 감지하고 10시32분에 제어봉을 삽입, 1분 후부터 출력이 1% 이하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어봉은 원자로 출력을 조절장치하는 브레이크와 유사한 장치로 올리면 출력이 높아지는데, 이 중 1개가 제대로 올라오지 않자 차이를 확인한다며 더 높이 끌어올린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 결과 원자로 출력이 제한치인 5%의 세 배가 넘게 급등했으며 수동으로 정지를 시키게 된 것이다. 원자로 출력이 과도하게 올라가 핵분열 반응이 급증하게 되면 폭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원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원자로 열 출력은 수초 만에 1000%, 1만%까지 빠르게 올라간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1980년대 있었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역시 제어봉 시험 과정에서 일어났다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의 양이원영 사무처장은 "제어봉 조작 실수로 인해 출력이 급증한 것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에도 일어났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녹색당도 22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는 운전 미숙과 잘못된 상황 판단 등 인재라는 점에서 체르노빌 사고와 유사하다”며 “더구나 한빛 1호기는 그동안 격납 건물에서 수십 개의 공극이 발견되는가 하면 두 차례의 화재 발생, 제어봉 관리와 조작 실패까지 부실 공사와 관리 소홀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주장에 한수원은 2분 만에 출력을 낮춰 사고 위험은 없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전문가들도 국내 원전은 안전장치를 꺼놓은 체르노빌과 달리 출력 25%까지 가면 자동 정지돼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김용수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비슷한 문제가 잠깐 동안 발생했다고 해서 체르노빌 사고 같은 대형 참사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은 현대화된 원전의 설계를 볼 때 지나친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무면허자가 제어봉을 조작한 정황이 포착된 데다, 출력이 제한치를 넘으면 즉시 원자로를 멈춰야 하는 매뉴얼도 몰랐다는 점 등 운영상의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사고 당일 문제가 생긴 사실을 발전소측이 원안위에 처음 알린 시각은 사건 발생 5시간이 지난 오후 3시쯤이었다.

또한 한수원은 조사단이 현장점검에 착수한 오후 4시 이후 센터 측에 추가로 상황을 설명했고, 당일 밤 10시30분 원전 정지 사실도 통보했지만 열출력이 제한치인 5%를 초과했고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았던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센터 관계자는 “사건 당일에는 테스트 도중 보조급수펌프가 가동돼 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조사를 나왔다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열출력이 제한치를 넘었다는 설명은 며칠 뒤인 지난주 후반쯤에야 들었다”며 “무자격자가 제어봉을 조작했다는 것은 열흘 뒤 원자력안전위원회 보도자료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침에 따르면 원전 운영사는 언론·인터넷에 공개해야 하는 원전 관련 정보를 감시기구에도 반드시 함께 알려야 한다. 더구나 원전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는 주민들에게도 정보 공유가 늦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까지 국내 원전에서 일어난 사건사고는 총 750건으로 이 중 130여건은 조작자 등 사람의 실수가 원인이 되어 일어났다.

1986년 8월 25일 가동을 시작한 한빛 1호기는 우리나라 대표 노후 원전으로 오는 2025년 설계수명이 만료됐으며, 지난해 8월 정기점검 이후 지난 9일 원안위로부터 재가동 승인을 받았다.

시민단체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이 사건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한빛원전을 관리·감독하는 원안위의 직무태만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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