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기업 관련 발언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이 GIO는 한국사회학회와 한국경영학회가 주최한 ‘디지털 G2 시대, 우리의 선택과 미래 경쟁력’이라는 심포지엄에 참석해 “트랙터 회사에 농민 일자리 문제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과도하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의 발언은 기업에 과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것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날 본인의 SNS 계정을 통해 이 GIO의 발언과 관련, “포용사회를 만드는 데 혁신기업가들이 선도적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 GIO의 발언을 인용하며 “언론보도만으로는 이해진 GIO의 발언 취지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트랙터 회사에게 농민의 일자리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말씀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김 위원장은 “결국 산업정책과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사회안전망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이런 과제는 정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정부가 제한된 정책자원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지원과 국민의 동의가 전제돼야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혁신 기업가들이 포용사회 형성에 적극 나서준다면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GIO는 강연 당시 “회사는 어떻게 뒤처지지 않고 이길까 고민만 해도 벅찬데, 사회적 책임을 묻고 탐욕적이고 돈만 아는 회사라고 하는 건 과한 것 같다”고도 말했다.
또한 “자산 5조원, 10조원 규모 회사가 크다고 규제하는 게 나라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발언도 있었다. 이는 정부가 대기업집단 등에 사회적 책임과 규제를 강조하고 나서는 것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해당 발언에 대해 김 위원장은 “대기업 집단이 됐다고 다 제재하는 것은 아니라 지배력을 남용했을 때 제재를 가하는 것”이라면서 “네이버가 과거 재벌과 다르기 때문에 규제에서 빼달라는 차원에 머물러선 안 되고, 우리 기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도 말씀 하셨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 위원장은 SNS 계정에 자신의 입장을 표명함과 동시에 미국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가> 책 표지 사진을 올렸다.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정의’라는 지론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이와 함께 게재한 사진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사진이었다. 최 위원장은 최근 차량공유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와 SNS를 통해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지난달 “최근 타다(쏘카) 대표자가 정부와 택시업계에 대해 거친 언사를 하고 있다”며 “이기적이고 무례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 대표는 한 70대 택시기사가 타다 등 차량공유 서비스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진 것을 두고 “죽음을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발언했다.
최 위원장은 당시 “디지털 전환과 혁신의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거나 소외되는 분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그 분들의 사회적 충격을 관리하고 연착륙을 돕는 것, 혁신의 ‘빛’ 반대편에 생긴 ‘그늘’을 함께 살피는 것이 혁신에 대한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의 사진을 김 위원장이 함께 올린 것은 그의 발언에 공감하며 혁신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