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사, 故 김용균씨 산재 사망 진상조사 조직 방해 정황
발전사, 故 김용균씨 산재 사망 진상조사 조직 방해 정황
  • 이준성
  • 승인 2019.05.28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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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에게 설문조사 '모범답안' 제공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도중 숨진 고 김용균씨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진상조사를 발전사들이 조직적으로 방해한 정황이 포착됐다.

‘故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안전보건공단 서울북부지사에서 ‘특조위 진행 경과 및 조사 방해 관련 입장 표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특조위는 조사활동 과정에서 일부 발전사와 주요 협력사가 조사결과를 왜곡시키기 위해 불법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조위는 해당 증거 자료를 함께 제출하며 강력한 유감의 뜻을 표하는 가운데 앞으로의 계획도 발표했다.

권영국 특조위 간사는 “전국 12개 발전소들이 근로자들에게 설문조사 모범답안을 주고, 조사관 면담 내용도 보고하도록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발전사 측이 노동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를 보면 민감한 문항들을 뽑아 모범 답안을 표시해뒀으며, 답변이 똑같은 설문지들이 다수 회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조위가 공개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 설문지 설명자료’라는 제목의 모범답안지에는 가장 상단에 “사업장 안전문화 설문 NO. 58~60은 체크 시 유의, NO. 60. 관리자만 체크”, “대상이 아니면 답을 하지 말고 ‘모른다’에 체크, 대충 그럴 거라는 생각으로 체크 금지” 등의 유의사항을 적시했다.

그 아래에는 6번, 12번, 18번, 30번, 31-1번, 34번, 35번, 38번, 50번, 51번 문항의 질의응답을 나열시켜, 사실상 정해진 답변을 유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작성 완료된 설문조사지에선 문제의 문항 왼편에 ‘V’ 모양으로 체크가 돼 있거나, 노골적으로 해당 문항만 다른 색 펜으로 체크된 경우도 발견됐다.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로 특조위는 “설문지 작성 시 몇 명씩 짝지어 그룹으로 설문지를 작성했다는 관계자 진술도 있다”고 밝혔다. 권 간사는 또한 “설문지를 서류 봉투에 담아서 밀봉해서 올리라고 했더니, 밀봉된 상태로 원청에 전달이 됐으나 위가 칼로 모두 개봉이 된 상태였다”라고 설명했다.

특조위가 공문을 통해 ‘설문지 수거 방식’을 분명히 전달했음에도, 공지된 내용과 다르게 설문지가 모두 개봉된 채 코딩업체에 전달된 것이다. 이는 발전사들이 어떻게 설문지가 작성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음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발전소 근로자들이 조사관과 면담한 내용이 별도의 보고서로 작성돼 다른 발전소들에 공유됐다고 권 간사는 덧붙였다. 석탄 분진이 가득한 작업장 역시 현장 조사 때만 청소된 상태여서 실상 파악이 불가능했다고 특조위측은 밝혔다.

김지형 특조위원장은 “위원회는 이번 사태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시한다”며 “진상이 최대한 조속히 파악돼서 그에 상응하는 적절한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조위는 이 같은 조사 방해 행위가 조사의 신뢰도, 독립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주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진상 파악과 엄정한 징계, 발전사의 대국민 사과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다. 특조위는 지난 23일부로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이며, 국무조정실과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이번 주중 대책 회의를 열 예정이다.

한편 지난달 1일 국무총리 훈령을 바탕으로 출범한 특조위는 김용균 씨 사망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며,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특조위는 수많은 토론과 준비과정을 거쳐 구체적인 조사방법을 결정했고, 4월 16일 현장조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조사활동을 개시했다.

특조위의 조사활동은 현장을 방문하는 작업장 조사, 발전소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및 면접조사, 그리고 자료 분석 등의 방식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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