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130년 역사상 첫 파업 돌입
우체국, 130년 역사상 첫 파업 돌입
  • 정세진
  • 승인 2019.06.2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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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92% 찬성으로 내달 9일 시작

우정 노동자들이 130여년 우정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전국우정노동조합은 25일 조합원 2만8802명중 2만7184명이 참석해 2만5247명, 약 92%의 찬성률로 파업안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원 투표 결과 약 92%의 찬성을 얻었으며 7월9일 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파업은 1884년 개화기 당시 우정총국이 설치된 이래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우정 노조가 설립된 것은 1958년으로, 노조 출범 이후로도 60년 만에 처음 결의한 파업이다. 우정노조 등에 속한 집배원 약 3만명은 전날 전국 각 지부에서 총파업 찬반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주 일부 지역에서 사전에 진행됐던 찬반 투표에서는 찬성률이 높게 나와 관계자들은 파업이 가결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었다. 우정노조는 공무원 2만여명과 비공무원 7000여 명이 가입한 우정사업본부 내 최대 규모의 노동조합이다.

공무원 노조 중에서는 유일하게 교섭대표노조 권한을 갖고 있으며 국가 공무원법에 따라 노동운동이 허용된다. 이번 첫 총파업이 진행된 결정적 계기는 집배원들의 잇따른 과로사였다. 우정노조는 올해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집배원이 모두 9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19일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는 49세 강모 집배원이 자택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고된 업무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파업 논의가 불거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강씨를 부검한 결과 사인이 뇌출혈로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우정노조측은 이를 두고 장시간 노동과 스트레스로 인한 과로사라고 주장했다.

고 강 집배원의 동료이자 현재 충남 당진우체국에서 일하는 한 집배원은 “실제로 업무 환경에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짧은 시간에 발전한 당진 같은 지역은 물량이 급증한 반면 인력 충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과로사 문제는 이 지역 뿐 아니라 우정사업본부 전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주 52시간 시행을 앞두고 집배원들이 52시간을 맞추면서 어떻게 일해야 하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며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는데 결국 업무를 모두 끝내려면 초과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한 집배원이 다쳐서 일을 쉬게 되면 나머지 인원이 남은 업무를 모두 분담해야 한다는 게 우정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노조에서는 조속한 인력 충원과 우체국 업무 관련 지역 인력 평준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집배원들의 연간 노동시간은 하루 평균 11시간6분, 연평균 2,745시간으로 한국 임금노동자 평균인 2052시간보다 693시간 더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기획추진단은 지난해 10월, 2019년 정규직 집배원 2000명 증원 및 토요일 배달 폐지 혹은 근무체계 이원화를 제안했으며 우정사업본부 역시 이 같은 권고 내용에 합의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우정사업본부가 요청한 관련 예산이 삭감된 후 집배원 증원 계획은 무산됐고, 우정사업본부 역시 추가 예산 확보 문제를 이유로 인력 충원에 대한 합의 이행을 미루고 있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지난 11일에도 우정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필수유지업무 유지·운영수준 결정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20일 중앙노동위원회 1차 조정회의가 열렸으나 우정본부측이 예산 등을 문제로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아 협상은 결렬됐다.

우정노조 측은 "조합은 죽어가는 집배원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며 "우본과 정부가 전향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 7월6일 총파업 출정식에 이어 9일 우정사업 역사상 처음으로 총파업할 것을 강력히 선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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