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플랫폼을 선점하라
블록체인 플랫폼을 선점하라
  • 김형중 교수(khj-@korea.ac.kr)
  • 승인 2019.06.08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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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중 교수/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김형중 교수/ 고려대 암호화폐연구센터장

 

모토로라의 벽돌폰이 ‘이동하면서 통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벽돌폰은 얇아졌고, 카메라가 장착되었다. 셀카 사진을 페이스북에 바로 올리기에 가장 좋은 게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영리한 영업사원들이 알아챘다. 그들은 통화품질 대신 황홀한 카메라 기능을 광고하기 시작했다.

엔지니어는 침 튀기며 통신기술을 설명할 때 영업사원들은 ‘설렘’을 강조했다. 고객들은 복잡한 기술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멋진 기기에 100만원을 쓰며 설렘을 맛보고 싶어했다. 영업사원들은 그런 고객들의 마음을 겨냥했다.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기술이 아니라 영업사원들이다. 무엇으로? 그들은 ‘설렘’을 팔았다.

벽돌폰의 진화 과정에서 코닥이 쓰러졌고, 노키아가 혜성처럼 부상했다가 사라졌다. 그 와중에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새로운 시장을 비집고 들어왔다. 벽돌폰은 전화기였는데 애플이 그것을 컴퓨터로 변신시켰다. 애플은 정점에 섰고 모토로라는 이동통신 시장에서 잊혀졌다.

비트코인은 ‘신뢰’의 아이콘이다. 모토로라의 벽돌폰 같은 존재다. 월마트가 신선한 채소를 공급하기 위해 블록체인을 쓰겠다고 했다. 블록체인에 채소를 담을 수 없고, 넣었다가 뺄 수도 없으니 블록체인으로 신선함을 공급하겠다는 발상은 애초부터 비현실적이었다. 그런데 그게 먹힌다. 월마트가 하기 때문이다.

월마트에 대한 믿음 때문에 블록체인에 대한 믿음이 커지고, 그래서 고객들은 배달되는 월마트의 채소가 더 신선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게 마케팅의 비법이다. 월마트가 고객에게 믿음을 줄 뭔가를 찾고 있을 때 혜성처럼 블록체인이 등장했다. 신비한 바로 그것. 월마트는 블록체인을 잡았다.

많은 기업가들이 블록체인에 대해 알아보려고 하다가 포기한다. 어렵기 때문이다. 공학적으로 블록체인을 잘 이해했다고 해서 마케팅에 특별히 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상상력으로 시장을 만들어내는 게 훨씬 중요하다. 중개기관 없이도 이중지불이 발생하지 않으며, 신뢰가 없는 공간에서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비트코인이 보여주었다.

신뢰의 기제를 시장으로 먼저 연결하는 기업이 승자가 된다.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 같은 것이 좋은 예라고 본다. 이전 역사는 영토 확보를 위한 전쟁의 역사였다. 지금은 플랫폼을 차지하려고 총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20억 고객이 10달러씩 코인을 사면 200억 달러가 쌓인다. 페이스북 플랫폼에서 코인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면 이 플랫폼은 가장 영향력이 큰 은행이자 시장이 된다. 그래서 페이스북 플랫폼이 두렵다.

역량 있는 기업들이 지금 블록체인의 원천기술을 열공할 일이 아니다. 즉시 새로운 시장을 두드려 활짝 문을 열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엔지니어들이 충분히 비트코인 기술에 대해 논의했고, 부족한 기술은 계속 보완하고 있다. 기술은 이 정도면 쓸만하다. 오픈 소스도 널려있다. 당면한 문제는 새로 부상하는 시장의 발굴이다. 기존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기업들의 변신에 블록체인은 좋은 촉매제가 될 것이다. 지금은 블록체인의 ‘신뢰’와 설레는 ‘꿈’을 결합해 글로벌 플랫폼 시장 선점에 나설 시점이다.

The English version of this article: 
http://www.koreait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9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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