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 빠진 독? 성동조선해양, 청산 위기
밑 빠진 독? 성동조선해양, 청산 위기
  • 이준성
  • 승인 2019.07.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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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원 투입하고도 3차 매각 불발, 자금 조달 불투명
사진= 성동조선해양 홈페이지
사진= 성동조선해양 홈페이지

지난 2007년 세계 8위 조선사에 이름을 올리며 승승장구하던 성동조선해양이 인수자를 찾지 못해 청산될 위기에 처했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성동조선은 지난달 13일 3차 매각을 시도했으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과정에서 불발에 그쳤다.

법원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3곳을 검토했으나 인수 자금 조달 방안이 불투명하다는 것이 불발 사유이다.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현재 징후로 봐선 매각이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으며, 성동조선은 오는 10월까지 인수자를 못하면 청산이 유력한 상황이다.

성동조선은 지난 10년간 글로벌 금융위기와 조선 업황 불황 등으로 인해 경영난을 겪어왔다. 채권단이 출자전환과 자금 지원 등에 쏟아 부은 돈만 4조원이 넘었지만 결국은 최악의 상황을 겪게 된 것이다.

2003년 설립, 선박 블록을 주문받아 납품하던 성동조선은 2005년 신규 선박 건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글로벌 조선 업황 호황에 편승한 성동조선은 2006년 108억원, 2007년 24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으며, 순이익 역시 매년 100억원을 넘겼다.

2007년 세계 조선사 수주 순위에서 8위까지 오르는가 하면 2008년에는 1662억원에 이르는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2009년 조선업 전방산업인 세계 해운업황이 무너지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성동조선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성동조선은 '키코(KIKO)' 등 외환 파생 금융 상품 손실로 인해 2009년 1조4000억원 가량을 잃었다. 결국 2010년에는 자본잠식과 자금난에 빠지면서 느슨한 워크아웃인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당시 무리하게 설비 투자에만 나서지 않았더라도 불황을 이겨내고 생존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성동조선은 2016년과 2017년 두 해를 제외하고 매년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10년 동안 누적 영업손실은 1조1534억원에 이른다.

자금난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R&D)에 적극적이었던 성동조선은 그러나 글로벌 선박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경쟁사들이 기술 면에서 성동조선을 따라잡고 원가 경쟁력에서는 중국 조선사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글로벌 선박시장의 대세가 고부가가치 선인 LNG선으로 바뀌었지만 성동조선은 LNG선 건조 기술을 갖추지 못했다. 컨테이너선 건조 역시 중소형이 대부분이었다.

한편 채권단 자율협약 이후 전문 경영인과 채권단 교체가 잦다 보니 안정적으로 개발, 생산을 하기 어려웠던 것도 경쟁력을 깎아내리는 요인이었다. 성동조선은 결국 지난해 4월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법원에 생산직 노동자 80% 이상, 관리직 인원 40% 이상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구조조정 역시 지역 정치인들과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고 정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8월 성동조선 회생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어 인력 구조조정 대신 무급휴직을 결정했다.

성동조선 노조측은 현재 회사 매각이 무산된다면 공기업화나 '광주형 일자리' 같은 방식으로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성동조선 사례는 기업의 무능과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노조의 반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단과 정부의 무사안일·책임회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혹독한 체질개선 대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자금만 투입하다 보니 이런 상황에 왔다는 게 이 관계자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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