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확정... 업계 '패닉'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확정... 업계 '패닉'
  • 정세진
  • 승인 2019.05.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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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연 13조원 규모 산업 흔들려”, 문체부도 “반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확정지으면서 게임업계가 패닉에 빠졌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WHO는 게임 중독을 '게임 사용 장애'로 분류한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을 통과시켰다.

다만 이는 게임을 자주 한다거나 좋아하는 정도까지 병으로 분류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고 일상에 차질이 생겨도 게임을 끊지 못하는 증세가 1년 이상 지속될 경우에 한한다.

WHO의 조치는 게임 중독에 정식으로 질병코드를 부여해 병으로 규정한 것이며, 총회 폐막일인 오는 28일 최종 발표되면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WHO는 지난 2014년부터 게임 중독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질병 등록을 추진해 왔다. 홍콩대 등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게임을 포함한 인터넷 중독 인구는 2014년 기준으로 세계 인구의 6%인 4억 20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질병 등록 후에는 게임중독 통계 지침이 표준화되고 각국의 조사 결과가 취합되므로 국가 간 실태 조사나 비교가 가능해진다. 또한 게임 중독 관련 보건 통계가 발표되면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 배정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WHO의 조치가 확정되자 게임업계에서는 연 13조원 규모에 이르는 국내 게임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사회학 등 일부 학계에서도 ‘근거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어 질병 등재를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게임 자체를 술이나 마약과 마찬가지로 중독을 유발하는 유해 콘텐츠로 인식하게 될 거란 위기감이 반발의 가장 큰 이유이다. WHO에서 밝힌 게임 중독의 정의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결과’나 ‘우선’의 기준이 모호하며 원인과 증상이 명백히 규명되지 않아 불완전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게임 개발자는 “‘게임은 나쁜 것’이라는 기성세대의 인식에 불을 붙여준 셈”이라며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게임에 쏟아 붓는 프로게이머나 게이머 지망생들마저 정신질환자 취급을 받게 되는 건가”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WHO의 결정이 의료계의 ‘꼼수’라는 음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마약·알코올 중독 환자들과 달리 게임 중독 청소년의 경우에는 스스로 병원을 찾아오는 일이 드물다.

부모가 문제를 먼저 인지한 후에야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태반이다 보니 결국은 과잉 의료화를 통해 수익을 늘리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가 성적 하락이나 집중력 부족 같은 문제를 게임 탓으로 돌리기 쉬워질 수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류 콘텐츠 중 하나로 수출 효자 산업으로 불리던 게임 콘텐츠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따르면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된다면 2023~2025년 국내 게임시장 매출이 10조원 줄어들고, 8700여명 규모의 고용 축소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기준 40억달러(약 4조8000억원)에 이르는 해외 수출액도 감소할 전망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와 관련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승범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긍할 수 있는 과학적 검증 없이 내려진 결정이어서 세계보건기구(WHO)에 추가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2022년 WHO 권고가 발효되더라도 권고에 불과하고 국내에 적용하려면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과학적 근거 없이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질병코드를 국내 도입하는 데 반대한다는 게 문체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

한편, 게임 관련 88개 단체와 기관들로 이루어진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공대위)’는 오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관계 부처와 국회를 대상으로 WHO 질병코드 국내 도입 반대 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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