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금융거래 플랫폼의 미래,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1)
[연재] 금융거래 플랫폼의 미래, 디지털 화폐와 블록체인(1)
  • 구태언 변호사(taeeon.koo@teknlaw.com)
  • 승인 2019.07.24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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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계는 지금 ‘현금 없는 사회’로 재편 중
(2)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기준, 암호화폐
(3)암호화폐 투자가 글로벌 스타트업 키운다
(4)미래금융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술이다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구태언 변호사/테크앤로 법률사무소 대표

 

덴마크에서는 현금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덴마크에서 이뤄지는 거래 중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그 대신 모바일 결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덴마크 단스케은행(DanskeBank)은 2013년부터 현금이나 신용카드 없이도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가 가능한 ‘모바일페이(MobilePay)’ 서비스를 시작했다. 덴마크 전체 인구 560만 명의 절반을 웃도는 300만 명이 모바일페이를 사용하고 있다. 덴마크에서는 노숙자들도 현금 대신 모바일페이로 기부를 받을 정도다.  

이에 덴마크 중앙은행은 2017년 1월 1일 이후부터 동전과 지폐 생산을 전격 중단했다. 화폐 수요가 급감하고 모바일 결제 비중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덴마크는 2030년이 되면 현금 없는 사회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웨덴은 현금 없는 사회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미 2007년부터 대중교통에서 현금 결제를 금지했고, 주요 은행들과 상점들에서도 현금 거래가 불가능하다. 스웨덴 전역의 1600여개 은행 중 1000여개 지점은 현금을 보유하지 않고 있으며 현금 인출도 안 된다. 2010년부터는 현금인출기(ATM)도 아예 철거해 버렸다. 

그 대신 스웨덴 은행들은 2012년 ‘스위시(Swish)’라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해 시행 중이다. 스마트폰에 스위시 앱만 설치하면 지갑이 필요 없다. 2015년 현재 스위시 사용자는 스웨덴 전체 인구 950만 명 중 500만 명을 넘어섰다. 스웨덴은 앞으로 5년 안에 완전한 무(無)현금사회를 구현할 전망이다. 2011년 990억 크로나였던 유통 현금이 2015년 770억으로 무려 22퍼센트나 감소했다. 2018년 현재 지폐와 동전 사용량은 전체 통화 거래량의 13퍼센트에 불과하다. 

동전과 지폐가 없는 무(無)현금사회

전 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Cashless Society)’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유럽으로, 상당수 나라들이 일정 금액 이상의 현금 거래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1000유로(약 126만 원), 스페인은 2500유로(약 315만 원), 우루과이는 5000유로(약 630만 원) 이상은 현금 결제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걸맞게 현금 없는 사회로의 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은 2016년 1월 현금 없는 사회로의 중간단계로 2020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2017년 4월부터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현금으로 결제한 뒤 거스름돈을 교통카드 충전이나 카드 포인트로 적립해주는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2017년 동전 발행액은 495억4000만 원으로 전년대비 46퍼센트 줄었고, 동전 환수액은 373억8700만 원으로 전년보다 154퍼센트 늘었다. 

이와 동시에 모바일 결제 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스마트폰 간편결제를 포함한 전자지급서비스 이용금액은 하루 평균 4688억 원으로 전년대비 36.5퍼센트 급증했다. 하루 평균 이용건수도 2259만 건으로 전년보다 11.5퍼센트 늘었다. 2017년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현금 이용 비중은 17퍼센트로, 독일 53.2퍼센트, 네덜란드 34.3퍼센트, 캐나다 23.1퍼센트와 비교해 훨씬 낮다. 

