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증권, 허수성 매매 중개 혐의로 ‘철퇴’
메릴린치증권, 허수성 매매 중개 혐의로 ‘철퇴’
  • 김민지
  • 승인 2019.07.1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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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서울지점에 1억7500만원 제재금 부과

미국계 증권사인 메릴린치가 허수성 매매 중개 혐의로 거래소로부터 철퇴를 맞게 됐다. 지난 16일 한국거래소는 시장감시위원회를 열고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1억7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앞서 3월에 시감위 자문기구인 규율위원회에서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금을 통과시켰으며, 이후 4차례의 시감위를 거쳐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를 중개한 증권사가 제재를 받는 케이스는 우리나라 금융시장 개장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문제의 핵심은 고빈도 매매보다 대규모 자금을 동원한 허수성 주문으로 시세를 조정할 가능성이 높게 구조가 짜인 알고리즘 매매를 중개한 데 있다. 더구나 메릴린치 증권에 대한 제재는 알고리즘 매매 단속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말한다.

메릴린치 서울 지점은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시타델 증권으로부터 430개 종목, 총 6220회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타델 증권의 알고리즘 매매는 최우선 매도 호가 잔량을 소진해 호가 공백을 만든 후 일반 매수세를 유인하고, 보유 물량을 매도해 시세 차익을 얻은 후 기존에 제출한 허수성 호가를 취소하는 행위를 반복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와 같은 수법에 끌려 다닌 개인투자자들은 매수 상위 회원에 ‘메릴린치’가 뜨면 외국인이 산다고 생각해 추격 매수했다가 큰 피해를 봤다고 시장 관계자들은 전했다.

해당 기간 동안 시타델 증권은 80조원의 자금을 메릴린치 서울지점에 위탁했으며, 허수성 주문이 섞인 매매를 통해 약 2200억원대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닥 시장에서 메릴린치의 거래대금 비중은 2017년 2.4%에서 작년 3.5%로 올라섰으며, 이번 달에는 4.9%까지 높아졌었다. 지난해 6월 거래소는 시타델 증권의 주문이 시장감시규정의 허수성 주문에 해당하는 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거래소는 시타델의 계좌 및 매매 분석을 실시하고 그 해 10월엔 메릴린치 증권 서울 지점에 대해서도 감리를 벌였다. 감리를 거친 후 거래소는 메릴린치가 시장감시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시장감시 규정에 따르면 위탁자는 거래 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하거나 이를 반복 정정, 취소해 시세에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회원사 역시 이를 중개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 제재 조치가 직접주문전용선(DMA: Direct Market Access)을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 주문의 수탁 행위에 대해 회원사, 즉 증권사의 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는 협회가 회원사를 제재하는 자율 규제에 불과할 뿐, 허수성 알고리즘 매매의 장본인인 시타델 증권에 대한 처벌로는 볼 수 없다.

그러나 거래소가 지난달 18일 자본시장조사단에 시타델 증권의 일부 종목에 대한 시세조정 혐의 등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매매 내역을 넘긴 만큼 관련 조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금융감독원도 거래소와 별도로 지난해 7월부터 시타델 증권을 조사하고 있으며, 알고리즘 매매는 자본시장법 제178조2항 시장질서 교란 행위 금지 위반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혐의가 적용될 경우 시타델 증권에는 형사 처벌과 동시에 과징금 부과 등 행정 제재를 피해갈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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