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는 입주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재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마련됐다.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과 직접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으나 국제사회에서 납득할 만한 담론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 18일 개성공단기업협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대한변협회관에서 '개성공단 폐쇄의 법적 문제와 재개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지난 2016년 2월의 일로, 2017년 12월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는 박 전 대통령이 공단 폐쇄를 구두로 지시했고 공식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거치지 않아 정당성과 적법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63개사는 2016년 5월 헌법재판소에 개성공단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으며, 폐쇄 3주년인 지난 2월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현재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며 정부 법적대리인인 법무공단은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편법이나 이와 관련된 법률에 의거한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당시 폐쇄 이유로 임금 전용문제나 국민의 안전 문제를 언급했는데, 별다른 증거나 근거도 없이 핵무기 개발에 전용됐다는 정부 발표가 지금도 개성공단 재개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개성공단은 경협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한 목적이었지, 핵 제재 수단으로 시작한 사업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개성공단 폐쇄는 법치 요구로부터 전혀 정당화할 수 없는 명백한 불법 조치"라며 "법적 불안정성이 명백하게 인식되고 이 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안심하고 남북경협이 이뤄질 수 없으며 입주기업들의 재산권 피해에 대한 인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전문가들은 개성공단 재개를 가로막는 대북 제재를 풀고 대화에 나서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국민들의 지지에 호소하기보다는 먼저 국제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는 담론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김광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북한에게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될 것이라는 길을 보여주는 확실한 방법이 북한에 대한 일정한 투자를 진행하는 것이며, 비핵화 협상과 함께 남북교류협력이 진행되어야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안보리 결의나 대북제재 모두 한반도 비핵화의 평화로운 해결을 위한 목적에 부합한다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북한과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국민들에게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국제사회를 설득하고 협력 구하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며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낸 후 남과 북이 개성공단을 위한 창조적 대안을 만들기 위한 협상에 즉각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일한 동국대 연구교수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문제 해결의 핵심변수는 대북제재로, 실무협상을 통해 유엔이든 미국이든 대북제재에 걸려있는 조항들을 우회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김 교수는 "북미대화의 교착원인은 바로 상호신뢰 부족이며, 신뢰회복을 통해 대화국면을 관리하려면 대북제재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정훈 아주대 통일연구소 소장은 "국제사회에서의 힘싸움을 이길 방법은 명분을 쌓는 일이며 유엔과 미국에 설득력 있는 담론을 던지지 못하면 기다릴 수 밖에 없다"며 "국제사회에서 분쟁과 갈등을 해결할 '공동경제지구'라는 프레임이 설득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소장은 "개성공단을 복구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으려면 이게 왜 국제사회와 분쟁·갈등 극복 경험에 도움이 되는지, 개성공단을 국제화하고 보편화하는 담론을 만들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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