전 세계가 현금 없는 사회를 지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동전과 지폐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관리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동전은 구리와 니켈, 알루미늄, 아연 등을 재료로 만든다.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 데 30~40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 크고 두꺼운 100원과 500원짜리 동전의 생산비는 더 높을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동전 발행액은 2014년 408억 원, 2015년 539억 원, 2016년 537억 원 등으로 해마다 500억 원 규모가 사용되고 있다. 반면 동전 회수율은 10퍼센트 남짓으로, 동전 100개를 제작해 시중에 유통하면 은행으로 되돌아오는 동전이 10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매년 새로 동전을 제작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가 구현되면 국민들은 동전을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을 줄일 수 있고, 상인들도 거스름돈을 위해 동전을 확보해야 하는 부담이 사라진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도 동전의 확보와 보관, 지급, 회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더 큰 이유는 지하경제 양성화다. 지하경제란 정부 공식 통계에 잡히는 않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한마디로 세금을 내지 않는 현금 거래를 뜻한다. 현금은 익명성을 띠고 있어서 거래 기록이 남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내지 않는 무자료 거래에 효과적이다. 운반과 은폐도 쉽기 때문에 불법적인 뇌물이나 비자금 조성 등에도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2010년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24.7퍼센트로 추정됐다. 이에 역대 정부는 세수 확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펴왔다. 1993년 금융실명제를 시행했고, 1999년에는 카드사용액을 소득공제 대상에 포함시켰으며, 2005년부터는 현금영수증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하경제는 크게 줄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간한 ‘전 세계 지하경제: 지난 20년의 교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2015년 기준 GDP의 19.83퍼센트로 나타났다. 하지만 미국 7퍼센트, 독일 7.75퍼센트, 영국 8.32퍼센트 등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 이상 높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금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지폐를 없앨 순 없으니 일부 국가들에선 고액권 지폐 발행을 중단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고액권은 일반 국민들에게 자주 사용되지 않으면서 탈세나 뇌물, 부패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는 2000년 최고 권종 1천 캐나다 달러(약 83만 원) 지폐의 발행을 중단했고, 싱가포르도 2014년 1만 싱가포르 달러(약 805만 원), 유럽중앙은행(ECB)도 2016년 500유로(약 63만 원) 지폐 발행을 중단했다. 미국에서도 최고권종인 100달러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세계 중앙은행은 디지털 화폐로 변신 중 
 
이처럼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앞으로 수년 이내에는 현금 없는 사회가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동전과 지폐 같은 실물 화폐가 사라진 세상에선 무엇이 교환수단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까. 정답은 바로 디지털 화폐다.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란 디지털 인증을 통해 온라인으로 거래되는 전자화폐를 말한다. 동전이나 지폐처럼 실물 있는 화폐와 달리 제작이나 운반, 보관 등에 소요되는 비용과 번거로움이 없고, 소액이나 거액에 상관없이 몇 번의 터치만으로 거래가 가능하다. 모든 실물 경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디지털 경제 시대를 맞아 국가가 통제하는 법정통화도 디지털 화폐로 전환하는 것이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들이 디지털 화폐를 법정통화로 전환하는데 적극적이다. 

아랍에미리트는 2018년 1월 세계 최초로 정부가 직접 발행하고 관리하는 디지털 화폐인 ‘엠캐시(emCash)’를 선보였다. 매일 마시는 커피부터 전기세, 등록금, 해외송금까지 다양한 서비스에 사용할 수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도 2018년 2월 국가 공인 디지털 화폐인 ‘페드로(Petro)’를 발행했다. 2018년 5월 에스토니아 정부가 발행한 ‘에스트코인(Estcoin)’은 디지털 화폐 정의와 가까운 모델로 평가된다. 에스토니아는 대표적인 디지털 경제 국가로, 이미 오래 전부터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하고 있다. 2000년 e-Tax 시스템을 시작했고, 2001년부터 디지털 신분증을 발급했으며, 2005년에는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2014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자영주권(e-Residency)’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자영주권은 외국인에게 디지털 신분증을 부여해 에스토니아에 거주하지 않아도 계좌 개설과 법인 설립 등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제도다. 그야말로 국경 없는 디지털 국가라고 할 만하다. 여기에 디지털 화폐인 에스트코인까지 발행했으니 이제는 모든 금융거래도 디지털로 이뤄지게 됐다. 인구 6만 명의 작은 섬나라 마셜제도공화국은 2018년 4월 디지털 화폐를 법정화폐로 인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자국 통화가 없어 미국 달러를 사용했지만, 앞으로는 국가 디지털 화폐인 ‘소버린(SOV)’을 사용하게 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많은 나라들이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 중이다. 스웨덴은 2016년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인 ‘e-크로네’ 도입을 추진해왔으며, 2018년 말경 정식 발행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2017년 10월 국가 공인 디지털 화폐인 ‘크립토루블(CryptoRuble)’ 개발에 돌입했다. 당초 러시아는 디지털 화폐에 부정적이었지만 각종 세금 징수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입장을 바꿨다. 캄보디아 정부도 정부 주도 디지털 화폐인 ‘엔타페이(Entapay)’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중국과 싱가포르, 네덜란드와 캐나다, 영국과 스위스 등도 국가 주도의 디지털 화폐 도입 계획을 밝힌 상태다. 앞으로 법정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바꾸는 국가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실 법정화폐를 디지털 화폐로 전환하는 것은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디지털 화폐의 효율성은 이미 검증된 바지만 여전히 실물 경제에서 현금 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해킹이나 위변조 등 기술적 문제도 보완이 필요해서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법정화폐는 디지털 화폐로 변신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직면했다. 바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화폐의 등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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