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화웨이 배제’ 요구에 정부·이통사 ‘난감’
美 ‘화웨이 배제’ 요구에 정부·이통사 ‘난감’
  • 정세진
  • 승인 2019.05.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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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사드보복 가능성 등 여러 부작용 우려
사진= 'Evening Standard' 관련기사 캡처
사진= 'Evening Standard' 관련기사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나라에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막아달라고 요구하면서 정부와 관련업계 모두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2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최근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나라 외교부에 “화웨이 장비에 보안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미 국무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국 기업들이 화웨이와 거래하는 것을 전면 금지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우리 정부는 “보안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며 확답을 유보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어느 한쪽의 입장을 들어주었다가는 어떤 후폭풍이 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정부 당시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로 경제보복을 겪은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관련 정책에 더욱 신중을 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또 한 번 미·중 사이의 힘겨루기에 개입했다가는 또 다시 곤란한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아 자사 통신장비에 백도어(Back Door, 인증절차 없이 컴퓨터 및 암호시스템 등에 침투해 정보를 빼돌리는 장치)를 심어 보안에 심각한 위협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은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을 타겟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자국의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다.

이날 미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들을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렸으며, 이후 구글, 인텔, 퀄컴, 자이링스, 브로드컴 등 미국을 대표하는 IT 기업들이 줄줄이 화웨이와의 거래 단절을 선언했다.

다만 미국 정부는 갑작스러운 거래 중지로 인한 부작용을 완화하기 화웨이에 90일간 제재 조치를 멈추는 ‘임시 면허’를 발급한 상태다. 그러나 영국과 일본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이 반 화웨이 전선에 동참하며 화웨이 보이콧은 전 세계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역시 화웨이 보이콧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3대 이통사 중 하나인 LG유플러스가 5G 네트워크 구축에 화웨이 제품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영국 호주 등 다른 미국 동맹국들은 아직 화웨이 5G 장비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 않아 오히려 파장이 크지 않지만, 한국은 이미 화웨이 5G 장비를 2만개 이상 설치한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의 제재 조치가 장기화되면 LG유플러스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실제로 미국의 거래 금지 조치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식 시장에서 LG유플러스의 주가는 급락했다.

LG유플러스는 수도권 북부와 강원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다. 올 상반기에 5만개, 연말까지 8만개 5G 기지국을 구축하고 오는 2022년까지 전국망 구축을 완료한다는 게 LG유플러스의 계획이다.

LG유플러스 측은 그러나 “화웨이 장비로 5G망을 구축하는 지역에 물량은 이미 다 확보한 상태”라며 “현재까지는 화웨이 장비 철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고 못박았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요구 수위가 높아져 이미 설치된 화웨이 장비까지 철거하라고 종용할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매우 난처한 상황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23일 "미국 입장은 이미 지난번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공표된 사안으로, 큰 틀에서는 미국 동맹국인 한국에도 이러한 시그널이 이미 보내졌다고 이해될 수 있다"며 "한국이 다른 동맹국들에 비해 특별히 강하게 요청을 받았다거나 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 상용화계획이 구체화되던 지난해부터 장비 국산화를 강조해 왔다.

표면적으로는 외산 장비를 이용하면 교체가 쉽지 않아 외국 업체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유 장관이 화웨이 장비를 염두에 두고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화웨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미 수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화웨이 장비에 보안 우려는 없으며 세계적으로 월등한 5G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처럼 꾸준히 시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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