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가 자매, 경영 일선 복귀하나
한진가 자매, 경영 일선 복귀하나
  • 정세진
  • 승인 2019.06.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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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상속권 절충안 찾았을 가능성도

이른바 '물컵 갑질' 사건으로 비난을 받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깜짝 복귀해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10일 조 전 전무는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전무 및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발령받아 약 14개월 만에 임원 자리로 돌아왔다.

관계자들은 조 전 전무가 이제 주위의 비판이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내 갈 길을 가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사후 상속·경영권 문제를 두고 합의를 보지 못하던 삼남매가 뒤늦게 절충점을 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조 전 전무는 회의 중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폭언하고 물컵을 던진 사실이 알려지며 '갑질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조 전 전무는 본인의 SNS를 통해 사과했지만, 갑질에 대한 추가 폭로와 증언이 쏟아지며 여론은 점점 악화됐다.

결국 부친인 조양호 전 회장은 한시적 업무 배제에 이어 그룹 내 모든 경영 직무에서 조 전 전무를 사퇴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한진 총수 일가의 탈세·갑질·비위 의혹이 하나씩 불거지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조양호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조현아, 조현민 자매 등 일가족이 수사기관과 각종 정부 기관의 수사·조사를 받게 된 것.

재계에서는 조 전 전무의 복귀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한진그룹측은 그가 경찰·검찰 수사를 통해 특수폭행·업무방해 등 혐의에 대해 무혐의 및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아 법적으로는 복귀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한진그룹은 조양호 전 회장이 "가족과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는 유언을 남겼기 때문에 이 유지를 받들어 형제간 화합을 도모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부 여론 뿐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도 조 전 전무 복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대한항공에 재직중인 한 직원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만약 우리 회사 직원이 조 전 전무와 같은 일을 저질러 수사를 받고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면 어떻게 됐겠느냐"며 "주식회사를 집안 구멍가게처럼 운영하는 현실에 직원들이 분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원태 회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속 문제와 관련, "가족들과도 지금 많이 협의를 하고 있고, 협의가 완료됐다고는 말씀은 못 드리지만 잘 진행되고 있는 거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해당 발언으로 미뤄볼 때 조 전 전무의 경영복귀 결정은 부친의 지분과 그룹 경영권 배분이 예상보다 조기에 마무리되면서 이뤄진 것으로 추측된다. 조 회장의 재가가 없으면 조 전 전무의 인사 발령도 성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두 남매 사이에 어떤 합의나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진그룹은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진에어[272450], 정석기업 등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한진칼은 조양호 전 회장이 지분 17.84%를 보유하고 있고 조원태 회장(2.34%)과 조현아 전 부사장(2.31%), 조현민 전 전무(2.30%)가 각각 3% 미만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 지분이 미미한 데다 조 전 회장 지분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두 자매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지분을 15.98%까지 늘리며 경영권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두 자매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상속 지분을 모두 우호지분으로 남기겠다고 약속하고 그 대가로 그룹 경영에 일정 부분 참여하는 식으로 타협을 봤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조 전 전무는 한진칼 전무 외에도 사회공헌활동과 신사업 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 자리를 맡게 돼 앞으로 그룹 경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에서는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복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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